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들어가는 글
맛집이란 무엇일까? 여러 정의가 있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것은 "내게 딱 맞는 맛과 양을 제공하는 곳"이 아닐까 한다. 맛이란 것 자체가 주관적인 영역이다 보니 기준이 "나"에게 맞춰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글을 쓰는 입장에서 이것은 상당히 어려운 점이다. 왜냐면 누군가에게는 그 맛이 좋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그 맛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글 마지막에 평점을 남겨두었다. 맛집으로 선정되어 소개하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주관의 영역에 머물지만, 그래도 평균적으로 따져 봤을 때 어떠한가에 대해 평점을 통해 이야기해 주는 것이다.
서론이 길다. 왜냐면 지금 소개하려는 집이 딱 "내게 맞는 집"이기 때문이다. 난 이 기준에 취해 있을 때 여러 지인에게 이 집을 소개했지만 퇴짜맞은 적이 있다. 그때 알았다. 아! 내 기준이 모두에게 통용되지 않는구나. 그 후로 이 집을 소개할 때는 굉장히 조심스러워졌다. 그럼에도 이 집을 소개하려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맛집이 되는 이유를 전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양재동 카페거리에 있는 [브루스 리]. 중국식 요리를 접할 수 있는 이곳을 소개하고자 한다.
1. 첫 만남
군대에서 막 제대를 했던 때였다. 잡지라고는 청소년 잡지만 봐왔던 내게 군대에서는 정말 다양한 잡지를 만날 수 있었다. 맥심, 에스콰이어, GQ 등등... 남자를 위한 다양한 정보들이 멋진 사진과 함께 편집된 잡지들을 만나며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되었다. 이게 남자의 세계인가? 색다른 세계에 푹 빠져 지루한 군생활을 보내던 그때. 사실 잡지에 펼쳐진 멋진 남성들의 세계는 다 꿈에 불과했기 때문에 내가 대리만족으로 느낄 수 있었던 점은 바로 맛집 탐방이었다.
중국음식을 특별히 좋아했지만 짜장면, 짬뽕에 지쳐가고 있었다. 당시에 점차 세계 현지식을 다루는 식당들이 점차 일반 대중에게도 소개되고 있던 시점이었다. 그러던 중 한 잡지에서 이 집을 소개해주었다. 딤섬 맛집, 우육면 추천! 우육면이 뭘까 싶어서 기사를 보는데 고기국물 베이스에 고기를 수북이 쌓아주는 중국 음식이란 것이다. 매운맛이 감돌면서도 느끼하고 담백한 그 특유의 맛이 어찌나 감칠맛 나게 소개가 되었는지... 지금도 입에 침이 고인다.
막상 소개를 받았지만 휴가 때 가보지 못했다. 양재는 당시 서울에 살던 나도 쉽게 갈만한 거리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카페거리는 운전을 하지 않는 경우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가 더더욱 힘들었다. 그래서 제대를 하고 한 여름에 시간을 내서 찾아가게 되었다.
영화에서 나올 것 같은 중국집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차를 가져가면 발렛파킹을 맡길 수 있다. 손님이 많은 경우에는 가게 앞에 주차가 힘들기 때문에 발렛을 맡기는 것이 편하다. 발렛비는 현금이니 미리 준비하거나 송금하면 된다. ㅎㅎ
쟈스민 차와 컵, 앞접시, 그리고 짜차이와 소스(이건 여전히 뭔지 모르겠다.)가 제공된다. 간편한 밑반찬 셋팅. 난 이곳에 오면 여러 요리도 있지만 가격이 부담스러워서 [우육면]과 [딤섬]을 시켜 먹는다. 그래도 2, 3만 원이 훌쩍 나오게 된다는 점... 참고 바란다.
