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들어가는 글
최근에 굉장히 신기한 유튜브를 보게 되었다. 자신은 무려 3천 시간을 망령으로 살았다고 소개하는 유저가 [몬스터 헌터 : 월드]에 적응하는 것이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다크 소울]과 [몬스터 헌터]를 모두 즐겨본 필자에게는 다소 의아한 질문이기는 했다. 그러나 그 질문을 받고 대답하는 스트리머의 대답은 명쾌하면서도 다소 이해가 가는 점이 있었다.
분명 [다크 소울]과 [몬스터 헌터]는 서로 다른 게임이다. [다크 소울]은 게이머들이 진절머리 치게 만드는 난이도로 유명하고, [몬스터 헌터]는 거대한 몬스터를 잡는 호쾌한 액션 게임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다크 소울]을 좋아하는 게이머, 소위 망령들은 다른 액션 RPG를 쉽고 만만하게 여기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어쩌면 그런 생각이 있어서 가볍게 [몬스터 헌터]에 도전했다가 큰코다친 유저가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도 [다크 소울]과 [몬스터 헌터]를 모두 즐겨본 사람으로서 두 게임의 차이를 한 번 정리해 보는 것도 재밌겠다 싶었다.
1. 공통점 : 거대한 몬스터
[다크 소울]은 보스 몬스터의 크기가 거대한 것으로 유명하다. 처음 만나게 되는 소머리 데몬은 좁은 성벽에서 만나 그 압도적인 크기에 단번에 겁을 집어먹게 된다. 물론 소울류에 익숙해진 망령의 경우에는 이 몬스터는 보스라고 부르기도 민망하다. 그렇지만 처음 게임을 접한 유저에게는 그 크기와 좁은 전투 환경에 압도되어 정신을 잃고 만다.
[몬스터 헌터]는 이미 상대해야 하는 몬스터가 크다. 물론 모든 몬스터가 큰 것은 아니다. 크기가 제각각이지만, 상급 몬스터가 될수록 크기가 커져간다. 그렇지만 [몬스터 헌터]에서는 몬스터의 크기에 압도당할지라도 겁을 먹지는 않는다. 물론 초심자의 도전정신을 압살 해버리는 몬스터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안쟈나프라던가... 안쟈나프라던가... 뭐 그런 몬스터는 있다고 해도 분노 상태만 극복하면 쉽게 잡을 수 있다. 이 분노 상태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아무래도 최대 변수가 아닐까 싶다.
2. 차이점 (1) : 던전 중심 vs 몬스터 중심
[다크 소울]은 최종 보스를 잡으러 가는 던전 탐험 RPG다. 1편은 그래도 선형적 구조에서 많이 탈피했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선형적인 성장 곡선은 존재한다. 성장 곡선에 맞게 던전은 잘 짜여져 있는데 소위 레벨링이 참 매력적으로 된, 게임 디자인이 참 잘된 게임이 아닐 수 없다. 거대한 보스들도, 쉴 새 없이 나를 괴롭히는 던전 내 몬스터들도 유기적으로 작용해서 멋진 게임으로 만들어준다.
게임 내 거대한 보스는 그 지역 최종 몬스터로 이 몬스터를 잡음으로 다음 지역을 가거나, 다음 이야기가 열리는 구조로 되어있다. 소머리 데몬을 잡지 않으면 성으로 갈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보스는 꼭 극복해야 할 존재이지만, 극복하고 나면 다시 이 존재를 만날 일은 없다. 다시 만나더라도 하나의 잡몹과 같은 존재가 될 것이다. 그만큼 플레이어는 성장해 있기 때문이다.
[몬스터 헌터]는 몬스터를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이 게임에서는 몬스터가 어떻게 움직이느냐, 몬스터를 어떻게 공략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몬스터를 잡기 위해서 여러 서사들이 필요하거나, 다른 서브 퀘스트들을 꼭 거쳐야 한다든가 하는 장치들은 없다. 그저 한 몬스터를 잡으면 그다음 몬스터가 준비될 뿐이다. 그렇게 마지막 몬스터까지 잡으러 떠나는 것이다.
