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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대탈출 - 잘 나가는 조합만 버무러진 색다른 예능

제시안 2024. 8. 26.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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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들어가는 글

 

한국 예능에 잘 나가는 코드들만 모아져 잘 버무러진 색다른 예능이 있다. 관찰, 힐링, 여행, 체험을 벗어나서 오직 탈출만이 목표인 예능이다. 바로 [대탈출]이 그것이다. [더 지니어스 게임], [여고추리반] 등으로 유명한 정종영PD가 야심차게 제작한 프로그램인 [대탈출]은 이미 제작비로도 유명새를 높이고 있다. 나영석이 벌고 정종영이 쓴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면... 그만큼 거대한 프로젝트이며 한국 예능판에 색다른 판을 깐 프로그램이 바로 [대탈출]이다. 

 

이번에 기회가 되어 시즌 1에서 시즌 4 마지막 회차까지 정주행하고 느낀점들을 간략히 정리해봤다. 

 

 

1. 미지의 장소에서 수수께끼를 풀어 탈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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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구글

눈을 가린 채 미지의 장소로 향하는 여섯 남자들!

 

[대탈출]은 방탈출에서 모티브를 잡은 예능 프로그램이다. 6명의 출연진은 프로그램 오프닝 후 미지의 장소로 보내진다. 이때 어디로 가는지, 그곳이 어딘지에 대한 정보는 전혀 공유되지 않는다. 미지의 장소에 도착해서 출연진은 안대를 쓰고 특정한 장소에 보내지고 그곳에서 안대를 벗으며 게임이 시작된다. 출연진이 도착한 미지의 장소에 있는 수수께끼를 풀어 탈출하는 것이다. 

 

굉장히 독특한 이 소재는 많은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프로그램에는 시청자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가 가득 담겨 있었다.

 

먼저는 추리다. 출연진은 미지의 장소에서 탈출을 시도하며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끊임없이 추리를 한다. 이곳은 어디인가? 왜 우리는 이곳에 있는가? 이 단서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어떻게 이곳을 탈출할 수 있는가? 출연진의 고민은 곧 시청자의 의문이기도 하다. 출연진이 추리를 통해 미지의 장소에 감춰진 비밀을 밝혀낼수록 시청자들 역시 같은 의문에서 해소되는 것이다. 결국 출연진의 노력과 의문, 추리를 통해 발견한 사실들에 집중하면 할수록 시청자는 빠른 속도로 이 프로그램에 동화되고 집중하게 된다. 

 

둘째는 탐험이다. 출연진은 미지의 장소에서 탈출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미지의 장소에 있는만큼 이들의 노력은 모두 다 도전이라 할 수 있고, 이 도전은 새로운 장소에 대한 탐험으로 이어진다. 폐쇄된 병실, 귀신이 나오는 집, 어두운 별장, 폐쇄된 놀이공원 등등 모든 곳들이 다 새로운 탐험의 무대가 된다. 시청자는 출연진과 함께 이 탐험의 묘미에 푹 빠져들게 된다.

 

셋째는 이야기다. 집 한 채에 덩그러니 단서들을 놓고 탈출해라 하는 단순한 짜임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되지 않는다. 각각의 장소는 숨겨진 이야기를 품고 있다. 이것은 배경서사로, 출연진이 탈출하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이 배경서사는 점점 더 명확해진다. 단서들은 단지 미지의 장소를 탈출하는 매개체만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배경서사에 더 몰입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로서도 충분히 역할을 하는 것이다. 출연진은 이 단서들을 통해서 이야기에 점점 더 빠져들게 되고, 시청자 역시 자연스럽게 숨겨진 이야기를 하나씩 펴보는 재미에 빠져들게 된다.

 

넷째는 진정한 리액션인다. 출연진 역시 자신이 처한 상황들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단서를 발견할 때, 배경서사에 대해서 알게 되었을 때, 문제를 해결했을 때, 위기에 처했을 때 진짜 리액션을 하게 된다. 문제를 풀면 정말 좋아하고, 갑자기 좀비를 보면 정말 놀라서 비명을 지르고, 새로운 장소를 보면 신기하게 쳐다보고... 이런 리액션들은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어서 프로그램에 대한 진정성을 한껏 느끼게 해주는 역할을 했다. 그리고 억지로 웃기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상황들 속에서 나오는 웃기는 상황들로 찐 웃음을 선사해 줬다.