가게 전반을 사진 찍지 못해서 아쉽지만 이곳은 그리 큰 가게는 아니다. 예전엔 가게가 더 작았는데 5년 전인가 길가로 나 있는 공간을 리모델링 하면서 공간이 더 넓어졌다. 본래 그곳은 요리를 하던 주방이었다. 그곳에서 요리사들이 딤섬을 만드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었는데 요즘에는 다 안쪽 주방으로 들어가서 볼 수 없다.
2. 색다른 맛, 그러나...
음식이 나오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소룡포]를 먹으러 간 곳인데 소룡포 보다는 이 [브루스 리]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 얇은 피에 새우를 싸서 쪄낸 딤섬인데, 간간한 양념을 끼얹어 내놓는다. 저것 하나랑 청경채 한 장을 함께 먹으면 정말 맛난다. 보통 기분에 따라 [브루스 리] 하나에 [우육면], 혹은 [소룡포] 하나에 [우육면]을 먹고 온다. 그러면 2만 원으로 한 끼 해결 가능하다.
이어서 나온 우육면. 이곳 우육면은 고기가 많지 않다. 이후에 생긴 대만식 우육면 맛집들을 찾아갔는데 비로소 이 집의 실체를 알고 깜짝 놀랐다. 여러 추천을 받은 집들을 찾아가고 그곳 우육면들을 먹었지만 결국에 나는 이곳을 찾아오게 되었다. 특유의 "마"한 맛이 계속 입맛을 끌어당기는 매력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육면을 먹을 때 보통 진한 맛을 먹는다. 나중에 마라탕이 등장하고 나서야 이곳 우육면 맛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 그전에는 이것은 전혀 생전 먹어보지 못한 맛이었다.
처음 먹으면 이 맛, 저 맛도 안나고 그냥 뜨뜻한 기름을 먹은 것 같다. 그런데 먹으면 먹을수록 마한 맛과 고기 육수의 진한 맛이 입 안에 가득 풍겨온다. 굵은 면과 두툼하게 잘린 고기들을 먹으면 마침내 국물을 계속 퍼먹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맛이 호불호가 있었다. 특히 다음에 기회가 되면 소개할 [우육면관]과 같은 곳에서 먹고 나면 여긴 바가지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게 된다. ㅋㅋㅋ 그래서 난 처음 길들여진 내 입맛을 탓하며 일 년에 한 번은 이곳에서 우육면을 사 먹곤 한다.
이 날은 뒤늦게 소룡포를 시켰다. 지인은 먹어보고 시큼한 맛이 난다며 상한 것이냐 물어봤다. 그래... 사실 소룡포는 딘타이펑에서 먹어보고 다 비슷한가보다 싶었기에 지인에게 그런 맛이라고 이야기해 줬다. 하지만 내심 그러지 않길 바라기도 했다. ㅋㅋㅋ
맛있는 집이다. 그렇지만 호불호가 강하다는 점. 그리고 이곳은 직원이 불친절한 곳으로도 유명하다는 점이다. 실제 [브루스 리]의 경우 완전히 잘리지 않은 것 같아 다시 잘라달라고 직원에게 요청했다. 그런데 잘렸는데 왜 그러냐는 핀잔을 들어야 했다. ㅋㅋㅋㅋ 세상 참... 간 내놓고 장사하는 곳이 아닌가 싶기도 할 때가 있다. 뭐 암튼 그렇다.
내겐 추억이고 나만의 서사가 있었던 곳인 [브루스 리]. 청담동에 본점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그곳이랑 여기, 서로 맛이 다르다. ㅋㅋㅋㅋ 이것도 놀랄만한 사실. 청담동 본점에서 우육면 먹고 어? 그 맛이 아닌데 하고 놀라서 다시 이곳을 찾아오게 된 것은 내게만 유명한 일화다. ㅋㅋㅋㅋ 혹시 가게 되면 다른 요리류를 시켜 먹는 것도 권하고 싶다. 요리류에 대한 평가는 그래도 좋은 편이니까.
3. 간략 평가(10점 만점)
맛 : 9점
양 : 5점
가격 : 5점
친절함 : 1점
깨끗함 : 5점
특이한 맛 : 9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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