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용 안에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0. 들어가는 글
넷플릭스에 화끈한 컨텐츠가 많긴 하지만 이것은 정말 대표적인 화끈한 컨텐츠다. 바로 [투 핫]. SNS에서 핫한 남녀를 남국의 한 섬에 수영복 차림으로 몰아넣고 짝짓기를 하는 예능이다. 메인 포스터부터 시선을 끄는 남녀가 헐벗고 포즈를 취한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지 않은가? 클릭하는 것조차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한참 코로나로 혼란스러울 때 만들어져 더 큰 이슈가 되었던 예능이기도 하다. 이 예능을 보게 된 이유는 단 하나. 한국에 요즘 온갖 예능들이 연애물로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온갖 연애를 다루면서 노인의 연애, 아니면 아이들의 연애까지 다루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이렇게 연애물이 넘치는 이때 색다른 컨텐츠 제작을 위해 이렇게 저렇게 기웃거리던 중 지금도 활발히 제작되고 있는 [투 핫]에 관심이 갔다.
그래서 오랜만에 눈호강하며 컨텐츠 분석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전혀 색다른 이야기가 펼쳐졌다. 정말 의외였다. 그리고 그 의외의 포인트가 이 컨텐츠의 힘을 보여줬다. 지금까지 장수할 수 있었던 이유를 알려주는 그 힘은 무엇일까? 하나씩 집어보도록 하자.
1. 수영복만 입고 있지만 성적 접촉은 금지
맨 처음 출연자들을 섭외할 때 먼저 SNS에서 핫한 인플루언서들을 선정했다. 그들에게 컨택해서 프로그램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전한다. 한 섬에 핫가이, 핫걸들이 모여 서로의 성적 매력을 어필하는 게임을 진행하는 프로그램 촬영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였다.
출연자들은 남국의 멋진 섬에 도착해서 수영복을 걸치고 등장했을 때만 해도 멋진 남자나 멋진 여자와 므훗한 게임에 빠져들 생각에 크게 흥분해 있었다. 룰을 알려주기 전에는 성적 접촉도 빈번했다. 그러다가 실체를 알게 되면서 모두 다 경악에 빠지게 된다. 거액의 상금이 걸린 이 게임은 한 달간 서로에게 모든 종류의 성적인 접촉은 물론 키스도 하면 안 된다. 만약 이 룰을 어길 시 그에 합당한 벌금이 주어지고, 이 벌금만큼 상금을 깎이게 된다.
그렇지만 이 프로그램에선 출연진들이 서로에게 끊임없이 추파를 던질 수 밖에 없는 환경에 놓인다. 심지어 잠도 한 방에서 같이 잔다! 같이 먹고, 같이 자고, 같이 놀면서 한 달을 보내는데... 어느 누가 이 시간을 버틸 수 있을까?
거기에 함께 즐기는 게임도 진행하고, 마음에 드는 사람과 데이트 하는 시간도 주어진다. 중간부터는 서로에 대한 호감이 어느 정도 쌓였다고 판단이 되면 두 사람을 위한 스위트룸까지 제공해 준다. 이 스위트룸에서도 성적 접촉은 불가능하다.
그러니 출연진들은 죽을 맛이다. 이것을 못참고 룰을 어기는 경우가 속출하는데 사실 장난스럽게 처리되는 경우들도 있었지만 한참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이 그 상황을 대체 어떻게 참을 수 있을까?
그래서 이 프로그램에서는 출연진들의 내적 갈등이 상당하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진도가 나갔으면 하는 마음, 그렇지만 서로 성적 접촉은 하면 안 되는 상황, 여기에 다른 사람이 내 마음속 사람과 진도가 나가려고 하는 것을 보기도 한다. 거기에 시청자 입장에서는 몸매 좋은 남녀들이 수영복만 입고 다니며 서로를 꼬시지 못해 안달이 났으니 볼거리가 넘치는 프로그램인 셈이다.
2. 너무 뻔한 이야기를 뻔하지 않게 전하는 색다른 방법
갈등이 넘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자연스레 조성한 가운데 색다른 풍경이 등장한다. 이들의 갈등 해소의 방법으로 건강한 관계 형성 방법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눈만 맞으면 서로 벗기고 키스하고 관계를 맺는데 정신없는 청춘들을 내적으로 성숙한 관계가 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서로의 마음속 깊은 고민들과 두려움, 그리고 주저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오게 하는 것이다.
