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에 담긴 이야기/최근 본 영화 감상

[#리뷰] 응답하라 1997 - 풋풋한 감성들이 가득한 여성향 로맨스

제시안 2024. 9. 12.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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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용 안에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은지원, 최시원 등등 놀라운 캐스팅으로 가득하다.

 

0. 들어가는 글

[응답하라] 시리즈가 나온 것이 언제인가... 한참이나 철 지난 드라마를 보고 왔다. 드라마도 유행이 있어서 시절을 지나가서 보게 되면 돈도 안 되고, 너무 낡은 감성에 사람들은 시시하다고 느낀다. 실제로 보면서 느끼는 것은 여러 가지 어색하거나 이제는 유치하게 느껴지는 연출들이었다. 이 드라마가 특히 예능 만들던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드라마라 어색함은 어쩔 수 없었을 수도 있지만 시간이라는 것이 주는 어색함은 지울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보게 된 것은 어쩌면 내가 [응답하라]를 보게 되는 나이가 된 것인지도 모른다. 실제 [응답하라] 시리즈는 40대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는 뉴스가 기억난다. 막 40에 들어서서 이 시리즈를 본다는 것은 또 이상하게도 맞는 현상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응답하라 1997]은 예능으로 이미 정상 궤도에 선 PD와 작가들이 의기투합하여 만든 드라마다. 배우들도 신인들이 대거 출연하였고, 그래서 다소 어색한 연기들도 있지만 그 풋풋함들이 가득한 드라마다. 심지어 내용조차도 풋풋하던 시절에서 어른이 되어 첫사랑을 이룬다는 그런 내용이라 여러 가지로 풋내 가득한 드라마가 아닐 수 없다. 이미 지나가버린 인기 드라마라 리뷰할 거리도 별로 없지만 그래도 여러 감상들을 남겨본다.

 

 

1. 옴니버스 형식이란 독특한 설정

 

시간은 과거와 현재, 그보다 더 과거를 오가며 진행된다.

 

드라마는 초반에 몇몇 주제들을 중심으로 옴니버스 형식으로 진행된다. 마치 시트콤처럼 말이다. 다만 시간이 계속 왔다갔다 하는 점이 있어서 다소 복잡하다고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다. 모든 시간들을 꽉 잡아 전체 서사를 이끌어가는 것은 나이 서른이 되어서 동창회를 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을 통해서 새로운 인물들도 등장시키고 새로운 이야기 주제도 끌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외에는 시간이 뒤죽박죽 마음대로 흘러간다. 그래서 오른쪽 하단에 끊임없이 어떤 시기인지 알려주는 자막이 등장한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굉장히 불편하다. 보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시간이 오고 가기 때문에 집중력이 자꾸 흐트러지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드라마는 정통적인 드라마 장르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신선하면서도 다소 불편한 형식의 드라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면에서는 이 옴니버스라는 형식이 이 드라마의 특징을 잘 살리는 계기가 되었다고 본다. 이유는 동창회에 모여서 서로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 이야기와 관련된 에피소드들을 던져서 풀어가는 것이 괜찮은 설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이야기의 시점들은 중구난방이 될 수밖에 없고, 그 에피소드들의 배경까지 설명하려고 하면 더 시간을 돌리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이 설정은 드라마의 전체적인 구성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과거를 함께 공유하고 있는 시청자들과 추억을 회상한다는 면에서 본다면 옴니버스 형식이 먹힌다. 드라마에서 시간 순서로 끌어가는 이유는 전반적인 시대에 대한 이해와 캐릭터에 대한 이해, 그리고 공감을 끌어내기 위함이다. 하지만 상황 설정 자체가 동창회에서 수다 떠는 스타일이라고 한다면, 그리고 함께 그 시절을 향유했던 시청자층이라면 그저 이렇게 툭, 저렇게 툭 꺼내는 이야기들이 별로 부담스럽지 않게 받아들여질 것이다. 대표적으로 HOT나 젝스키스, 이 두 팬덤의 갈등, 팬픽 등 당시 고등학교를 보낸 시청자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소재들로 가득 차 있다. 그렇기에 여느 로맨스 드라마와 다른 전략을 통해 특이성을 어필하여 시청자들에게 어필한다는 점에서 성공한 전략이 아닐 수 없다.

 

 

2. 여성적 감수성이 가득한 드라마

 

어려운 연기를 그래도 잘 했다.

