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My Game Life/명작 나들이

(명작 나들이) 삼국지 영걸전

제시안 2024. 7. 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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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간략한 게임정보

 

 

발매일 : 1995년

플랫폼 : GBA, NEC PC-98, PC, PS, Sega Saturn

개발사 : 코에이

평균 플레이타임 : 

장르 : 전략/전술

 

 

1. 게임 특징

- 유비라는 영웅의 이야기

[삼국지연의]는 노골적으로 "유비"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구성되었다. 그래서인지 삼국지를 좋아하는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이 유비를 높이 평가하고는 한다.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각각의 인물들에 대한 탐구가 입체적으로 되면서 다양한 인물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최근에 있는 현상이고 1990년대만 하더라도 아직은 "유비" 중심의 시대였다. 

 

유비의 얼굴이 오른편 상단에 있을 정도로 유비 중심의 게임.

 

그런 때 유비가 주인공이 된 SRPG가 코에이에서 개발되었다. 기존에 코에이에서 개발하던 [삼국지] 시리즈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특정 인물을 포커스로 맞춘 게임은 아니다. 그저 역사적 상황을 최대한 리얼하게 반영하려고 노력한 게임에 불과했다. 그러나 오늘 소개하는 게임 [영걸전]은 유비라는 영웅호걸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그렇지만 유비라는 인물은 어떠한가? 초반에는 산전수전 고생을 다 하고, 마지막에 촉에 들어갔지만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하고 죽고 만다. 이런 비극적이고 아쉬운 영웅의 일대기가 게임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물론 이는 비극적인 엔딩이다. [영걸전]에서도 몇몇 분기를 역사적 방향으로 진행되게 하면 백제성에서 끝내 숨을 거두는 유비의 이야기로 엔딩이 된다. 하지만 이것은 너무 비극적 엔딩이라 보기 어렵고, 보통은 결국 유비가 천하를 통일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난다. 관우가 번성을 공격하는 순간부터 가상의 이야기로 흘러가는데 그전까지는 연의에 기초로 한 이야기로 진행이 된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이 게임은 노골적으로 삼국지 빠를 위한 게임이기도 하고, 그중에서도 유비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게임이기도 하다. 유비를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이 게임을 통해 아쉬움을 지울 수 없었던 유비의 말년을 아름답게 포장해 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이 게임을 통해 대리만족을 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관우의 번성 공방전에서 잘 보내면 관우와 장비 모두 살려서 엔딩을 보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엄청나게 어렵지만 꿈만 꿨던 이야기를 실제로 경험할 수 있는 게임이다. 

 

 

- [공명전], [조조전]으로 이어지는 삼국지 SRPG의 시작

SRPG는 보드게임과 같은 느낌을 주는 게임이다. 사각의 칸들이 있고 그 칸들을 아군과 적군의 캐릭터가 각자 턴에 맞춰 움직이고 싸우는 것을 보면 말이다. 실제 피규어 보드게임 중에는 이런 게임들이 많이 개발되고 팔리고 있다. 근래 들어서는 SRPG가 다소 주춤하긴 하지만 여전히 매니악한 팬들이 많이 있다. 가장 최근 흥행한 [파이어 엠블럼]부터 시작해서, [슈퍼로봇대전]도 대표적인 SRPG다. 두 작품 다 매니악한 면이 없잖아 있지만 그래도 그 명맥이 이어져 오고 있다.

 

조악한 그래픽. 하지만 이 게임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영걸전]은 이런 작품들처럼 SRPG다. 유비라는 영웅 캐릭터와 함께 삼국지의 여러 인물들이 등장해서 전쟁터에서 싸우고 미션을 달성해 나가는 게임이다. 그러나 단순히 캐릭터들이 움직여서 치고받고 하는 것이 아니라 지형도 이용하고, 계략도 써 가면서 싸우게 된다. 진형도 중요하고, 각 턴마다 어떻게 움직이고 싸워야 하는지 중요하다. 다만 이 게임은 아직 초기의 모습을 벗어나지 못해서 다소 아쉬운 부분이 많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영걸전]을 시작으로 [공명전]과 [조조전]이 개발되어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다만 [영걸전]에 비해 [공명전]은 다소 난이도가 낮다는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고, [조조전]에 이르러서는 시리즈가 굉장히 발전되어 완성된 모습으로 등장하게 된다. 결국 이 게임들의 첫 시작은 [영걸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 난이도 조절은 글쎄...?

이전에 이야기한 것처럼 [공명전]은 다소 낮은 난이도로 팬들의 박한 평가를 받은 작품 중 하나다. 제갈공명 일대기를 다룬 이 게임은 아무래도 책략에 능했던 제갈공명의 특징이 부각되어 다수의 전투를 쉽게 진행할 수 있는 경우들이 있었다. 그렇다고 게임 자체가 아주 쉬운 것은 아닌데, 비교대상이 [영걸전]이라는 점에서 좀 아쉽게 되었다. 

