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My Game Life/짧은 이야기

(시시콜콜한 잡담) 패키지 게임을 온라인으로 만든다면...

제시안 2023. 12. 4.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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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태초에 패키지 게임이 있었다.

온라인이라는 환경이 갖춰지기 전, 우리는 모든 게임을 패키지로 만났다. 팩이라는 형태도 있고, 플로피 디스켓이나 CD를 통해서도 접할 수 있었다. 패키지라는 이름 그대로 하나의 완성된 형태의 게임이었고, 개발사에서 확장팩을 따로 만들어주거나 시리즈로 발매하지 않는 이상 그 게임은 그것으로 끝났다. 

 

내구성도 약해서 고장도 자주 났었던...

 

이때는 인터넷이 발달되지 않은 때였다. 과도기가 있었고, 지금도 패키지 형태로 발매되는 다양한 게임들이 있기 때문에 환경적 요인만 이야기하긴 어렵다. 하지만 그땐 환경이 그랬다. 온라인이라는 세계 자체가 지금의 메타버스처럼 낯설기만 한 시대였다. 그래서 불법 복제를 하더라도 플로피 디스켓에 복사를 하거나, CD에 복사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온라인으로 주고받는 환경 역시 갖춰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던 중 인터넷이 발달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에 접속하기 시작하자 다양한 컨텐츠들이 개발되기 시작했고, 그중에는 게임도 포함되어 있었다. 텍스트로 만들어진 게임이었다가 점차 그래픽이 입혀졌고... 어느새 우리나라는 놀라운 MMO RPG 강국이 되었다. 전 세계를 MMO RPG로 점령했던 시절이 있었다.

 

한국 MMO RPG에 한 획을 그은 "바츠해방전쟁"

 

그랬다. 맨 처음엔 패키지로 시작했던 게임이 MMO라는 놀라운 발전을 시작했다. NPC들만 있던 필드에 실제 유저들이 돌아다니기 시작했고, 이들과 만들어내는 무수한 이야기는 역동적인데다 예측조차 할 수 없는 그런 이야기들이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은 MMO에 빠지기 시작했고, 이 게임을 하며 만들어내는 무수한 이야기들을 촬영하고 녹화하고 방송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시작했다. 패키지 게임을 온라인으로 만들면 어떨까? 실제 여러 게임들은 이런 생각 속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그 중 하나가 바로 [대항해시대 온라인]이다.

 

 

2. 어떤 플레이 경험을 줄 것인가의 문제

패키지와 온라인 환경은 너무 다르다. 먼저는 패키지 게임은 그 자체로 시작이 있고, 끝이 있는 게임이다. 시뮬레이션의 경우에는 끝이 있냐고 하기에는 애매한 구석이 없잖아 있다. 예를 들어 "시티즈" 같은 게임의 경우가 있겠다. 이 게임은 유저가 그만하기 전까지 무한히 도시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이런 게임조차도 엔딩은 있다. 바로 "게임 오버"가 그것이다. 

 

도시는 끝없이 성장하고 쇠퇴하고를 반복한다... [시티즈 스카이라인]

 

온라인은 어떨까? 온라인은 시작이 있지만 끝이 없다. 패키지 게임을 소비하듯이 온라인 게임을 하다보면 문제가 패키지와 달리 너무 한계가 분명한 컨텐츠들이 있다는 점이다. 완성되어 나온 게임과 먼저 유저들이 놀 환경을 구축하는데 집중한 게임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유저들이 놀 환경을 구축해도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유저들이 소모할 컨텐츠들을 채워 넣는 것이 중요한데 상황은 그게 아닌 경우가 많다. 개발비 부족의 이유든, 개발 기간이 길어진다는 문제로 인함이든 컨텐츠는 완성되지 않고 오픈을 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이로 인해 생기는 문제는 유저들의 컨텐츠 소모시간 대비 개발 속도가 나오냐는 것인데... 이에 유저들이 주요 컨텐츠를 다 소비했어도 대체할 수 있는 컨텐츠를 넣으려고 노력하는데... 그게 일일퀘스트라든지 수집이나 쟁이나 이런 것들이 아닐까 한다. 