플레이어, 즉 헌터에게 몬스터는 한 마리의 야생동물과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언제든 이 몬스터를 찾아 만나면 잡을 수 있는 것이다. 퀘스트를 통해서, 아니면 지역 탐색을 통해서, 혹은 이미 깬 퀘스트를 다시 진행하는 것으로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
이런 게임의 특성은 서로 플레이어의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과정 역시 다른 과정으로 구성하여 게임의 차이점이 더 두드러진다.
3. 차이점 (2) : 어떤 경험치를 획득할 것인가?
사실 [다크 소울]이나 [몬스터 헌터]나 피지컬적인 요소가 많이 필요한 게임이긴 하다. 하지만 그것을 게임 내에 어느정도 반영하는가에 대해서 서로 다른 선택을 한다. 이렇게 서로 다른 선택으로 인해서 게임의 성격은 완전히 달라진다.
[다크 소울]에서 유저의 피지컬은 던전 공략과 보스 몬스터 공략에 집중된다. 던전 내 몬스터 배치는 정말 최악이라 할만큼 악랄하며, 이를 뚫고 만나는 보스 몬스터는 1, 2차에 이어지는 변이와 각 단계마다 다른 공격 패턴으로 플레이어를 괴롭힌다. 플레이어는 이런 악랄함을 몸소 체험하고 몸에 익혀서 극복해야 하는 것이다.
[몬스터 헌터]는 유저의 피지컬이 몬스터 공략에 집중된다. 월드가 제공하는 맵은 악랄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 맵에 활동하는 다른 대형 몬스터들의 행동 루트가 내가 사냥하는 몬스터의 행동 루트에 겹칠 때 난감할 뿐이다. 그 외에는 특별히 고민되는 지형적 요소들은 없다. 그래서 몬스터를 잡는데 온 신경을 쓰면 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차이점은 플레이어블 캐릭터의 성장을 어떻게 시키느냐로 발전하게 된다.
[다크 소울]은 보스 몬스터를 수 차례 되살리기보다는 던전을 수 차례 되살리는 방향으로 진화한다. 그래서 유저는 이 던전 내에서 만나는 수많은 몬스터들을 상대하며 소울, 즉 경험치를 얻고 그 경험치를 가지고 캐릭터를 성장시킨다. 단, 캐릭터가 죽으면 가지고 있던 소울을 모두 떨구게 되는데 회수하지 못하고 죽으면 이전에 떨군 경험치는 모두 사라지게 된다. 그래서 언제 어떻게 자신의 캐릭터를 성장시킬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만든다.
[몬스터 헌터]의 경우는 몬스터를 수 차례 만나게 해서 이 몬스터를 통해 소재를 얻어 무기와 방어구를 업그레이드 시키게 한다. 이를 통해서 캐릭터가 성장하는 것이다. 필자 역시 안쟈나프를 비롯해 네르기간테 역시 몇 차례나 만나서 상대를 했고, 그 소재들을 가지고 방어구와 무기를 만들어 다음 몬스터를 상대하고는 했다.
성장 시스템이 달라지면서 각 게임은 긴장감을 주는 요소를 다른 부분에서 찾게 된다.
4. 차이점 (3) : 체력을 보여주는 게임 vs 체력을 볼 수 없는 게임
[다크 소울]에서 주의할 점은 무엇이 있을까? 그것은 쉽게 흥분하는 것이다. 적이 어떤 패턴으로 공격해도 유저는 그 패턴을 분석하고 빈틈을 찾아서 한 대의 타격이라도 먹여야 한다. 현란하고 빈틈을 주지 않고 쉴 새 없이 몰아치는 공격 속에서도 빈틈은 반드시 등장한다. 그래서 이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평정심이다.
