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들어가는 글
MBC에서 넷플릭스와 협력해서 프로그램을 냈다는 기사를 봤다. 그 기사를 봤을 때는 MBC가 부족한 제작비를 넷플릭스에게 조달받아 만드는가 보다 했다. 그런데 그것만 노린 것이 아니다. 이번에 넷플릭스에 올라와서 한국을 뒤집어 놓은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에 대한 이야기다. 한국의 법으로는 보호받을 수 없는 영역을 피하기 위해 넷플릭스로 간 것이 아닌가 한다. 실제로 다큐멘터리를 놓고 JMS와 아가동산은 다큐멘터리 내용의 부적절성을 들어 가처분 신청을 하였다. JMS의 경우에는 기각되었지만 아가동산은 현재 진행 중이라고만 알고 있다.
소위 이단, 사이비라고 불리는 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나는 신이다]. 특히 초반에 나오는 JMS의 경우에는 그 선정적인 내용으로 더 크게 이슈화가 되어서 난리가 났다. 어떤 이들은 과도한 선정성과 객관성을 잃은 구성, 편집을 이야기하며 비판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영상을 들어보거나 보기라도 한 내 주변의 지인들은 대다수 선정적이고 충격적인 내용으로 큰 거부감을 느꼈다고 한다.
때마침 현 정권 지도부와 종교계 인사의 유착관계에 대해 끊임없이 말이 나오고 있는 이때, [나는 신이다]가 등장했다. 그리고 한국 사회에 큰 파장을 주고 있다. 오늘은 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1. 스토리텔링
홀로 생각하기를 사람에겐 이야기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가 학습하는 과정들을 보면 설명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설명이 곧 이야기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야기와 같은 구조로 되어 있다고는 생각한다. 하고자 하는 말이 있고, 그 말을 하기 위해 간단하더라도 서론, 본론, 결론의 구성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모든 글들에 담겨있는 서사구조를 발견한 것이 스토리텔링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글들이라고 할 때 이 모든 글은 심지어 헌법 조항까지 포함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스토리텔링을 알게 되면서 가지게 되는 장점은 글의 맥락을 파악하는 것이 정말 쉬워진다는 것이다. 구조는 서론, 본론, 결론으로 나뉘고 내용은 사실, 주장, 의견, 생각, 감상 등으로 나뉘어져 있다는 것. 이런 것들도 스토리텔링을 통해 간접적으로 깨달은 점이다. 단점은 모든 글들이 주관적일 수 있다는 점을 발견한 것이다.
특히 카메라 앵글과 편집된 영상은 그 주관이 극에 달한다.
카메라 앵글이 가지고 있는 폭력성은 오랜 시간 지적되어왔다. 대학생이 시위를 하고 있으면 진풍경을 보게 된다. 그것은 양측이 카메라나 핸드폰을 들고 서로가 잘못한 점을 촬영하는데 혈안이 된다는 것이다. 증거로 제출하기 위함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카메라 앵글이 향한 방향 외의 사실은 담기지 않는다. 그래서 앵글은 가까이 갈수록 가학적으로 피사체를 담아내게 되는 것이다.
다큐멘터리는 객관에 다가가려고 노력하는 영상 장르이다. 그렇지만 시사 프로그램은 하고자 하는 말이 명확한 영상 장르이다. 정치적인 의도가 숨어 있고, 만드는 이의 정치적 가치, 정의에 대한 관념이 상당히 명료하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장르이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이런 시사 프로그램에 대해 이렇게 평가한다. 이미 PD는 이야기를 다 짰고 그 이야기에 사실들을 꿰어 맞춘다고. 객관을 잃어버렸다는 뜻이다. 몇몇 문제가 되었던 시사 프로그램들이 등장하면서 이는 공공연한 사실이 된 지 오래라고 밖에 할 말이 없다...