 

놀라운 자유도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던 [아키에이지]

 

이런 다른 환경으로 인해 패키지 게임이 온라인으로 전환되면 사실 기존에 호평받던 시스템도 온라인 환경에서는 굉장히 혹평을 받을 수 있기도 하다. 오늘 이야기하려는 [대항해시대] 같은 경우도 그러하다. 이 게임은 단일 패키지로 개발되었을 때는 굉장히 잘 짜여진 스토리와 함께 시뮬레이션의 요소들이 녹아 있어 유저들에게 큰 호평을 받았던 게임이다. 하지만 온라인으로 변화되었을 때 생기는 문제가 있었으니... 온라인상에서는 스토리는 금방 소모되는 컨텐츠고 시뮬레이션의 요소는 게임을 지루하게 만드는 요소가 되었다. 시시각각 해양 환경에 위기와 문제들을 넣어줘서 그 지루함을 덜어줘야 하고, 스토리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채워 넣지 않는다면 다른 방법으로 해결해야 했다. 

 

이런 패키지 게임이...

 

온라인으로 발매한 대항해시대

 

앱게임으로 새롭게 출시한 대항해시대

 

물론 [대항해시대 온라인]은 이런 문제들을 굉장히 능수능란하게 해결했다. 스토리의 볼륨은 좀 작은 느낌이 없잖아 있지만 게임 내에 있는 탐험 컨텐츠는 굉장히 방대했다. 이 탐험 컨텐츠만 제대로 진행해도 굉장한 컨텐츠를 즐길 수 있다. 스토리는 이것으로 해결된다고 해도 항해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항해의 지루함은 커뮤니티를 통해, 그리고 다양한 재해를 통해서 해결했다. 자동항해도 없으니 마냥 바다에서 한 시간, 두 시간을 보내야 한다면 그만큼 힘들고 지루한 것이 또 없으니 말이다. 

 

거기에 [대항해시대 온라인]은 한 유저가 한 직업에 전문가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할 수 있게 만들었다. 모두는 각자의 역할이 있고 이에 맞춰서 유기적으로 협력하며 플레이하는 세상. 일본에서 보면 참 이상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각각의 유저들은 자신에게 특화된 직업을 정하고 그 직업에서 최선을 다해 다른 유저들에게 도움이 되거나 서로 교류, 교환을 하는 그런 세계를 만들었다. 게임은 참 잘 만들었다.

 

다만 한국에서는 전혀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3. 개발자와 유저의 거리는 좁고도 멀다

한국에서는 멀티 계정을 파서 한 사람이 네 개의 계정을 동시에 운영하기 시작했다. 개발사에는 이 문제가 보고되어도 전혀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실제 [데바데] 개발자도 한국 유저들을 상대하기 전까지 유저들의 빗발치는 문의를 이해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있을 수 있다. 이해한다. 하지만 이 문제가 보고되었을 때 유저들의 플레이 성향을 면밀히 분석했어야 한다. 이들은 그것을 외면했고, 이것 때문에 멀쩡한 게임이 망겜 테크를 타기 시작했다.

 

저 수많은 배가 한 유저가 운영하는 것이다. 배 한 척 당 한 사람이니... 몇 클라이언트를 가져다 쓰는지 모르겠는...