 

[영걸전]은 유비의 일대기를 다룬 게임이다. 그런데 유비라는 인물 자체가 살아온 인생이 역경도 많고 우여곡절도 많은 삶이라... 게임에도 이 난이도가 그대로 적용되었다. 제갈공명은 유비보다는 다사다난하다고 보기는 어려운데... 그래도 게임 주인공의 삶이 극악이라고 게임 난이도도 극악이라고 하는 것은 좀 그렇지 않나 싶다. 실제로 형남 4군 전투 전까지 전투 하나하나가 쉽지 않다. 조조에게 쫓기고, 여포와 싸우고, 흩어졌다가 다시 만나면 조조군을 피해 도망가야 하고...  제갈공명을 만나면서부터 조금씩 풀리면서 게임이 쉬워지기는 하지만, 그전까지 플레이어의 진을 쏙 빼기에 충분한 난이도다.

 

역사적 사실 그대로지만 정말 어려운 시나리오인 장판파의 전투.

 

여기에 무기를 얻는다고 하지만 그 효과가 미미하다. 나중에 [조조전]에 가서 무기에 특징을 부여하고 나서야 무기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났지, 이때는 무력이 꼴랑 몇 오르고 마는 정도였다. 시뮬레이션 게임인 [삼국지]에서야 무력 1, 2의 차이가 나중에는 꽤 큰 차이가 되겠지만, RPG에서는 그 차이가 사실 크게 드러나지 않음에도 말이다. 이것은 아무래도 개발사에서 이 게임으로 처음 SRPG에 도전해서 나타난 실수가 아닌가 싶지만... 그래서 이 게임에서는 무기를 통한 효과도 기대하기 힘든 게임이 되었다. 결국 몸빵과 어떻게든 레벨 노가다를 시키는 것, 회복 아이템 등을 잘 챙겨가는 것 등이 필요한 상황이다. 

 

결국 이 게임은 당시 [다크 소울]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극악의 게임 디자인으로 길이길이 남게 되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그래서 [공명전]이 빛을 잃고, 그래서 지금까지도 올드 게이머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게임으로 남지 않았나 싶다. 나중에 [다크 소울]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다.

 

 

2. 명작으로 불리는 개인적인 이유

[영걸전]은 지금 보기에는 매우 조잡한 그래픽에 게임도 생각보다 단조로워서 이게 무슨 게임인가 싶을 정도이다. 코에이의 첫 SRPG라고 할 수 있는데 그래서인지 전체적인 밸런스나 아이템 등이 [조조전]에 비해서 많이 부실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 게임을 명작으로 꼽은 이유는 스토리와 그 특유의 하드한 게임 난이도 때문이 아닐까 한다.

 

게임이 어려운 것을 설득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 복잡한 던전? 아니면 다소 비합리적인 몬스터 배치? 패턴이 정교하거나 높은 수준의 AI? 이 게임은 사실 다 필요없고 그저 주인공 유비의 인생이 실제로 다사다난했다는 것이 극악의 난이도를 만들었다.

 

고난을 딛고 이 엔딩을 보면 그때 흐뭇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게임 내에서 제갈공명이 등장하고, 방통이 등장해서 이들이 활약할 기회가 없거나 하는 부분은 분명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이 대단한 두 참모가 등장하는 것도 이야기 후반부에 등장하는 것이라서 수많은 전투들은 굉장히 어렵게 진행이 된다. 유비가 마주하는 상대가 처음에는 여포, 그다음에는 원소, 그리고 조조에 이르기까지 하나같이 다 당시 명성이 높은 패권 군주들이었다. 이들을 마주하는 유비의 운명도 참 기구하지만, 그 유비의 운명을 따라 플레이하는 유저들 역시 기구하기는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래서 게임 내에 부족한 요소들이 많이 있다 하더라도 그저 그러려니 하면서 하게 되는 것은 유비의 삶이 극악의 난이도였기 때문이고 이를 간접 체험하는 유저 입장에서는 몰입하는 그 순간 다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마지막에 유비가 천하통일을 하는 엔딩을 보게 되면 그렇게 마음이 찡할 수가 없다. 삼국지 연의에서 그토록 바라던 장면이기도 하지만, 게임을 통해 너무나 힘들고 어려웠던 수많은 전투들을 극복하고 맞이하는 엔딩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관우와 장비 모두 살아서 엔딩을 보게 되면 특히나 감동이 더해진다. 그리고 이번에는 이렇게 도전해 볼까 하는 마음으로 다시 도전하게 된다. 그게 이 게임이 가진 매력인 것이다. 

 

소위 소울류 게임들이 인기를 끌며 게임이 어려워야 재밌다는 공식이 성립이 된 것 같은데... 이 당시 게임들도 어렵기는 마찮가지다. 소울류 게임을 만든 제작자 역시 어린 시절 공략본도 없이 헤매면서 게임을 하던 경험을 살려 만든 것이 [다크 소울]이라고 했을 만큼... 당시에는 정말 하드한 난이도로 게임을 했다. 어쩌면 그래서인지 더 명작들로 기억되는 것들이 많고, 그래서 오늘날에도 올드 게이머들의 추억 속에 명작으로 인식된 게임들 중 [영걸전]과 같은 게임들이 남아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3. 간략한 점수(10점 만점)

스토리 : 10점

컷 씬 : 1점

조작 난이도(점수가 높을수록 낮음) : 10점

공략 난이도(점수가 높을수록 낮음) : 3점

전투 난이도(점수가 높을수록 낮음) : 6점

긴장감 : 1점

몰입도 : 9점

리플레이성 : 9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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