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을 찾아 떠나는 여행

(봉천동) 카도야라멘

제시안 2021. 5. 21.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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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들어가는 이야기

 

※ 이미지 출처 : 구글

저녁에 오랜만에 아는 동생과 만나서 라멘을 먹으러 갔습니다.

원체 맛에 둔감한 녀석인데 이곳 라멘을 먹어보더니 감탄을 하더군요.

처음 먹을 땐 미소가 좋다고 권했더니 다섯 가지 맛이 난다며 음미를 하는데...

이렇게 진지한 녀석이었나? 싶어서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간만에 만나니 또 그때가 생각나네요.

 

1. 젊음은 힘든 것이다

 

들어보니 혼자 힘에 버거울 땐 가끔 들렸다고 하네요.

뭔가에 애정을 쉽게 쏟는 녀석은 아니었던지라 또 한 번 놀랐습니다.

그런 적이 있냐고 물어보니 가끔 생각났다고 하네요.

혹은 너무 힘들거나 지칠 때 생각이 나서 먹게 되었다고 합니다.

 

일본 라멘은 그 특유의 진한 육수가 일품이라 할 수 있는데요.

한때는 어리석게도 우리나라엔 이런 육수를 쓰는 라면이 왜 없을까 라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돼지뼈를 오래도록 우려 만든 육수에 다양한 토핑이 어우러진 맛은...

해장국 집에 간혹 있는 뼈해장국 라면과는 또 다른 맛이었지요.

오래도록 조리한 육수에선 느낄 수 있는 무언가 깊은 맛이 있기 마련인데요.

일본 라멘에선 그런 맛이 느껴졌습니다.

 

이 녀석이랑은 촬영일을 배우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회사랑 집이 꽤 멀었는데 불평 없이 우직하게 다니는 게 대단해 보였죠.

이젠 그 모습이 듬직한 데다 만나면 만날수록 진국처럼 우러나오는 인품에 지금까지 연락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여자 친구를 만들려고 노력 중이라는데...

누군가 짝이 있다면 참 좋겠네요.

 

가벼운 마음으로 먹을 수 있는 미소 라멘

손꼽히는 라멘 명가가 곳곳에 있고 여긴 소노야 같은 프랜차이즈라 그 맛이 떨어질 수 있는데

추억이 서린 곳이라 그런지 한 그릇 뚝딱 비웠습니다.

예전엔 라멘 한 그릇도 부족해서 미니 규동을 시켜 먹었는데

이제 나이가 먹었다고 라멘만으로도 양이 딱 적당하네요.

항상 이곳엔 근처에 사는 학생들이 들려서 특유의 활기가 느껴지는 곳인데요.

그새 나이가 들었다고 저 혼자 어색함을 느꼈네요.

 

어느새 각기 주문한 미소 라멘을 받아 들고 텅 비워버렸습니다.

먹성도, 국물을 싹 다 비워 그릇 바닥이 보이는 것도 여전한데

제가 느낀 어색함은 무엇이었을까요.

 

2. 기억이 맛집을 만드는 것인지도

※ 이미지 출처 : 구글

좁은 가게와 기름 떼가 덕지덕지 묻은 바닥과 테이블.

어느덧 이곳도 노포 축에 들어가는 것일까요?

예전엔 점보 라멘 챌린지도 있었던 것 같은데 

그 벽은 오래된 단골이나 기억하는 추억이 되고 사라졌습니다.

 

예전엔 이런 것도 있었는데 이젠 없다.

 

무심코 나눈 대화 속에서 함께 지내온 시간들이 묻어있네요.

이 라멘집에서 저는 대학교 후배들과 함께 먹기도 하고

썸을 타던 그녀와 함께 오기도 하고

이젠 이 녀석과 함께 와서 아내는 면을 싫어한다고 투덜대며 먹고 있네요.

나중에 제 자식이 생기면 그때 데리고 오면 또 어떨지 궁금합니다.

그땐 아빠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눌 수 있을까요?

 

시간을 먹으며 이 가게도 오래 남기를 희망합니다.

 

 

3. 간략 평가(10점 만점)

맛 : 6점

양 : 5점

가격 : 5점

친절함 : 6점

깨끗함 : 4점

특이한 맛 : 3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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