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용 안에 영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0. 들어가는 글
제2차 세계대전은 한참 동안 많은 콘텐츠들로 다뤄진 역사적 사건이다. 한 인물의 사욕에서 시작된 비극이 유럽은 물론 전 세계를 전쟁터로 만든 결과를 초래한 사건. 나치라는 명확한 악의 세력이 있어서 그런지 다양한 콘텐츠들은 이들을 정죄하고 이들과 싸우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당시 독일인들이 처했던 상황들과 그들의 딜레마, 갈등을 다룬 드라마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콘텐츠들은 독일이나 이탈리아의 시점이 아닌, 영국과 미국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오늘 보는 이 [10대 사건으로 보는 제2차 세계대전]은 미국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다큐멘터리다. 비슷한 주제로 [컬러로 보는 제2차 세계대전 : 승리를 향한 여정]과 [제2차 세계대전 : 최전선에서]가 넷플릭스에 있다. [컬러로 보는 제2차 세계대전 : 승리를 향한 여정]의 경우 영국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 같다. 결과적으로 영미사관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뜻... 언젠가 독일에서 제작된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으면 한다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1. 과거의 자료를 컬러로 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
이 다큐멘터리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상자료를 컬러로 복원하고 그 자료를 통해 제작하였다. 그리고 중간중간 역사 학자들이 인터뷰어로 등장해서 당시 상황에 대해 상세한 부연설명을 해줬다. 이를 통해서 당시 상황을 좀 더 실감나고 생생하게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AI 기술의 발전으로 이런 기술력의 혜택을 본다는 것이 참 놀라우면서도 유익하다는 생각이 든다. 히틀러의 생생한 표정과 당시 히틀러의 연설에 열광하는 독일 시민들의 모습 등을 본다는 것은 과거의 역사가 그만큼 내게 가까이 다가온다는 점에서도 특별하다고 할 수 있다. 시간은 무려 100년 전의 사건이지만 바로 오늘날 우리 곁에서 일어난 것과 같은 착시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이 다큐멘터리에서도 이런 사실을 지속적으로 강조한다... 뭐 자신의 특징을 강조한다는 점은 좋은 일이긴 하다.
2. 다소 빈약한 서사
10대 사건으로 선정된 사건들은 사실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들이다. <제1회 : 전격전>을 시작으로 <제10회 : 히로시마>에 이르기까지 제2차 세계대전의 주요 사건들을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것은 <제5회 : 스탈린그라드 포위전>이었다. 얼어붙은 시체들까지 생생하게 보여줘서 굉장히 큰 충격을 받았던 것은 물론이고... 스탈린그라드의 참상에 대해서는 사실 명성만 알고 있었지 잘 모르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제대로 알 수 있었다. 전쟁의 시작과 진행 과정, 그리고 그 사이에 있었던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며 내부 정치질... 그리고 그 결과와 전문가들의 평가까지 들을 수 있었다.
이런 면에서 보면 이 다큐멘터리는 한 편, 한 편이 탄탄한 서사로 꽉 짜여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다소 서사가 빈약하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이탈리아 전선과 북아프리카 전선은 다루지 않고 있으며, 아시아에서 벌어졌던 사건들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없다. 이 세 전선은 영국과 미국이 굉장히 고전한 전선인데... 자료가 없는 것인지, 아니면 이야기가 큰 가치가 없다고 판단된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리고 다수의 전쟁들 역시 언급되는 정도로 그치고 넘어가는 경우들도 많다.
