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간단하게 정리해 보는 서지정보
저자 : C. V. 웨지우드
출판사 : 휴머니스트
발매연도 : 2011년
분량 : p. 727
분류 : 전쟁사
목적 : 30년 전쟁사 공부
판매링크 : https://www.yes24.com/Product/Goods/5224707
0. 들어가는 말
"30년 전쟁"이란 말이 생소할 것이다. 보통 백년전쟁은 많이 알고, 대중적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30년 전쟁보다는 종교 개혁에 더 초점이 맞춰져서 배우는 것으로 안다. 여기에 영미사관이 주가 되어 있는 한국에서는 특히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스페인 등의 역사에는 다소 지식이 미흡한 것도 사실이다.
"30년 전쟁"은 독일에서 말 그대로 30년 간 이루어진 전쟁이다. 처음에는 신교와 구교의 갈등으로 시작된 전쟁이 점차 프랑스, 스웨덴, 스페인이 개입하여 국제전의 성격을 띠며 비극이 걷잡을 수 없게 커진 전쟁이다. 30년의 시간 동안 독일은 이 전쟁으로 전 국토가 유린당했다. 책을 통해서 본 사실이지만 이때 진 빚을 무려 200년 간 납부하는 도시가 있었다고 하니 그 고통의 크기가 상상을 초월한다. 전쟁이 끝나자 일부에서는 평화에 기뻐했지만, 일부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막막했다고 한다. 어떤 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전쟁이 시작되어 평생을 이 전쟁과 함께 살아오다가 갑자기 평화가 이루어져 뭘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공황을 마주하기도 했단다.
이런 비극적인 이야기가 총 망라된 역사책, [30년 전쟁]. 한국에서는 다소 생소한 이 역사를 완역된 책을 통해 접할 수 있었다. 양질의 책이었고, 동시에 많은 인사이트도 선사해 준 책이었다.
1. 그래서 이 책을 추천합니다
- 전쟁을 하면 안 되는 이유가 총망라 된 책
전쟁사라고 하면 전투에 대한 이야기만 가득한 책으로 보기 쉽다. 이 책 역시 "30년 전쟁"의 시작과 진행 과정, 그리고 어떻게 마무리되었는지를 소개하는 책이다. 그렇지만 전투에 대한 내용은 많지 않다. 그리고 전투에 대한 서술 역시 여느 전쟁사 책처럼 굉장히 디테일하지 않다. 그저 감상적인 내용이 아닌가 싶은 정도로, 그리고 전쟁터의 분위기를 알 수 있는 정도로만 기록이 되었다. 어떤 전투에 대해서는 그나마 좀 자세한데 이유는 그 전투에 참여한 인물들을 이해하는데 꼭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책은 전쟁이 가져온 비극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서술한다. 물론 전쟁사는 곧 정치 행위에 대한 내용이 총망라된 책이기 때문에 권력을 가진 몇몇 개인들에게 집중되어 서술될 수밖에 없다. 이 책 또한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다른 책들과 달리 이 책은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에게 날 선 비판의 시선을 보내서, 누구 하나 온전히 칭찬만 듣는 경우는 없다. 이 부분이 저자가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이고, 이는 책 서두와 결말에 남긴 내용이기도 하다. 전쟁은 해서도 안 되고, 있어서도 안 된다는 점이다. 전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30년 전쟁 이후 독일의 상황은 더 안 좋아졌지, 나아지지는 않았다. 이때의 여파로 북독일과 오스트리아는 분리되었고, 식민지를 확보하는 대열에 늦게 참여하게 되었으며, 이로 말미암아 독일이 가지게 된 열등감은 결국 제 1, 2차 세계대전을 불러일으켰다. 비극이 비극을, 또 다른 비극을 불러낸 셈이다. 이런 것들을 생각해 보면 저자의 의견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 비로소 시작된 근세, 그 시작점 "30년 전쟁"
"30년 전쟁"은 여러 의미로도 역사에 큰 변곡점을 남긴 전쟁이기도 하다. 절대왕정으로 나아가고 식민지 개척에 열을 올리던 영국, 프랑스, 스페인과 달리 독일은 여전히 중세 위계 질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전쟁을 계기로 독일의 소국들도 개별적인 나라로 인정받게 되면서 독일 역사가 크게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뿐 아니라 이 당시는 용병과 냉병기, 즉 칼과 창에만 의존하던 전쟁이 점차 상비군과 열병기, 즉 총과 대포에 의존하는 전쟁으로 변화하던 시기다. 30년 전쟁의 여파 중 하나는 수많은 용병들이 전쟁 후에도 독일 전역을 누비고 다녀 큰 사회 문제를 일으켰다는 점인데, 이로 인해 상비군 체제로 완전 전환하게 되었다. 30년 전쟁만 하더라도 창과 총을 함께 쓴 '테르시오'라는 전법이 크게 유행하였는데 스웨덴과 네덜란드에서 일으킨 전법의 개선으로 총과 대포가 중심이 되는 전쟁으로 전환하게 되었다.
