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보고, 생각하고

고전을 보는 이유

제시안 2024. 4. 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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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로코롬 이쁜 디자인이 내 책장에 꽉 채워진다면... ㄷㄱㄷㄱ하지 않는가?!

요즘 [열린책들 세계문학]을 보고 있다. 한동안 공부하는 책들만 봤더니 신경증이 오기도 하고... 재미도 없고 그래선지 책을 한참 동안 놓고 있었다. 그러다 만화책만 보고... 뭐 그렇다.

 

기획 의도야 좋지만 아무래도 아쉬운 모노에디션...

[열린책들 세계문학]은 러시아 문학 번역으로 유명한 열린책들에서 내는 시리즈다. 모노에디션도 내고 있는데... 사실 양장으로 멋들어진 디자인의 책이 그렇게 내 마음에 쏙 들 수가 없다. 민음사에서 내는 책들은 뭔가 디자인이 들쭉날쭉하고, 번역도 들쭉날쭉해서 피해 가야 하는 책들이 있는데 반해... 열린책들은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요즘 한 권, 한 권 모으고 있다. 

 

너무 만연체로 적혀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보기 힘들었다

다만...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은 너무 재미 없었다... 그거 보다가... 너무 힘들었다. 보는데 1년 걸렸나? 코로나 시기라 집에서 빈둥거리는데도 그런 상황이었다. 물론 당시에 넷플릭스랑 PS4 명작 게임들이 나를 설레게 하긴 했지만... 그래도 책이 너무 재미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김영하가 독서모임에서 추천한 책이었다

겨우 책을 띄고 나니 너무 띄엄띄엄 읽어서 내용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눈물을 머금고 다시 읽어야겠구나 했는데. 이후 보게 된 [소설 - 상, 하]는 생각보다 매력적인 책이었다. 사실 타이틀 넘버 1, 2가 [죄와 벌 - 상, 하]였고, 타이틀 넘버 3가 알베르 카뮈의 [최초의 인간]이었다. 그런데 이 책은 조금 폈다가 뭐지 싶어서 처박아두고 [소설 - 상, 하]부터 봤다. 네 명의 주인공이 1인칭 시점으로 소설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내용을 주제로 쓴 소설인데... 뒷부분의 충격적인 사건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굉장히 잔잔하고, 각 인물들의 교차점도 찾기 어려워 심심하게 읽어 나갔다. 그런데 뒷부분의 충격적인 사건은 물론 각 인물들의 교차점이 맞춰지기 시작하니까 굉장한 재미를 안겨주었다. 다만 그 재미를 주기까지 끌어가는 전반부 서사가 너무 길었던 것이 문제지만... 

 

신기한 것은 이후에도 계속 이 소설이 생각난다는 점이다. 뭐랄까. 묘한 여운이랄까? 그런 것이 느껴진다. 

 

 

[이방인] 작가 알베르 카뮈. 이런 간지 뿜뿜한 양반 같으니...

지금은 알베르 카뮈의 [최초의 인간]을 보고 있다. 굉장히 유려한 문장에 단숨에 빨려드는 이 소설을 보고 있노라면... 휴... 이게 진정 소설을 읽는 맛이지 하면서 보게 된다. 책을 느리게 읽는 편이라 1시간에 한 50페이지씩 보는 것 같은데... 속독하는 분이라면 하루면 다 볼 정도로 굉장한 흡입력을 제공해주고 있다. 

 

이런 것을 보고 있노라면 고전을 읽는 맛이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지난번 학교 선배를 만나 이야기하다가 그런 이야기가 나왔다. 독자들에게 공감해주는 것. 그것이 필요하다고. 그러고 보면 내 소설에서는, 내 글에서는 독자들이 공감할만한 포인트들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최초의 인간]을 보면서 느낀 것은 양차 세계대전 시기 당시 사람들의 심리가 고스란히 느껴진다는 것이다. 생생하게 펼쳐진 그 소설 속에서는 다채로운 인간군상이 마치 다큐멘터리 드라마를 촬영한 것처럼 펼쳐졌다. 체력이 부족해서 책을 놓게 되는 느낌이랄까? 굉장하다. 아주 좋은 느낌이다. 

 

고전은 아무래도 당대에 인정받은 작품들이다 보니 고전을 읽다보면 현대 소설에 좀 심드렁한 느낌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 고전은 사실 이미 지나간 유행이고 감각이라 현대 소설은 또 그만한 맛이 있는데 깊이에서 아쉬움을 주는 작품들을 만날 때면 "역시 고전이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 것이다. 뭐... 개인적으로는 현대 소설을 볼 때 가져야 하는 도전정신도 요즘은 잘 나오지 않는 것도 들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부지런히 읽어서 책장 한 켠을 꽉 채울 날이 어서 왔으면 한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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