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다크 나이트]에서 배트맨은 정의의 사자다. 악당 조커에 대항하는 존재이며, 고담시에서 온갖 문제를 일으키는 악당들의 심판자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조커는 배트맨에게 굉장히 강한 동질감을 느낀다. 그리고 자신이 있어야 배트맨이 있음을 일깨워주며 집착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크리스토퍼 놀란이 그린 배트맨 3부작 중 2편에 해당하는 [다크 나이트]. 그런데 크리스토퍼 놀란은 왜 여기서 배트맨과 조커의 관계를 이렇게 그린 것일까?
그리고 성경적 시각으로 [다크 나이트]는 어떻게 볼 수 있을까?
1. 배트맨은 선한가?
우리는 먼저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배트맨은 선한 사람인가? 정의로움과 선함은 같은가에 대해서도 고민할 필요는 있지만 먼저는 배트맨은 과연 선한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봐야 한다. 왜 그런가. 그것은 배트맨이 선하지 않다면 그가 이루는 정의는 과연 어디에 근간을 두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크 나이트]만으로 배트맨의 선함을 살펴본다면 그저 평범한 한 인간으로 보여진다. 그는 어린 시절 어떤 이들에게 부모가 살해당했다. 살인을 했다는 점에서 악당이지만, 이들의 살인 동기는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정의를 부르짖고 이런 행동을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린 배트맨에게 이것은 큰 상처가 되었고, 배트맨으로 살아가게 하는 동기부여가 된다.
놀란 감독이 주목한 것이 바로 이것이 아닐까 한다. 배트맨으로 살아가게 하는 동기가 되는 감정, 복수. 이 복수에 대해서 물어보는 것이다. 그것이 선한가, 라고.
배트맨은 부모가 물려준 거액의 재산을 가지고 있고, 실제 고담시에서도 자신의 재력과 사업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존재다. 그런 그가 어린 시절 부모를 잃은 상처로 사회 질서를 유린하는 악당들을 처리하는데 그것을 비밀리에 한다면...? 그것은 과연 옳은 일인가? 배트맨은 악당을 처리하지만 자신이 스스로 심판하지 않는다. 경찰이 처리할 수 있게 해 주고, 법의 심판에 세운다. 그렇기에 그는 사회 질서를 지키려는 이들에게는 영웅이지만 그 질서를 깨려는 이들에게는 오히려 악을 두둔하는 존재로 비춰질 수 있다.
거기에 배트맨이 악당을 잡는 동기가 부모를 죽인 이들이 악당이기 때문이라면... 문제는 복잡해진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하는 것이다.
배트맨은 과연 선한가? 배트맨이 정의의 사자가 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가 공권력이 해결하지 못하는 일을 대신 처리해주기 때문에 그가 선하고 정의롭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가?
이렇게 질문을 하면 배트맨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어느 사회에든 기득권의 이득을 지키고 잘못된 사회 질서를 지키려고 영웅적 활약을 하거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을 우리는 영웅이라고 치켜세우는가?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2. 배트맨과 조커의 상호보완적 관계
네가 날 완성시켜.
배트맨에게 조커가 처음 잡혔을 때 조커가 한 말이다. 이를 반대로 하면 배트맨 역시 조커를 통해 완성된다. 배트맨에게 결여되어 있는 정의, 선, 이것들을 서로 상반된 행동을 하는 조커를 통해서 명확하게 입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조커는 살인자요, 공공의 선을 무너뜨리는 자요, 강탈하고 혼란을 초래하는 존재다. 그런 조커에 대항하는 배트맨은 자연스럽게 조커의 반대 이미지를 획득하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될 경우 서로 상호보완적 관계로 인해 서로가 없으면 설명하기 어려운 상태가 된다. 어렴풋한 기억에 초기 여성운동을 할 때 겪었던 문제와 비슷하다. 언어와 세계, 문화, 생각 등 모든 것이 남성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기존 세계에서 여성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웠다. 모든 것이 남성 중심으로 이루어져서 "이것이 아닌 반대되는 것"으로만 여성을 설명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여성을 발견하면 발견할수록, 설명하면 설명할수록 남성의 존재는 더 부각되어 여성이 사라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여성은 Wo + Man이다. "Wo"라는 단어는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반드시 "Man"을 만나야 비로소 여성을 뜻하는 "Woman"이란 단어가 완성되는 것이다. 이런 딜레마.
배트맨도 이런 논리적 모순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럼 이 논리적 모순은 왜 생기는 것인가?
