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간단하게 정리해보는 서지정보
저자 : 피터 헤더, 존 래플리
출판사 : 동아시아
발매연도 : 2024년 7월 5일
분량 : p. 264
분류 : 세계경제, 세계사, 세계문화
목적 : 현 시대 인사이트 획득
판매링크 :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28138333
0. 들어가는 말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중동발 전쟁 위기. 중국의 경제적 위기와 북한의 붕괴설. 일본의 경제위기. 세계가 굉장히 혼란스럽다. 이대로 세계가 망하나 싶을 정도로 복잡하기 그지없는 시기다. 한국 역시 놀라울 정도로 정치적 붕괴가 일어났다. 의료체계가 붕괴되고 여기저기 경제적 위기도 넘쳐나더니, 정치적 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단 한순간에 이렇게 되었다고 하기에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극적이다. 이런 극적인 세계정세 변화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위기설이 끊임없이 나오는 가운데, 향후 삶의 방향과 전략을 세우는 것조차 어려운 시대다. 오늘날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들이 10년 이후에도 쓸모가 있을까? 그럼 학교를 다니면 안되는 것일까? 여러 생각들이 드는 가운데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제국은 왜 무너지는가]. 90년 소련 붕괴 이후 이어진 미국 패권체제가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모든 혼란이 벌어진 것은 아닐까? 과거 로마제국이 무너지며 생긴 혼란으로 중세 유럽이 탄생한 것처럼 오늘날도 그런 새로운 세기로 나아가는 것인가?
이런 의문을 품고 책을 읽게 되었다.
1. 그래서 이 책을 추천합니다
- 역사학자와 정치경제학자의 만남
역사서의 경우 저명한 역사학자나 역사에 대해 연구를 많이한 사람이 보통 쓰게 된다. 이들의 풍부한 역사적 지식과 인사이트는 독자에게 큰 흥미를 안겨준다. 이미 알고 있었던 사건이나 모르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알게 된 사건들에 대해서 파고드는 재미. 그것이 역사서가 주는 재미가 아닐까 한다.
그러나 한계가 있다. 역사학자들이 만능이 아니다보니 각자가 약한 부분들이 있기 마련이다. 한 역사학자는 전쟁사를 이야기하는데 전투기록을 다소 적게 정리한다던가, 한 역사학자는 경제적 지식이 부족해서 정치적 시각으로만 판단한다던가 그런 것들이 있겠다. 사람의 부족함은 어쩔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감안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 책은 그런 한계를 돌파하는 책이 아닐까 한다. 보통 한 명의 저자가 쓰는 테마 역사서들과 달리 이 책은 두 명의 저자가 의기투합하여 쓴 책이다. 한 사람은 로마사에 저명한 역사학자고 한 사람은 정치경제학으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이들은 현재 변화하는 국제정세에 대한 걱정과 앞으로의 변화에 대한 통찰을 얻고자 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만난 자리에서 서로의 관심사가 통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특히나 로마제국의 멸망의 양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의견이 일치했다고 한다. 이에 의기투합하여 쓴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은 역사적 관점과 정치적 상황, 그리고 경제적 변화에 대해 자세히 기술되어 있다. 경제적 변화에 대해서는 현재 자본의 이동과 각국의 대응방식에 대해서도 깊은 이해를 제공해 줘서 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과거 로마에서는 물자의 이동거리에 따라 세금이 부과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로마에서 가장 경제적으로 큰 이득을 얻는 것은 소비처 근처에 생산지를 마련하는 것이다. 가급적 이동거리를 줄이는 것이 관건이 되는 셈이다. 반면 오늘날은 인건비가 문제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선진국에 있는 기업들이 제3국이나 개발도상국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그로 인해서 생긴 문제는 무엇일까? 로마는 이탈리아 반도의 생산력이 급격하게 감소하였고, 미국 역시 자국 내 생산량이 극도로 감소하게 되었다. 이는 실업과 다수의 국민의 빈곤으로 이어져 제국에 부담을 주는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다.