그런데 이 평정심이 쉽게 무너지는 구간이 있다. 그것은 어렵게 어렵게 한 대씩 쳐서 보스의 피가 드디어 한 두대로 끝낼 수 있을 만큼 빠졌을 때다. 이때는 플레이어도 그간의 인내심과 지난한 과정을 보상받고 싶은 마음이 커져 점점 급해진다. 그걸 마치 안다는 듯이 보스 역시 피가 부족할수록 공격을 더 몰아친다. 그러면 순식간에 플레이어는 실수하게 되고 다시 도전을 해야 하는 상황에 빠지게 된다.
보스의 피를 보여준다는 것은 이 보스를 공략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지, 그리고 내 공격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먹히는지를 볼 수 있게 해 준다. 그래서 이 게임에서는 적의 체력을 보여줌으로 유저가 게임에 더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는 긴장감을 이끌어 낸다. 특히 보스전에서 한 두대 남기고 죽게 되는 허망함은 유저에게 더 큰 절망감을 심어주게 된다. 이 게임이 악랄하다고 명성을 얻은 이유다.
[몬스터 헌터]는 몬스터의 체력은 보이지 않고 오직 내 체력만 보인다. 그나마 "월드"부터는 때리면 데미지가 표시가 되는데 이것이 참 놀라운 발전이다. [몬스터 헌터] 고인물들은 딱히 반기지 않는 업데이트기도 하다. 본래 이 게임은 어떤 타격을 해도 대미지가 표시되지 않는 게임인 것이다. 그저 소리와 몬스터의 반응을 통해 약점인지 아닌지를 파악하고 그곳을 공략하는, 실제 사냥하는 재미가 가득한 게임인 것이다.
그래서 이 게임은 몬스터 체력이 아니라 몬스터의 행동을 보고 상태를 유추해야 한다. 그나마 "월드"에서는 몬스터의 상태도 표시해주는 친절한 기능으로 자세하게 관찰하지 않아도 된다. 유저들은 몬스터가 경직에 걸리느냐, 대경직에 걸리느냐 등등으로 자신이 잡고 있는 몬스터가 점점 잡히고 있다는 것을 확인해 나가며 사냥하는 것이다.
5. 차이점 (4) : 망령 vs 헌터
[다크 소울]은 다른 유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혼자 게임을 즐기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몬스터 헌터]는 다른 유저들과 함께 사냥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게임이 설계되었다. 4인플이 필요한 몬스터를 혼자 잡으면 그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그래도 다른 유저와 함께 사냥하는 재미를 한껏 느낄 수 있는 게임이다. 반면 [다크 소울]은 도움도 받을 수 있지만 방해도 받을 수 있다. 망령... 그래서 망령이라 하는 것인지...
6. 나가는 글
재미 삼아 써 봤는데, 생각처럼 잘 써진 것 같진 않다. 하지만 우리는 익히 두 게임이 서로 다르다고 알고 있는데 그것을 이렇게 비교해보니 또 다른 재미가 있었던 것 같다. 분명한 것은 [다크 소울]과 [몬스터 헌터]의 게임 디자인은 어떤 재미를 줄 것이냐에 맞춰 다르게 설계되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서로 지향하는 점과 방향이 다른만큼 우리도 그것을 알고 게임을 즐기면 어떨까 한다.
[문명]을 잘한다고 해서 모든 헥사 전략게임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그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적응을 필요로 한다. [다크 소울]이 액션 RPG계에 최고봉에 섰다고 하지만 [몬스터 헌터]는 그만의 재미로 오래도록 사랑받는 명작 게임이다. 어떤 자부심을 가지고 [몬스터 헌터]를 접하게 되면 아마 큰코다치지 않을까 한다. 그러니 새로운 게임을 접하게 되면 늘 초심자의 마음으로 접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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