서로의 멋진 몸매와 아름다운 얼굴을 떠나 그들 속에 있는 진실된 모습을 볼 수 있도록 시선을 틔워주는 것.
그 결과 갈등이 하나 더 생겨버린다. 이들이 건강한 관계에 대해서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 건강한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발견하고 되돌아보며 위로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오래도록 외면했던 그 과정을 이 프로그램에서 시작을 하라 하니... 누군가에게는 괴롭고, 누군가에게는 의미 없어 보이지만 상금을 위해서라도 이 과정을 따르게 된다.
그 결과, 놀라운 상황이 펼쳐진다. 바로 성장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게 단순한 연애 예능이 아니란 점이 여기서 드러난다. 이런 장치 하나하나가 서로 연결되면서 굉장한 시너지를 발휘하자 깊이까지 가져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거기에 대단한 것은 출연진들이 점차 서로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 때 쯤이면 새로운 출연자를 투입시켜 또다시 긴장을 이끌어낸다. 이 출연자가 룰에 협조적일지는 알 수 없다. 반항적 기질을 가진 사람들은 어디나 있으니 말이다.
반면에 이들이 적극적으로 협력하게 되면 또 다른 시너지를 일으킨다. 짧은 기간에 이뤄가는 내적 성장은 누구든지 쉽게 할 수 있는 것이란 점을 알려주기에 시청자들에게도 큰 자극이 되는 것이다.
결국 이 프로그램은 출연진 뿐만 아니라 시청자의 성장까지 이뤄내는 놀라운 결과를 일구게 된다.
3. 몇몇 사람에게 주목되는 시선, 그 외에는...
지금까지 보면 이 프로그램은 좋은 점들만 있어 보이지만 사실 치명저인 단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태생적인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몸이 달아오른 남녀를 한 곳에 모아두고 이들이 서로에게 관심도 가지고 질투도 하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핵심 재미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재미 포인트가 내적 성장을 통해 긴장감을 잃어가면 어떻게 될까? 설마 할 수 있지만 이것이 이 프로그램의 치명적인 단점이다.
처음에는 서로를 꼬셔야 하는 목적이었다가 내적 성장으로 목적이 바뀌면 출연진의 관심은 서로가 아니라 자신에게로 향하게 된다. 이 동기는 굉장한 힘을 가지고 있다. 자신에게로 시선이 향하게 되면 다른 출연진과 성적인 끌림을 줄일 수 있게 되고, 이는 곧 상금을 온전히 지킬 수 있는 요인으로까지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실 연애 프로그램들이 다 그렇지만 사실 첫 인상으로 많은 것들이 결정된다. 아마 그래서 중간중간 출연자를 계속 투입시키는 것일 수도 있다. 그 분위기를 계속 환기시키기 위해서. 하지만 이들이 빌런 짓을 하든, 모범적으로 룰을 지키든 기존 출연진이 성실하게 변화의 과정에 임하기 시작하면 전체적인 분위기를 전환시키기는 어려운 법이다.
그래서 출연진들이 점차 룰에 적응이 되면 빌런 짓을 하는 출연자에게만 카메라 앵글이 쏠리게 되고, 그러면 이야기가 점점 더 루즈해지게 된다. 색다른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이 아니라 처음엔 흥미로웠지만 그저 그런 이야기들로만 진행되게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처음부터 말한 것이지만 태생적인 문제점을 지니고 있어서 이 프로그램은 그 한계도 명확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것을 감안하고 본다고 하면 굉장히 잘 만든 프로그램임은 틀림없다. 오히려 이런 기획력은 우리가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4. 마무리
최근에 [투 핫 - 독일 편]이 나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전에 "라틴 아메리카", "브라질"편도 있으니... 확장되는 것을 보면 포멧까지도 깔끔하게 정리되고 팔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이 가진 장점은 "일반인", "포멧으로 정리하기 쉬운 구조", "다양한 갈등들", "성장" 등등이 있다. 그래서 팔리는 것도 어렵지 않았을 것이리라...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프로그램이 과연 나올까 하면... 걱정이고 고민이다.
색슈얼리티는 정말 잘 먹히는 요소이기에 프로그램 제작 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을 이처럼 교묘하게 비틀어 멋진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소위 경계를 허무는 크로스 미디어의 시대에 있는 지금 우리에게 사실은 어떤 경계를 허무는 것이 중요한지 알려주는 것 아닐까 한다. 물론 막장 드라마에 담겨있는 교훈들도 있고, 그것을 맛깔나게 버무리는 경우들도 있지만...
앞으로도 멋진 선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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