[나는 신이다]의 경우에는 이런 안타까운 점들이 여럿 나타났다. 이미 등장하는 사람들은 이단, 사이비, 교주, 자칭 예수라는 타이틀을 달고 시작한다. 그리고 이들의 성장 배경과 이들의 범죄상에 대한 증언들과 자료화면들이 이어진다. 그러다 보니 스토리텔링은 굉장히 선정적인 내용들이 들어가도 큰 무리가 되지 않는다. 이야기 상으로만 보면 말이다. 이미 이들은 "사이비 교주"로 낙인이 찍힌 상황이다 보니 이들이 왜 그렇게 불리는지에 대해서만 집중하면 되었고, PD는 그런 호기심만 채워주면 되기 때문이다. 개연성, 구조적인 연결 무엇 하나 문제가 될 것이 없다.
그러다 보니 보는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는 너무 강한 PD의 주장을 감당해야 하기에 다소 거부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더 큰 문제는 여기에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 다루고 있는 인물들이 하나 같이 사회에 큰 물의를 일으킨 인물이라는 점이다. 한국 사회에서 유명한 인사들이었던 만큼 많은 설명을 하는 것은 오히려 불필요하다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과감한 구성이 가능했고, 그렇기에 더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내용으로만 담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뭔가 참 씁쓸했다.
제작진이 과했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정작 등장 인물들이 저지른 일들은 더 심했다. 하나님의 이름을 팔아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모습들은 과연 성직자인가 라는 생각이 들게 하였다. 이들을 통해 구원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은 차마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받고 영영 하나님의 곁에서 멀어지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 또한 하나님의 이름을 욕되게 만들었다.
이들이 정말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싶다.
그러다 보니 이 영상 자체는 선정적이기 때문에 뜨게 되었다는 생각 밖에는 들지 않는다. 그냥 포르노와 같은 느낌. 무언가 결말에서는 시청자들에게 맡긴다는 듯한 열린 결말을 취하고 있지만 이런 프로그램에서는 열린 결말은 무책임한 태도로 밖에 보여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대안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옳은 방향에 대해서 논의했어야 한다고 본다. [투 핫!]보다도 못한 프로그램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래서 계속 제작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쉬워서. 그냥 보고 욕 한 번 하고 말아 버리는 프로그램에 지나지 않을 것 같아서 말이다. 다행인 것은 이 프로그램은 굉장한 이슈몰이를 했고, 사회에 경각심을 일깨웠다. 그렇게 본다면 이 프로그램을 제작한 이들은 자신들의 목적을 이뤘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이에 고무되어 시즌 2 제작에 들어갔다고 한다. 그때는 과연 어떤 프로그램이 나올까... 염려스럽다.
3. 나가는 말
아는 동생이 사회 생활하면서 이해 안 되는 것 투성이라며 씩씩거리는 것을 달랜 적이 있었다. 그때 한 말이 그거였다.
그 사람들이 몰라서 그러는 게 아냐.
꼰대 중에 상꼰대가 했을 법한 말을 나는 했고, 달래기는 커녕 화만 더 돋궈서 곤욕을 치렀다. 그런데 나중에서야, 시간이 좀 한참 지나야 했지만 그 동생은 그 말의 뜻을 이해했다. 물론 그때 화낸 것은 사과하지 않았다.
넷플릭스에서 자신들이 만든 프로그램을 런칭했다고 해서 책임질 일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하고 싶은 말이 많고, 그 말이 맞더라도 앵글의 폭력성을 아는 입장이라면, 영상이 가진 공익적인 요소를 알고 있는 입장이라면 한 번쯤 더 생각을 해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진실을 깨닫고 바른 길에 대해서 함께 고민하는 건강한 장을 열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한다.
ps. [더 글로리]를 보고 '사적 복수'에 열광하는 대중들의 모습에 사회의 방향성, 문화가 염려된다는 이들이 있었다. 이 프로그램 역시 이런 '사적 복수'와 같은 맥락으로 파악을 해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ps. 선배에게 '사적 복수에 열광하는 현상'에 대한 우려를 전했더니 굉장히 시니컬한 반응을 보였다. 참된 정의를 정부가 막아서 이루지 못하게 하는데 '사적 복수를 통한 정의 실현'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냐고. 그러면서 보낸 수많은 기사에 난 할 말을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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