 

 

2. 출연진의 절묘한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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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구글

맨 마지막 탈출 성공 후 외치는 이 장면은 그 무엇보다 후련하다!

 

[대탈출] 출연진은 어떻게 될까? 강호동, 김종민, 김동현, 신동, 유병재, 피오. 이렇게 여섯 명의 남자가 출연진이다. [대탈출]은 미지의 장소에서 탈출하는 프로그램인데 이들의 조합은 뭔가 신선했다. 실제 신동은 자기를 위한 프로그램인 것 같다고 할 정도로 [대탈출]에서 온갖 퀴즈(문제)들을 해결하며 선전한다. 유병재 역시 뛰어난 지적 능력으로 암산은 물론 추리하고 배경서사에 감춰진 비밀을 탐색하는데 놀라운 능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강호동, 김종민, 김동현, 피오는 과연 어떤 역할을 할까? 사실 시즌 1의 1회를 보면서 그런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이게 참 웃긴 게 이들이 하나같이 각자의 역할이 있었고 그 역할은 자연스럽게 드러났으며 정착이 되었다. 물론 각자는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저항하는 경우도 있었다. 서로 문제를 더 잘 푸는 역할을 원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탐욕스러운 모습도 보이고, 시기하거나 질투하는 모습도 보여줘서 더 큰 웃음을 주기도 했다. 본연의 피지컬적인 역량 때문인지 결국 한계를 보이는 모습을 보였지만 말이다.

 

강호동은 프로그램 전반을 이끌어주고, 출연진들에게 끊임없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일깨워주는 역할을 했다. 소위 맏형의 역할을 제대로 한 것이다. 다들 겁이 나서 움직이지 못할 때 먼저 나서는 역할도 하고, 의견을 정리하고, 힘을 써야 할 때 먼저 나서는 등의 활약을 펼쳤다. 

 

김종민은 겁이 없어서 그런지 어디든 용감하게 전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뜬금없이 핵심적인 단서를 너무 쉽게 발견해서 별명도 발견좌였다. 제작진도 놀라고, 시청자는 더 놀랬다. 오죽하면 김종민을 보면 이거 짠 거 아냐?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이유는 김종민의 지적 능력에 비해 단서를 발견하는 능력이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하기 때문이다. 소위 이걸? 이런 생각이 들 정도다. 프로그램 내내 특유의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언변들이 나오기는 하지만, 그래도 착하고 순수한 이미지, 모두가 깜짝 놀라는 활약을 보여줬다. 

 

김동현의 경우는 굉장히 진중해 보이지만 무서운 것에는 한없이 나약한 모습을 보여줬는데 그게 큰 웃음을 줬다. 진짜 일부러 하라고 해도 못할 몸개그가 놀라고 무서울 때 본능적으로 튀어나왔다. 그 모습이 정말 웃겼다. 그런데 점차 각성하더니 순간적인 기지로 머리를 써서 문제도 푸는 등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피오는 다소 활약이 부족하지 않나 싶지만 감초와 같은 역할을 했다. 형들을 잘 도와주고, 잔심부름도 잘하고, 뭐 그런 역할을 했다. 신동이나 유병재처럼 활약을 펼친 것도 아니고, 김동현처럼 깜짝 웃음을 주는 것도 아니었지만 프로그램 내내 윤활유와 같은 역할을 했다. 그래서 언뜻 보기에 두드러지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피오가 없었다면 좀 심심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처럼 각 출연진은 굳이 캐릭터를 잡아준 것도 아닌데 탈출하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캐릭터가 잡혔다. 이것은 순수한 이들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신동은 퀴즈는 잘 풀지만 완전한 어둠에는 맥을 못 추고, 김동현은 용감하지만 겁이 많고, 김종민은 겁이 없어서 민폐를 끼치는 것은 아닐까 하는데 의외의 발견과 활약으로 큰 재미를 주는 등. 각자가 자신의 단점과 장점이 있고, 이것이 자연스레 드러나면서 이것들을 서로 보완해 주고 극대화시켜 주며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을 보면 모두가 다 소중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3. 출연진과 시청자의 갭이 불러온 비극

이런 무서운 장면도 자주 나오는... 놀라운 프로그램...