책에서는 이런 내용들을 정리해서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다.
- 정통적 담론에서 벗어나 새로운 연구 결과를 제공
로마사는 에드워드 기번의 책이 유명하다. [로마제국 쇠망사]는 기번의 오랜 로마사 연구 끝에 나온 책이며, 현재까지도 고전으로 자리잡고 있다. 저자 역시 이 책에 기반한 사고를 해왔고, 지난날까지 이 지식에서 벗어나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여러 연구들을 참고하고, 또한 정치경제학자와의 대담을 통해 얻은 것은 로마가 결코 내적 역량이 쇠퇴하여 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로마는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던 시기에 멸망을 하게 되었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과연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지만, 멸망 시점을 어떻게 보느냐에 대한 문제가 아닐까 한다. 저자의 독특한 시각은 설득력이 있었고, 이는 전적으로 로마의 경제력에 근간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게 한 이유는 현재 미국의 체제가 경제력에 근간을 한 체제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여하간 이런 독특한 시점의 전환은 현재 국제정세의 변화 방향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해준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오래도록 전쟁을 해서 경제적 부담이 늘어난 미국은 이후 혼란해진 국제정세에서 큰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로마 역시 페르시아와 오래도록 전쟁을 해서 경제적 부담이 늘어난 상황에 이슬람이 대두하자 힘을 못 쓰고 밀려버리고 만다. 이런 동일한 시점들을 통해 향후 미국의 전략과 방향성에 대해 알아보지만 에드워드 기번 식의 통찰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볼만한 책이 아닐까 한다.
- 중심부와 주변부의 대립과 갈등을 통한 시점 전환
이탈리아 반도를 중심으로 한 전통적인 로마 중심부와 갈리아, 브리튼으로 대표하는 로마 주변부는 묘한 갈등관계가 있었다. 사실 로마사에 정통한 것은 아니지만 이런 미묘한 관계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는데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이런 묘한 갈등관계는 단순히 중앙이다, 주변이다 하는 정도가 아니다. 이 갈등 속에는 중앙에서 주변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오해하는 과정 속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실책도 포함되어 있다. 현재 한국이 겪고 있는 서울 중심 부동산 정책과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책에서는 몇몇 나라들과 함께 한국도 주변부로 놓고 있다. 그리고 마치 갈리아처럼 한국에 대한 평가가 좋고, 미국 중심의 경제정책에 피해를 본 나라 중 하나로 표현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서 석학이 생각하는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에 대해서도 파악하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중심부와 주변부의 대립과 갈등은 한국이 그간 겪어온 역사를 생각한다면 이해하기 쉽기도 하다. 주변부로서 이야기되는 우리나라의 향후 전략과 방향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 아닐까 한다.
2. 저자에 대한 소개
- 피터 헤더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중세사학과 학과장으로 영국 역사학자다. 제정 후기 로마와 중세 초기 역사의 최고 권위자로 알려져 있다.
- 존 래플리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교수이자 요하네스버그 고등연구소의 선임연구원이다. 현대 개발도상국의 세계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두 저자는 모두 영국사람으로... 영미 세계관에 익숙한 사람들이다.
3. 읽을 때 유의사항
번역의 질이 너무 좋지 않다. 원서를 AI번역으로 돌리고 그대로 책으로 엮어서 낸 책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어법은 물론이고 한국에서는 잘 쓰지 않는 단어들도 마구잡이로 기재되어 있어서 읽다 보면 이게 대체 무슨 말인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래서 내용과 맥락을 파악하는 것이 정말 쉽지 않다.
능력이 된다면 차라리 원서를 읽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책 내용 자체는 굉장히 좋은 인사이트를 제공하지만... 번역 질이 너무 좋지 않아서 그렇다.
4. 점수(10점 만점)
충실함 : 7
유용함 : 7
책 디자인 : 5
소장가치 : 3
휴대성 : 5
번역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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