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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 소바가 먹고 싶다고 하면 할머니가 직접 시장에 가서 재료들을 사 오셨다. 그러더니 뚝딱 소바를 만들어 주셨다. 신기했다. 지금 생각해도 신기하다. ㅋㅋㅋ 할머니는 어린 시절 일제강점기를 겪어오셨기 때문에 그런 것쯤은 잘 알고 계셨다. 그리고 요리에도 일가견이 있었기 때문에 재료만 모으면 별로 어렵지 않게 해내셨다. 나중에 커서야 실제로 소바는 별로 어려운 음식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되었지만 말이다.
찍어 먹는 면. 이것은 정말 일본에만 있는 스타일이 아닐까 한다.
예전에 북한 간첩을 잡았던 몇몇 에피소드 중에 웃긴 것이 있었다. 그것은 부부로 위장하고 한국에 온 이 간첩이 멋모르고 들어간 음식점이 일식집이었던 것이다. 이들은 쭈뼛거리다 간편한 음식을 시켰는데 그것이 바로 메밀국수. 육수가 따로 나오자 이들은 익숙하게 그 육수를 면에 부어버렸고, 당연히 육수는 바닥을 적시고 말았다. 이를 통해서도 알 수 있는 것은 우리나라에는 찍어 먹는 면의 문화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일까. 일본에는 소바만 찍어 먹는 것이 아니다. 소위 츠케멘이라고 부르는 라멘 역시 찍어먹는 스타일이 있었다.
최근에 회사 근처에 이 츠케멘으로 유명한 집이 있어서 방문했는데 상당한 내공의 실력자였다. 리얼로 면에 진심인 사람들이었다.
1. 작지만 알찬 것들이 가득한 곳
이곳은 특별한 곳이다. 매장도 작고, 대로변 뒷골목에 있어서 찾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평일 점심에 직장인들이 줄서서 먹을 정도로 상당한 맛집이다. 가격은 생각보다 부담스러웠는데도 그렇다. 대단했다.
내부는 작았고, 홀로 와도 부담스럽지 않게 테이블 구성을 했다. 모퉁이라는 건물의 구조를 십분 살리면서도 1인 식사가 늘어나는 요즘 트렌드를 반영한 아주 현명한 선택이 아닌가 싶었다. 같이 간 동료들은 이 구조에 굉장히 당황했다. ㅋㅋㅋ 아니 이런 리얼 일식 트렌드를 따라간 식당이라니... 사진은 한차례 식사를 마치고 들어가 주문한 다음의 모습이었다. 조금 늦는다면 상당한 웨이팅은 각오해야 한다.
교카이 츠케멘과 니보시 츠케멘, 이렇게 두 가지 메뉴를 팔고 각각 매운 맛을매운맛을 더한 것도 팔고 있다. 나와 다수의 동료들은 교카이 츠케멘을, 한 동료는 교카이 츠케멘 매운맛을 주문했다.
츠케멘을 처음 접한 것은 서울대입구에 있는 "카도야 라멘"집에서다. 학교 후배가 홍대에서 "부탄츄 라멘집"을 강추해서 처음 일본 라멘을 접했다. 그 후에 만난 것이 "카도야 라멘" 집이다. "부탄츄 라멘집"과는 달리 당시 근처에서 자취하고 있어서 큰 어려움 없이 찾아갈 수 있었다. 메뉴를 이렇게 저렇게 먹어보다가 츠케멘까지 먹게 되었는데 왠걸? 그때 그 맛에 반해서 별미로 찾게 되어 이 가게까지 오게 되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메뉴가 나왔다.
2. 진하고 구수한 생선 육수의 향연
주문할 때 면의 양을 정할 수 있었는데 배고픈 마음에 가장 많은 양을 선택했더니... 엄청난 양의 면을 만나게 되었다. 심지어 세트로 인해 챠슈와 계란까지 접한 상황. ㅋㅋㅋㅋㅋ 다들 단숨에 해치우겠어 하는 기세로 달려들었지만 점점 속도가 줄기 시작했다. 이내 양이 정말 많다는 이야기를 너도 나도 하게 되었다. ㅋㅋㅋ
육수는 굉장히 진했다. 한 동료는 추어탕이 생각난다고 할 정도. 마늘을 요청해서 육수에 넣어먹으면 감칠맛이 올라간다. 단 처음에는 첫 육수의 맛을 온전히 느끼는 것이 좋다. 감미료를 추가할수록 육수의 강렬하고 진한 맛은 점점 사라지니 말이다.
챠슈는 좀 덜 익은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만약 완전히 익은 식감을 원한다면 비추다. 실제 "부탄츄"에서 만난 챠슈와는 전혀 다른 식감의 챠슈였다. 고기냄세는 적었고, 식감은 야들야들했지만 특유의 육향이 느껴져 색다른 챠슈를 만나 기뻤다. 다만 나는 그냥 먹기는 좀 버거워서 육수에 담근 면과 함께 먹었는데 육수의 진하고 짭짤한 맛을 잡아주면서 육향이 느껴지는 식감이라 굉장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집은 특히나 면에 진심인 집이었다. 실제로 먹다보면 육수보다는 굵고 탄력적인 면발에 반해버리게 되었다. 우동이라고 생각될 만큼 면이 굵었는데 하필 첫날 양도 많았어서 먹는 내내 고생했다. ㅋㅋㅋㅋ 그래도 그 쫀득한 식감과 굵은 면발이 육수의 짠맛을 상당량 디펜딩해줘서 굉장한 시너지를 냈다.
여러모로 츠케멘의 풍미를 한껏 업그레이드 시켜준 멋진 맛집이었다.
주말에는 아마도 더 붐빌 것 같으니 오픈 타이밍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면만 먹고 싶다면 중간 정도의 양을, 세트로 먹고 싶다면 작은 양의 면을 시켜도 배가 충분히 부르지 않을까 한다.
3. 간략 평가(10점 만점)
맛 : 10점
양 : 10점
가격 : 4점
친절함 : 5점
깨끗함 : 9점
특이한 맛 : 1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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