 

다만 이 프로그램은 굉장한 문제가 발생했고, 그 문제를 끝내 해결하기 어려웠다. 그것은 바로 출연진과 시청자의 갭이다. 어떤 갭인가 하면, [대탈출]에서 펼쳐진 각각의 에피소드들에 대한 이해와 몰입도의 차이였다. 이것으로 인해 [대탈출] 나무위키에는 온갖 적색선전으로 도배되는... 상황이 되었다. 

 

[대탈출]은 몇몇 에피소드들은 하나의 세계관을 공유한 상황에서 진행되었다. 이것은 꽤 괜찮은 방법이었다.

첫째는 제작진의 부담을 줄여주는 역할을 했다. 예를 들어 시즌 1 폐병원 에피소드는 시즌 2 희망연구소와 연결되는데 이때 이미 만들어준 세계관과 인물들 등을 그대로 끌어 쓸 수 있기 때문에 제작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다.

둘째는 출연진들에게 탈출에 더 몰입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출연진들 역시 매번 다른 장소, 다른 이야기에 몰입하게 되면 아무래도 피로감을 내비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어지는 이야기 속에서 진행되는 것이라면 이전 기억과 맞물려서 더 몰입할 수 있게 도와줘 훨씬 진행의 부담이 적어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오히려 흥미롭게 접근하는 경우도 있었다.

셋째는 시청자들에게 더 큰 재미를 안겨줬다. 이전 회차들을 기억하고 있던 상황에 새로운 장소가 이전 회차와 연결된다면... 이것은 또 새로운 재미를 선사해 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전에 다 풀리지 않았던 떡밥들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고, 이전 회차에서 재밌었던 장면들도 생각나고 하면서 [대탈출]에 더 몰입하게 해주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문제는 출연진에게는 이것이 다른 한편으로 부담으로 작용했다. 강호동과 김동현 같은 경우 많은 프로그램들을 출연하고 있어서 모든 것들을 기억하기 힘든 면이 있었다. 스케줄도 많은 상황에 자신이 출연한 프로그램들을 일일이 다 본다는 것은 쉬운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출연진마다 이전 회차에 대한 기억이 천차만별이었다. 그렇다고 출연진에게 이전 회차들을 숙지해야 한다고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다 보니 유병재는 끊임없이 이전 회차와 연결되는 지점들을 설명해 주는 역할을 할 수밖에 없었다.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이것이 꽤나 난감한 부분이었다. 시청자들에게는 연결된 에피소드들로 이어질 수 있는데, 출연진은 늘 새로운 곳에 도착한 것처럼 행동하니 말이다. 물론 그것이 이 프로그램의 컨셉이긴 한데, 이전에 자신들이 활약하고 풀었던 문제들, 발견한 이야기마저 잊어버린 것 같은 행동은... 아무래도 이 프로그램에 몰입해 있는 시청자들에게는 큰 실망을 안겨줬을 것이다. 그래서 팬덤이 커지면 커질수록 이 부분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져갔던 것 같다. 

 

4. 마무리

시공간을 넘나들던 탈출 예능은 이 프로그램이 최초다.

 

이미 2018년 방영을 시작하여 2021년 시즌 4 이후 사실상 종영이 된 프로그램이다. TVING에서 돌려보면 모를까, 재방송을 해줘서 보면 모를까 이 프로그램은 더 이상 볼 일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한국 예능에 새로운 가능성을 알려준 작품이고, tvN을 또 한 번 도약하게 만든 프로그램이 아닐까 한다. 

 

아쉬운 점은 이 프로그램이 가진 특성을 좀 더 살릴 수 있는 방향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내내 연기자들 뿐만 아니라 일반인 출연에 대해서도 고민을 했다. 아무래도 연기자들은 방송에 익숙한지라 조작이나 사전 연출 협의에 대한 논란이 없을 수 없다. 그러나 일반인들은 방송시스템에 미숙하다 보니 그런 부분에서도 훨씬 논란이 적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그렇지만 시즌 4까지 이어지는 내내 큰 즐거움을 준 프로그램이다. 탈출이라는 테마 한 가지로 이렇게 많은 회차가 제작된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연애예능, 관찰예능에 지쳤다면 이 프로그램을 봐도 좋다 생각한다. 이 프로그램 역시 관찰예능의 느낌이지만, 남들 놀고 힐링하는 거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긴장감 넘치는 내용들로 가득하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즐거움에 빠지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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