3. 선을 잃어버린 세계
2천 년 전, 예수님이 오셨을 때 일이다. 한 사람이 와서 예수님에게 물어본다.
"선한 선생님이여 내가 무엇을 하여야 영생을 얻으리이까"
예수님은 이 사람의 질문에 바로 대답하지 않으시고 틀린 점 한 가지를 명확하게 고쳐주신 후 답을 주신다.
"네가 어찌하여 나를 선하다 일컫느냐 하나님 한분 외에는 선한 이가 없느니라" - 막 10:17~18
예수님의 말씀에 우리는 집중할 필요가 있다. 선한 이는 오직 한 분, 바로 하나님이라는 것. 예수님이 제시하시는 명제, 예수님이 전제하시는 정의를 통한다면 하나님 외의 선한 것은 없다는 뜻이 된다. 그래서일까? 하나님의 말씀을 깨달은 바울은 그의 서신서에서 이런 이야기를 남긴다.
"기록한바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으며" - 롬 3:10
의인이 없다는 이야기. 오늘날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이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이 있다.
"깨닫는 자도 없고 하나님을 찾는 자도 없고 다 치우쳐 한가지로 무익하게 되고 선을 행하는 자는 없나니 하나도 없도다" - 롬 3:11~12
하나님의 말씀을 깨닫는 자도 없고, 하나님을 찾는 자도 없고, 선을 행하는 자도 없는 세상. 아담이 하나님에게 세상을 물려받은 후 뱀의 꼬임에 넘어가 세상을 뱀에게 넘겨준 뒤 벌어진 참상.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이 참상에 대한 간략한 평가이다.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다".
배트맨의 선함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유는 우리의 선행에 대한 근본적인 지점에 대한 질문으로 이야기되는 것이다. 우리의 선함의 동기가 개인적인 과거 경험에 기반한 것인지, 아니면 명료한 선한 기준에 의한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된다. 스스로의 경험과 감정, 생각에 기인한 선함을 추구하고 이끌어 간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인지 선한 의도와 동기를 가지고 시작한 것들이 때때로 경악할만한 악함을 낳을 때가 종종 있다. 그 이유는 다채로울 것이다. 환경도 있을 것이고, 시대적 정황도 있을 것이고, 경제력, 스스로의 능력, 주변의 경계나 무관심 등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명료한 것은 진정한 "선"에 다가서지 못해서가 아닐까 한다.
마치 배트맨처럼.
조커가 사라지면 배트맨은 어떻게 될까? 그의 활동을 멈추게 될까? 그의 활동을 멈춘 세상은 선하고 정의로운 세상일까? 우리는 이런 질문에 쉽게 그렇다고 말하기 어렵다. 이유는 배트맨이 나설 일이 아니라도 끊임없이 악한 일들은 벌어지고, 세상은 정의를 이루지 못해 끊임없이 소란스럽고 정의를 이루어야 한다는 목소리들로 시끄러울 테니까.
4. 맺는말
하나님의 말씀을 안다고 하는 이들의 범죄를 보면 한편으로 드는 생각이 있다. 이들은 과연 하나님의 말씀을 아는 자인가? 하나님의 말씀을 무기로 삼아 자신의 악행을 정당화하고 자신의 배를 불리는 자들에 불과하지 않을까? 그런 이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다소간 많은 고민들이 있지만 오늘 생각해 볼 문제는 "선함"에 대한 이야기였다. 하나님 외에 모두 악하다는 극단적인 평가를 내리고자 함은 아니고 성경적으로 보는 정의에 대해서 살펴보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함이다. 그렇게 봤을 때 [다크 나이트]에서 보이는 철학적 논재도 쉽게 해소가 된다고 본다.
죄에 빠진 인생. 이 말조차도 쉽게 할 수 없는 이야기긴 하지만, 그런 우리네 인생에서 선함과 정의로움을 추구하는 것은 본디 하나님의 창조물인 우리에게 하나님에 대한 그리움, 선함과 정의로움에 대한 본능적 끌림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 한다. 하나님의 선함과 정의로움 그리고 그 사랑을 종교를 가진 사람이든 아니든 심겨져 있다고 본다. 그래서 끊임없이 우리는 이런 부분에 대해 고민하고 논의하고 이런 선함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아닐까?
조커라는 악의 등장으로 배트맨의 선함이 증명되는 세상이 아니라 하나님의 완전한 빛으로 어둠조차 없는 세상이 도래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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