전체 제2차 세계대전의 굵직굵직한 내용들을 다뤘다고 하지만 오직 영국과 미국, 특히 미국의 군사적 활약을 그리는 내용들이 주로 많다는 점이 단점이다. 여기에 인권적 차원을 이야기하고자 했는지, <제8회 : 드레스덴 폭격>과 <제10회 : 히로시마 폭격>의 경우에는 연합국의 전쟁을 빨리 끝낸다는 목적으로 민간인 대량학살을 한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드레스덴 폭격에 대해서는 이번 기회에 잘 알게 되어 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괴벨스 박사가 이를 어떻게 선전을 해서 기회를 반전시켰는지에 대해서도 잘 알게 되었다. 이 내용들은 분명 전쟁 범죄에 대해 묵과할 수 없는 내용이기에 꼭 다뤄져야 하는 내용임이 틀림없다. 히로시마 폭격의 경우에도 당시 미국 수뇌부들이 고민하고 있던 상황을 잘 설명하면서도 일본에 핵폭격이 이루어졌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는 점은 굉장히 신선했던 시각이었다. 나 역시 일본에 핵폭격이 이루어진 것은 일본이 자처한 일이라는 생각에 젖어있었는데 이 다큐를 통해서 내 생각을 다시금 재고해 보게 되었다. 일본이 아무리 전쟁을 일으켰다고 하지만 일반 시민들이 그렇게 피해를 본다는 것은 옳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전쟁 자체가 없어져야 하겠지만... 아무튼 그래서 저 2회와 함께 독일의 유태인 대량학살을 다룬 <제9회 : 부헨발트 수용소 해방>은 다소 정치적 목적이 있는 회차들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이유는 이 회차들로 인해서 이야기의 맥락이 좀 흐려지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내용도 넣고자 한다면 다른 전쟁들 역시 더 많이 넣었으면 어땠을까 한다. 마켓가든 작전이라든지... 명확하게 자신들의 군사적 과실은 줄이고 공만을 내세우려고 하는 모습이 아닐까 해서... 이 다큐멘터리는 미군 홍보용으로 만든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도 들게 한다.
3. 전쟁의 비극을 생생하게 담아 전하다
컬러로 복원된 다큐멘터리이니만큼 장면들 하나하나가 생동감이 넘친다. 전쟁터에서 죽음을 무릎쓰고 찍은 종군기자들의 활약 덕분이다. 이들의 노력과 AI복원기술이 오늘날 당시 전쟁의 참상을 하나도 빠짐없이 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런만큼 이 다큐멘터리는 볼 때 주의가 필요하다. 너무 생동감 있는 영상을 전하려고 노력한 나머지 시신들을 보여주거나 유태인 수용소의 참상도 모자이크 없이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런 생각 없이 보다가 꽤 큰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
그리고 다양한 당시 상황들의 모습들과 각종 병기들의 실사를 보여 주기에 역덕이나 밀덕들의 마음에는 불을 싸지르기에 충분한 다큐멘터리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샷들이 한계가 있으니 쓰던 샷들을 재탕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장면은 상황에 대한 설명을 하는 정도면 충분하기에 그래도 봐줄 만하지 않나 싶다. 만약 역덕이거나 밀덕이라면 심심풀이로 이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을 추천한다. 단 심약한 사람이라면 보는 것은 비추천이다...
4. 마무리
전쟁이라는 것은 참 비극적인 일이다. 지금 현재도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전쟁들을 보면 특히 그렇다. 우리는 서로의 욕심과 우발적 상황 등으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그리고 그 전쟁을 통해서 너무나 많은 비전투 일반 시민들이 희생당하는 것 또한 보게 된다. 전쟁을 막기 위해서는 강력한 군대가 있어야 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좋지 않을까? 언제쯤 평화의 시기를 맞이할 수 있을까? 궁금하다.
그리고 이런 역사적 다큐멘터리가 다른 목적으로 제작된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런 날이 속히 와서 더 이상 죽음과 아픔, 고통이 없는 세상이 왔으면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UN이 발족하여 지금껏 오랜 평화의 시기를 지내고 있다. 크고 작은 전쟁들이 있었다고 하지만 세계대전급의 규모로 전쟁이 확전된 적은 없다. 하지만 오늘날에 와서는 다시금 확전의 위기에 놓여있다. 이 다큐멘터리는 그런 시점에서 생각해 보면 꼭 보고 우리가 교훈으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한다. 전쟁의 시작과 결론, 그리고 그에 따른 막대한 피해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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