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을 찾아 떠나는 여행

(양재) 브루스 리

제시안 2023. 3. 1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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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들어가는 글

사람에 따라서 이곳이 맛집이기도 하다

맛집이란 무엇일까? 여러 정의가 있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것은 "내게 딱 맞는 맛과 양을 제공하는 곳"이 아닐까 한다. 맛이란 것 자체가 주관적인 영역이다 보니 기준이 "나"에게 맞춰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글을 쓰는 입장에서 이것은 상당히 어려운 점이다. 왜냐면 누군가에게는 그 맛이 좋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그 맛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글 마지막에 평점을 남겨두었다. 맛집으로 선정되어 소개하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주관의 영역에 머물지만, 그래도 평균적으로 따져 봤을 때 어떠한가에 대해 평점을 통해 이야기해 주는 것이다.

 

서론이 길다. 왜냐면 지금 소개하려는 집이 딱 "내게 맞는 집"이기 때문이다. 난 이 기준에 취해 있을 때 여러 지인에게 이 집을 소개했지만 퇴짜맞은 적이 있다. 그때 알았다. 아! 내 기준이 모두에게 통용되지 않는구나. 그 후로 이 집을 소개할 때는 굉장히 조심스러워졌다. 그럼에도 이 집을 소개하려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맛집이 되는 이유를 전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양재동 카페거리에 있는 [브루스 리]. 중국식 요리를 접할 수 있는 이곳을 소개하고자 한다.

 

1. 첫 만남

야, 너 그거 아냐... ㅠㅠ

군대에서 막 제대를 했던 때였다. 잡지라고는 청소년 잡지만 봐왔던 내게 군대에서는 정말 다양한 잡지를 만날 수 있었다. 맥심, 에스콰이어, GQ 등등... 남자를 위한 다양한 정보들이 멋진 사진과 함께 편집된 잡지들을 만나며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되었다. 이게 남자의 세계인가? 색다른 세계에 푹 빠져 지루한 군생활을 보내던 그때. 사실 잡지에 펼쳐진 멋진 남성들의 세계는 다 꿈에 불과했기 때문에 내가 대리만족으로 느낄 수 있었던 점은 바로 맛집 탐방이었다. 

 

중국음식을 특별히 좋아했지만 짜장면, 짬뽕에 지쳐가고 있었다. 당시에 점차 세계 현지식을 다루는 식당들이 점차 일반 대중에게도 소개되고 있던 시점이었다. 그러던 중 한 잡지에서 이 집을 소개해주었다. 딤섬 맛집, 우육면 추천! 우육면이 뭘까 싶어서 기사를 보는데 고기국물 베이스에 고기를 수북이 쌓아주는 중국 음식이란 것이다. 매운맛이 감돌면서도 느끼하고 담백한 그 특유의 맛이 어찌나 감칠맛 나게 소개가 되었는지... 지금도 입에 침이 고인다. 

 

막상 소개를 받았지만 휴가 때 가보지 못했다. 양재는 당시 서울에 살던 나도 쉽게 갈만한 거리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카페거리는 운전을 하지 않는 경우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가 더더욱 힘들었다. 그래서 제대를 하고 한 여름에 시간을 내서 찾아가게 되었다. 

 

이 외관은 변하지 않고 그대로다. 무려 10년 넘게...

영화에서 나올 것 같은 중국집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차를 가져가면 발렛파킹을 맡길 수 있다. 손님이 많은 경우에는 가게 앞에 주차가 힘들기 때문에 발렛을 맡기는 것이 편하다. 발렛비는 현금이니 미리 준비하거나 송금하면 된다. ㅎㅎ

 

낡은 메뉴판은 끈만 바꿨을 뿐 그대로다. ㅋㅋㅋ

쟈스민 차와 컵, 앞접시, 그리고 짜차이와 소스(이건 여전히 뭔지 모르겠다.)가 제공된다. 간편한 밑반찬 셋팅. 난 이곳에 오면 여러 요리도 있지만 가격이 부담스러워서 [우육면]과 [딤섬]을 시켜 먹는다. 그래도 2, 3만 원이 훌쩍 나오게 된다는 점... 참고 바란다. 