30년 전쟁의 이런 변화는 이 책에 자세히 서술되지 않았지만, 사람들의 의식이 어떻게 근세로 나아가는지 정도는 체크해 볼 수 있다. 이 책은 아무래도 전투에 집중한 책이 아니었고, 전쟁과 관련된 인간 군상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라 나오는 내용일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과도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의식과 심리, 그리고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인사이트도 얻을 수 있다.
- 전투보다는 사람에게 집중한 역사책
전쟁사 책인데 전법이나 무기체계, 전투의 진행 과정 등에 대해서는 놀라울 정도로 내용이 간략하다. 그저 이 역사에 휩쓸린 이들에게 시선이 집중되어서 그들이 어떻게 이 전쟁을 대하고, 살아가는지에 대한 내용이 주로 기록되어 있다. 그러다보니 이 책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선제후, 황제, 백작, 장군, 용병대장 등등의 직함을 들고 나오지만 나중에 놓고 보면 이들도 결국 여러 가지로 부족한 사람에 불과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그런고로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전쟁이 가지고 있는 참상과 그 어처구니없는 결과들, 그리고 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다수의 사람들과 정작 책임지는 것 같지만 책임지지 않는 전쟁을 일으킨 소수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그런 부분이 흥미롭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책은 워낙에 저자가 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강해서 의도적으로 짜여진 구성이라는 생각도 지울 수 없다. 결과적으로 객관적으로 30년 전쟁을 보기는 어려운 책이지만, 저자가 주는 메시지에 공감과 긍정적 태도만 있다면 이만한 책도 없다. 그런 면에서 특별한 책이기도 하지만, 그런 면에서 한계도 분명한 책이다.
2. 저자에 대한 소개
C. V. 웨지우드(1910 ~ 1997)는 영국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도공 조시아 웨지우드의 직계 후손으로 런던과 노스이스턴 철도의 경영자였고, 어머니는 소설가이자 여행 작가였다. 옥스퍼드대학교에서 근현대사를 전공한 뒤, 저술을 하였는데 그 책이 바로 [30년 전쟁]이다. 16~17세기 유럽사에 정통했던 그녀는 다양한 원본들을 직접 구하고, 찾아보며 이 책 저술을 위해 노력했는데 그 결과 서른 살이 되기 전인 1938년 이 책을 발간하게 되었다.
이 책 뿐만 아니라 다양한 책들을 저술하였으며, 영국에서는 유명한 역사가로 자리 잡게 된다. 그리고 이 공로에 힘입어 1969년 여성으로서는 세 번째로 영국의 문화 훈장인 메리트 훈장을 받았다.
3. 읽을 때 유의사항
신성로마제국에 대해서, 그리고 각 공국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 이해가 없다면 이 책은 굉장히 난해한 책이 될 수 있다. 어느 정도 유럽 역사에 관심이 있고, 여러 서적들을 통해 대략적이나마 유럽 역사에 대한 지식을 쌓은 후 이 책을 보는 것을 추천한다.
서술이 다른 역사책들과 달리 문학적이고 감상적인 부분들이 많다. 마치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때도 있다. 객관에 다가가려고 노력한 흔적들이 많이 보이지만 이 부분들은 아쉬운 점이고, 학술적인 역사서를 원하는 독자들이라면 감안하고 볼 필요가 있다. 다만 이런 서술은 다른 면에서 장점이 있는데 자신의 메시지를 표현하거나 비극적 상황에 몰입이 필요할 때 굉장한 효과를 발휘한다. 그런 점에서는 인정. 하지만 그 외에는 다소 주의하면서 봐야 한다.
번역은 눈에 거슬리는 점은 없으나 문맥에 대한 이해라는 측면에서 보면 굉장히 부실한 번역이다. 만연체는 그렇다 치더라도 주어부 수사가 너무 길어서 나중에는 이게 무슨 말인지 헷갈리는 경우들이 좀 있었다. 분명 문장을 보면 틀린 문장은 아닌데 길이가 너무 길어서 의미 전달에 실패하는 문장들이 여럿 있다. 그리고 저자의 독특한 서술 때문에 그런지 몰라도 인물들이 죽었다고 했는데 뒤에서 또 나와 헷갈리게 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이 경우 오역인가 싶어서 다시 찾아본 경우도 있다. 번역가에게는 쉽지 않은 번역이지 않았나 싶다.(크리스티안만 해도 세 명이 등장하는 책이니...)
일반 전쟁사 책과 달리 전투에 대한 비중이 적어서 전투 현장이 주는 긴장감과 박진감은 이 책에 등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안 그래도 혼란한 시기에 혼란한 서술들이 엉킬 때가 있어서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곧잘 졸게 되는 책이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고 보면 다양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고, 당시 살아가는 사람들의 치열함과 그들의 한계에 대해서도 파악할 수 있어서 여러가지로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
4. 점수(10점 만점)
충실함 : 9
유용함 : 8
책 디자인 : 6
소장가치 : 8
휴대성 : 2
번역 :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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