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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 열린책들 세계문학전집

제시안 2024. 8. 9.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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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간단하게 정리해보는 서지정보

 

 

저자 :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출판사 : 열린책들

발매연도 : 2009년 11월 10일

분량 : p. 289

분류 : 러시아소설

목적 : 고전 독서

판매링크 : https://www.yes24.com/Product/Goods/3620123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 예스24

안똔 빠블로비치 체호프는 현대 문학의 초석을 놓은 러시아의 작가이다. 현대의 단편소설은 체호프를 통해서 양식과 주제를 습득해 풍요로운 세계를 구축했고, 현대의 연극은 체호프의 새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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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들어가는 말

 

평소 소설을 읽다 보면 몰아치는 사건들과 그 속에 빠져 비탄에 빠진 주인공, 그리고 끝을 알 수 없는 위기의 순간들에 푹 빠지게 된다. 이런 가독성을 갖추고 있는 책들은 3, 400 페이지의 두께도 금방 읽어버리게 만들고, 10권이 넘는 책들도 순식간에 독파하게 만든다. 

 

그러나 오늘 소개하는 책은 그런 책이 아니다. 그저 소소한 일상의 여유로움과 적적한, 평화로움이 담긴 책이다. 일상에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의 사소한 갈등이 담긴 책이다. 그래서 보면 다소 아마추어적인 현대소설을 보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 책이 의미가 있는 것은 이 책을 쓴 작가는 실제로 현대소설의 대문호들이 참고한 소설들을 수없이 많이 쓴 작가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실력 있는 극작가로, 현대 희곡을 연 작가 중 한 사람으로 지목된다. 그래서 수많은 희곡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은 그의 작품을 꼭 보고 필사까지 하는 상황이다. 이런 대작가가 쓴 단편소설집,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을 오늘 소개해보려고 한다.

 

 

1. 그래서 이 책을 추천합니다

- 소소한 일상의 러시아, 그 속에서 발견하는 이야기의 즐거움

안톤 체호프의 여러 단편들에서는 굉장히 소소한 이야기들이 전개된다. 평범한 소시민들이 살아가며 겪는 일들이 디테일하게 기록되어 있다. 이야기들은 굉장히 촘촘하게 짜여 있고, 그러면서도 굉장히 사실적이다. 실제 소설 속에서는 변화하는 당시 러시아의 생활상과 그로 인해 혼란한 사람들의 심정까지 낯낯이 기록되어 있었다. 그래서 소설임에도 소설을 통해 당시 사람들의 감정선과 실생활의 모습들을 간접적으로 체험해 볼 수 있었다.

 

농노제가 해체되고 나서 오히려 삶이 힘들다고 투덜거리는 노인들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을 때는 좀 충격적이었다. 가난하고 가난한 삶이지만 오히려 농노로 있을 때 더 먹고살만했다는 이들의 증언과 그것을 자녀들에게 그대로 전하는 모습 또한 신기했다. 어쩌면 이런 가치관의 충돌이 오늘날에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는 것이고, 변화하는 세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 또한 그대로 기록되어 오늘날에도 큰 교훈을 주고 있다. 

 

또한 이야기 속 주인공들은 굉장히 일반적이고 서민적이다. 특별할 것 없는 사람이 그저 일상을 보내고 있다가 만나던 여자와 결혼을 하고, 그 여자와 관계가 흔들려 갈등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것이 뭔가 특별한 사건들이 아니다. 그저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나는 사람들의 소소한 고민과 관심사, 그리고 갈등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당대 사람들의 소소한 고민과 갈등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그 속에서 시공간을 뛰어넘어 인간에 대한 성찰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었다. 

 

- 비 아리스토텔레스적 서사가 주는 색다름

비 아리스토텔레스적 서사라고 하면 뭐랄까 좀 어렵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적 서사'라는 단어는 사실 없다. 그저 아리스토텔레스가 저술한 [시학]에 근거한 서사 전개 방법에 대해 필자가 붙여본 이름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비극 [오이디푸스]를 분석한 내용을 남겼다. 이 비극은 영웅이며 그리스 소도시의 왕인 오이디푸스가 도시에 퍼진 저주를 풀다가 자신의 출생의 비밀에 대해 알게 되는 내용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비극을 통해 다양한 연극 이론들을 남겼고, 이 연극 이론들은 고전이 되어 오늘날까지 많은 서사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소위 "발단 - 전개 - 위기 - 절정 - 결말"로 이어지는 극의 기본적인 구조도 여기서 나타난다. 어려운 이야기는 그만두고 가장 중요한 것은 "위기"와 "절정"이다. 오늘날도 다양한 극은 끊임없이 "위기"와 "절정"으로 향하고, 이것은 복잡한 극이라도 계속해서 반복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이 오늘날까지 미치는 영향은 정말 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안톤 체호프의 소설에서는 이런 고전적 논법에 저항한 흔적들이 다분하다. 물론 몇몇 소설은 길이에 관계없이 고전적인 서사 기법을 훌륭하게 따르기도 한다. 그러나 다수의 소설들은 이 서사 기법을 탈피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소설에 "위기"와 "절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분명 이야기 전반의 긴장감을 조성하고, 이야기를 계속 읽게 만드는 갈등이 존재하며, 이 갈등에 놓여 고민하는 주인공도 존재한다. 그렇지만 다른 소설들처럼 이 갈등과 위기, 긴장감이 굉장히 극적으로 부풀려지지 않는다. 감정적인 파동도 크지 않고 잔잔해서 그저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처럼 지나간다. 그러다 보니 소설을 읽다 보면 "위기"와 "절정"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넘어가게 된다. 그러나 분명 소설 속에는 이런 흔적들이 보이는데 필사적으로 그 흔적을 지우려는 노력들 또한 보인다. 다른 이야기들로 시선을 계속 분산시키거나 인물들이 사건에 대해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게 해서 독자들 또한 그렇게 느끼게 만드는 등의 기교를 부리는 것이다. 