 

로맨스 드라마가 그렇듯 이 드라마 역시 여성 시청자를 타깃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래서 이야기 자체는 순정만화의 그것과 특별히 다를 것 없이 진행된다. 뭐 없이 깨방정 떠는 여자 주인공을 전교 1등에 뭇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동갑내기와 너무 잘나서 모자란 것 없는 그 형이 동시에 좋아한다는 설정 자체는... 심지어 그 동갑내기를 좋아하는 동성의 친구까지... 만약 순정만화를 조금이라도 봐서 내성이 있는 남성이라면 겨우 볼 수 있겠지만 아니라면 금방 채널을 돌려버릴 내용이다. 

 

특히 이런 설정은 사실 좀 과도한 내용도 넣어버렸는데 형은 주인공의 언니를 과외해 주던 선생이었다. 그러다 서로 좋아하게 되어서 연애를 했는데 그만 언니가 사고로 죽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에 형은 오래도록 언니를 잊지 못하고 마음에 품고 있었는데, 주인공이 고3 수능을 치는 그때 갑자기 좋다고 고백을 한다. 심지어 형은 주인공과 동생이 다니던 학교의 선생이었는데 말이다. 고3 수능을 치는 그때 사직서를 내고 주인공에게 고백을 한다니... 사전에 형의 심정의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 가운데 갑작스럽게 펼쳐지는 이 광경에 왜 이렇게까지 라는 생각이 들었고, 보기가 힘들었다. 

 

이런 형의 마음은 꽤 오래도록 유지되다가 나중에 동생이 주인공을 좋아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마음을 바꾸게 된다. 이것 역시 좀... 여성들이 원하는 판타지적인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의 동생을 위해서 자신이 오래도록 품고 있던 연민의 정을 과감하게 포기하는 형의 모습이라니... 순정만화에서나 볼 수 있을 그런 내용이 아닌가? 이런 부분들을 캐치할 때마다 보기 어려운 면이 있었고, 공감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3. 예전엔 이란 말로 전해지는 이야기

 

그 시절을 그대로 녹여놓은 인물관계도

 

언제부턴가 우리는 옛날엔, 나땐 이야기를 하면 꼰대로 통하게 되었다. 워낙에 변화하는 시대상을 감지 못하고 자신의 젊었던 적 이야기만 하는 에고가 강한 어른들 때문에 생긴 일이다. 그들의 경험이 소중한 자산이 되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것만 옳다고 우기게 되면 답이 없는데... 여튼 꼰대라는 이야기로 인하여 우리는 또 한 차례 좋은 자산들을 이어받지 못하고 상실할 위기에 놓여 있다. 

 

드라마를 통해 보는 여러 시대적인 모습들은 결코 필자에겐 낯설지 않은 풍경들이었다. 막 나온 핸드폰 하며, 야자 하는 모습, 빠순이들의 한심스런 모습들, 노래방 등등. 그 시절에만 향유할 수 있는 문화였고, 풍경이었다. 이런 풍경들을 통해 오늘날 전해줄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까? 없을 것이다. 노래방에서 어떻게 하면 여자를 꼬실 수 있고, 이런 게 요즘에 먹힐법한 기술일까? 아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를 통해서 보여지는 것은 다른 것이 있다.

 

바로 사람과의 정과 이제는 볼 수 없는 그 시절 우리들의 모습이다. 사회는 점점 각박해지고, 돈에만 찌들어서 애 낳는 것까지 돈으로 계산하는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친구의 자식도 내 자식처럼 길러주는 그런 정이 남아있던 시대였다. 분명 이런 정들, 이런 좋은 모습들이 남아서 전해질 수 있었을 텐데 우리는 대체 어떤 시대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드라마를 통해서만 볼 수 있는 인간미 넘치던 시절의 이야기는 더 이상 볼 수 없는 것인지 궁금하다. 다시 회복해야 하는 우리네 정과 삶의 모습들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는 드라마다. 

 

4. 마무리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젊은날에 대한 이야기

 

[응답하라]를 통해서 보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정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아니었을까? 아니면 풋내가 가득했던 우리의 어렸던 모습들, 젊었던 모습들을 다시 복기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을까? 사실 젊어진다는 것은 어려운 것은 아닌데... 너무나 많은 것들을 알게 되어서 다시는 처음에 느꼈던 싱그러움과 신비로움을 느낄 수 없게 되어 내적으로 확 늙어버린 것은 아닐까? 

 

이제는 낡은 감성의 드라마로 남아버렸지만 다시 보면서 느껴지는 그 감정은 또 무엇인지... 오징어 하나 씹으면서 뭐 저렇게 연출했데, 연기력은 전혀 나아지지 않는구나 푸념하면서 봤던 드라마에 대한 간략한 리뷰를 남겨본다. 시간이 또 흐르면 지금을 향수하는 시간이 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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