 

주문하고 음식 기다리는 중 ㅋㅋㅋ

가게 전반을 사진 찍지 못해서 아쉽지만 이곳은 그리 큰 가게는 아니다. 예전엔 가게가 더 작았는데 5년 전인가 길가로 나 있는 공간을 리모델링 하면서 공간이 더 넓어졌다. 본래 그곳은 요리를 하던 주방이었다. 그곳에서 요리사들이 딤섬을 만드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었는데 요즘에는 다 안쪽 주방으로 들어가서 볼 수 없다. 

 

 

2. 색다른 맛, 그러나...

여러 이름으로 불리지만 이곳에선 [브루스 리]로 불리는 딤섬. 대표메뉴다.

음식이 나오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소룡포]를 먹으러 간 곳인데 소룡포 보다는 이 [브루스 리]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 얇은 피에 새우를 싸서 쪄낸 딤섬인데, 간간한 양념을 끼얹어 내놓는다. 저것 하나랑 청경채 한 장을 함께 먹으면 정말 맛난다. 보통 기분에 따라 [브루스 리] 하나에 [우육면], 혹은 [소룡포] 하나에 [우육면]을 먹고 온다. 그러면 2만 원으로 한 끼 해결 가능하다.

 

요고이 바로 우육면!

이어서 나온 우육면. 이곳 우육면은 고기가 많지 않다. 이후에 생긴 대만식 우육면 맛집들을 찾아갔는데 비로소 이 집의 실체를 알고 깜짝 놀랐다. 여러 추천을 받은 집들을 찾아가고 그곳 우육면들을 먹었지만 결국에 나는 이곳을 찾아오게 되었다. 특유의 "마"한 맛이 계속 입맛을 끌어당기는 매력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육면을 먹을 때 보통 진한 맛을 먹는다. 나중에 마라탕이 등장하고 나서야 이곳 우육면 맛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 그전에는 이것은 전혀 생전 먹어보지 못한 맛이었다.

 

처음 먹으면 이 맛, 저 맛도 안나고 그냥 뜨뜻한 기름을 먹은 것 같다. 그런데 먹으면 먹을수록 마한 맛과 고기 육수의 진한 맛이 입 안에 가득 풍겨온다. 굵은 면과 두툼하게 잘린 고기들을 먹으면 마침내 국물을 계속 퍼먹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맛이 호불호가 있었다. 특히 다음에 기회가 되면 소개할 [우육면관]과 같은 곳에서 먹고 나면 여긴 바가지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게 된다. ㅋㅋㅋ 그래서 난 처음 길들여진 내 입맛을 탓하며 일 년에 한 번은 이곳에서 우육면을 사 먹곤 한다. 

 

이 날은 뒤늦게 소룡포를 시켰다. 지인은 먹어보고 시큼한 맛이 난다며 상한 것이냐 물어봤다. 그래... 사실 소룡포는 딘타이펑에서 먹어보고 다 비슷한가보다 싶었기에 지인에게 그런 맛이라고 이야기해 줬다. 하지만 내심 그러지 않길 바라기도 했다. ㅋㅋㅋ

 

맛있는 집이다. 그렇지만 호불호가 강하다는 점. 그리고 이곳은 직원이 불친절한 곳으로도 유명하다는 점이다. 실제 [브루스 리]의 경우 완전히 잘리지 않은 것 같아 다시 잘라달라고 직원에게 요청했다. 그런데 잘렸는데 왜 그러냐는 핀잔을 들어야 했다. ㅋㅋㅋㅋ 세상 참... 간 내놓고 장사하는 곳이 아닌가 싶기도 할 때가 있다. 뭐 암튼 그렇다.

 

내겐 추억이고 나만의 서사가 있었던 곳인 [브루스 리]. 청담동에 본점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그곳이랑 여기, 서로 맛이 다르다. ㅋㅋㅋㅋ 이것도 놀랄만한 사실. 청담동 본점에서 우육면 먹고 어? 그 맛이 아닌데 하고 놀라서 다시 이곳을 찾아오게 된 것은 내게만 유명한 일화다. ㅋㅋㅋㅋ 혹시 가게 되면 다른 요리류를 시켜 먹는 것도 권하고 싶다. 요리류에 대한 평가는 그래도 좋은 편이니까. 

 

 

 

3. 간략 평가(10점 만점)

맛 : 9점

양 : 5점

가격 : 5점

친절함 : 1점

깨끗함 : 5점

특이한 맛 : 9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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