 

그래서 이 소설을 보면 평범한 하루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다. 그 속에 감춰진 소소한 갈등과 재미를 발견하는 것. 그것은 온전히 독자의 몫이지만 이런 것들을 발견했을 때 짜릿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그래서인지 소설을 보면서 감정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고, 편안하게 읽어나갈 수 있다. 그러면서도 기억에 남는다. 소소한 이야기지만 되짚어 보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참 매력적인 포인트가 아닐까 한다.

 

- 조금 어색한 갑작스러운 인물의 생각과 감정의 전환

아리스토텔레스의 서사 기법에 저항을 해서 그런지 인물들의 생각과 감정의 전환이 갑작스러울 때가 있다. 갑작스러운 태도는 이야기에 환기시키는 역할도 하지만, 너무 갑작스러워서 당혹스러울 때도 있다. 이렇게 갑자기?라는 생각이 든다는 말이다. 한편으로는 위의 내용들과 맞물려 작가가 인위적으로 분위기를 전환시키기 위해 그런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당시 사람들의 태도가 반영된 것인가 싶기도 하고 그렇다. 

 

그렇다고 안톤 체호프가 소설 쓰는 기교가 부족한 것은 아니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분위기를 전환시키기 위해 했다는 것이 좀 강한데, 대표작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에서는 인물의 심리와 생각, 행동에 개연성이 확실하다. 그리고 그런 행동을 하기까지 독자들을 충분히 설득하는 구간들도 많다. 그래서 인물들의 행동과 태도에 대해서 큰 부담이나 거부감이 없이 받아들여진다. 이런 것을 봤을 때 특별한 작품 내 분위기나 작가의 의도로 만들어진 것들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2. 저자에 대한 소개

 

 

1860년에 태어난 작가 안톤 체호프는 러시아 출신이다. 소설가이지만 극작가로 더 유명하다. 안톤 체호프가 남긴 작가들에게 유명한 조언이 있다.

 

이야기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것들은 무자비하게 버려야 한다.
예를 들어 1장에서 총을 소개했다면 2장이나 3장에서는 반드시 총을 쏴야 하며,
만약 쏘지 않을 것이라면 과감하게 없애버려야 한다.

이처럼 작가로서의 명성이 높은 그는 수많은 단편을 남긴 것으로도 유명하다. 단기간에 수많은 단편 소설을 집필한 것으로 유명한데, 1886년 한 해에 무려 116편을 집필하고, 1887년에는 69편을 집필하였다. 이만큼 소설을 쓰면 누구라도 실력이 좋아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다만 단편의 분량이 너무 제각각인데, 제법 중편 분량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긴 소설이 있는가 하면, 엽편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단 몇 장으로 끝나는 소설도 있다. 

 

이런 수많은 작품들로 인해 전편이 다 번역되지 못하고 있다 한다. 실제 필자가 본 책에도 고작 17편 정도만 소개되고 있다. 모든 작품이 다 명작이라고 할 수 없겠지만 만약 안톤 체호프의 문학세계를 연구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러시아어를 공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안톤 체호프는 극작가로 더 유명하다고 했다. 실제 그는 노르웨이의 헨리크 입센, 스웨덴의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와 함께 현대 희곡의 아버지로 뽑힌다. 실제 희곡 작법을 배울 때 꼭 거쳐야 하는 작가 중 하나다. 그렇다고 소설가로서 명성이 없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레이먼드 카버, 어니스트 헤밍웨이, 버지니아 울프 등 대문호들도 그의 소설에 영향을 받았다고 하니 그의 영향력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이처럼 명성이 자자한 안톤 체호프지만 오래도록 결핵으로 고생하였고, 1904년 44세에 요절하고 만다. 오늘날까지도 러시아에서는 대문호로 일컬어지고 있으며 여전히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소설가 TOP 10에 위치하고 있다 한다. 전 세계에서 안톤 체호프의 연극은 셰익스피어 작품 다음으로 많이 공연되고 있다고 하니 기회가 된다면 그의 작품을 관람하길 바란다.

 

 

3. 읽을 때 유의사항

러시아 소설을 읽을 때 어려운 점은 다양한 이름들이다. 한 인물에게 다양한 이름들이 붙기 때문에 이 점만 유의하면 된다. 그리고 소설은 굉장히 담백하면서도 감정선이 큰 굴곡이 없이 진행되기 때문에 평이해서 쉽게 흥미를 잃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무협지와 같은 소설에 익숙하다면 이 작품집은 읽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미리 전한다.

 

4. 점수(10점 만점)

충실함 : 10점

유용함 : 8점

책 디자인 : 10점

소장가치 : 9점

휴대성 : 9점

번역 : 1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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