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들어가는 이야기
저녁에 오랜만에 아는 동생과 만나서 라멘을 먹으러 갔습니다.
원체 맛에 둔감한 녀석인데 이곳 라멘을 먹어보더니 감탄을 하더군요.
처음 먹을 땐 미소가 좋다고 권했더니 다섯 가지 맛이 난다며 음미를 하는데...
이렇게 진지한 녀석이었나? 싶어서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간만에 만나니 또 그때가 생각나네요.
1. 젊음은 힘든 것이다
들어보니 혼자 힘에 버거울 땐 가끔 들렸다고 하네요.
뭔가에 애정을 쉽게 쏟는 녀석은 아니었던지라 또 한 번 놀랐습니다.
그런 적이 있냐고 물어보니 가끔 생각났다고 하네요.
혹은 너무 힘들거나 지칠 때 생각이 나서 먹게 되었다고 합니다.
일본 라멘은 그 특유의 진한 육수가 일품이라 할 수 있는데요.
한때는 어리석게도 우리나라엔 이런 육수를 쓰는 라면이 왜 없을까 라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돼지뼈를 오래도록 우려 만든 육수에 다양한 토핑이 어우러진 맛은...
해장국 집에 간혹 있는 뼈해장국 라면과는 또 다른 맛이었지요.
오래도록 조리한 육수에선 느낄 수 있는 무언가 깊은 맛이 있기 마련인데요.
일본 라멘에선 그런 맛이 느껴졌습니다.
이 녀석이랑은 촬영일을 배우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회사랑 집이 꽤 멀었는데 불평 없이 우직하게 다니는 게 대단해 보였죠.
이젠 그 모습이 듬직한 데다 만나면 만날수록 진국처럼 우러나오는 인품에 지금까지 연락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여자 친구를 만들려고 노력 중이라는데...
누군가 짝이 있다면 참 좋겠네요.
손꼽히는 라멘 명가가 곳곳에 있고 여긴 소노야 같은 프랜차이즈라 그 맛이 떨어질 수 있는데
추억이 서린 곳이라 그런지 한 그릇 뚝딱 비웠습니다.
예전엔 라멘 한 그릇도 부족해서 미니 규동을 시켜 먹었는데
이제 나이가 먹었다고 라멘만으로도 양이 딱 적당하네요.
항상 이곳엔 근처에 사는 학생들이 들려서 특유의 활기가 느껴지는 곳인데요.
그새 나이가 들었다고 저 혼자 어색함을 느꼈네요.
어느새 각기 주문한 미소 라멘을 받아 들고 텅 비워버렸습니다.
먹성도, 국물을 싹 다 비워 그릇 바닥이 보이는 것도 여전한데
제가 느낀 어색함은 무엇이었을까요.
2. 기억이 맛집을 만드는 것인지도
좁은 가게와 기름 떼가 덕지덕지 묻은 바닥과 테이블.
어느덧 이곳도 노포 축에 들어가는 것일까요?
예전엔 점보 라멘 챌린지도 있었던 것 같은데
그 벽은 오래된 단골이나 기억하는 추억이 되고 사라졌습니다.
예전엔 이런 것도 있었는데 이젠 없다.
무심코 나눈 대화 속에서 함께 지내온 시간들이 묻어있네요.
이 라멘집에서 저는 대학교 후배들과 함께 먹기도 하고
썸을 타던 그녀와 함께 오기도 하고
이젠 이 녀석과 함께 와서 아내는 면을 싫어한다고 투덜대며 먹고 있네요.
나중에 제 자식이 생기면 그때 데리고 오면 또 어떨지 궁금합니다.
그땐 아빠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눌 수 있을까요?
시간을 먹으며 이 가게도 오래 남기를 희망합니다.
3. 간략 평가(10점 만점)
맛 : 6점
양 : 5점
가격 : 5점
친절함 : 6점
깨끗함 : 4점
특이한 맛 : 3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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