 

멀티 계정을 판 유저는 한 사람이 해야 할 일을 네 캐릭터에 배분해서 극강의 효율을 내기 시작했다. 거기에 한 캐릭터로 가능한 효율을 다 뽑아서 꼭 다른 유저들과 거래를 하지 않아도 괜찮을 정도의 캐릭터를 만들어갔다. 그러자 커뮤니티는 점차 무너지기 시작했고, 다른 유저들이 꼭 특별한 일이 아니고서는 필요하지 않는? 그런 상황이 만들어져 갔다. 사실 조금 비약이 있다. 여기에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는데 이 문제는 가히 경악할만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게임 내 인플레이션이 폭발해 버린 것이다. 한 사람이 네 캐릭터로 물건을 퍼다 날라 엄청난 이득을 얻고 있으니... 이 사람이 생산해 낸 게임 내 재화들이 물가가 폭등하게 만든 것이다. 물가가 폭등해서 잡히지 않을 정도면 한 사람만 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게임 내에서 풀린 재화들을 소모시킬 어떤 뾰족한 대안도 없던 터였다. 계속 재화는 넘쳐나고 회수는 되지 않는데 이 게임 [대항해시대]는 돈 버는 것이 목적이기도 한 게임이니... 스노우볼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굴러가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한국 유저들의 극강의 효율을 쫓고 메뉴얼화 된 공략이 한 번 정립되면 다수가 그 공략에 따라 행동하는 패턴은 어떤 개발사에서도 예측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더욱이 일본에서라면 더더욱 말이다! 그곳에서는 유저들이 개발사의 의도대로 움직이고는 있다 하는데... 한국은 정말 이상한 나라인 것인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플레가 테슬라 주가처럼 뛰면... ㄷㄷㄷ 상상하고 싶지 않은 악몽이...

 

결국 신규 유저들은 처음 게임을 시작하면 극악의 인플레이션에 배 한 척 사는 것은 꿈도 못 꾸는 지경에 이른다. 아무리 돈을 벌어도, 고수들이 버는 돈에 비하면 세 발의 피이니... 고수들이 개척한 돈 버는 루트에 빨리 자신이 올라타는 것만이 최선이 되는 셈이었다. 고수들은 고수들대로 멀티 계정들을 잡아달라 하소연해도 그냥 방치하는 개발사에 점점 실망해서 게임을 떠나게 되고... 말 그대로 신규는 유입이 되지 않고 기존 유저들은 점점 떠나 고인물화되는 최악의 테크를 타게 되는 것이다. 이러면 고인물들의 이야기만 듣게 되어 제대로 된 피드백 환경이 마련되지 않아 게임은 점점 더 신규 유저들이 들어갈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결국 소수의 유저들만을 위한 게임이 되다가 망하게 되는... 것이다.

 

4. 서로 다른 경험과 서로 다른 환경

극단적으로 미화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살짝 [대항해시대 온라인]을 경험한 나로서는 위의 상황으로 엄청나게 고통받았다. 게임사에서는 인게임 재화가 자꾸 오버되어 풀리는 것은 상품을 너무 쉽게 과하게 살 수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에 상품 공급 억제를 시키려고 했다. 그러자 오히려 다른 물품들 가격이 폭등하여 유저들은 더 고통받는... 그 상황에 게임을 시작했으니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게임을 하게 되었다.

 

마치 한 사회를 분석하기 위해 노력하는 정부와 그에 따른 대응을 내놓는데 이에 사람들이 피를 토하게 되는 경우들이 생긴다고나 할까... 뭐 암튼... 만약 패키지 게임이었다면 있지도 않을 일들이 온라인이라는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생기게 된 것이다. 패키지 게임에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겠는가? 유저들의 행동은 쉽게 예측되고 쉽게 유도할 수 있지만 온라인에서는? 그게 쉬울까?

 

이런 이유로 사실 패키지 게임은 그냥 패키지로 남고 온라인 게임은 그냥 온라인으로 개발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핸드폰 게임으로 개발되는 것 역시 기종이 달라졌다고 해서 패키지가 없고, 온라인만 있고 한 것은 아니니... 부디 기종이 달라져도 그 모습을 그대로 유지했으면 한다. 웹으로, 앱으로 출시한 [대항해시대]가 정신나간 과금 구조로 망한 것을 생각한다면 결국 온라인 발매는 개발사가 자사의 이득을 극대화하기 위한 욕심으로 발매를 하겠다는 것 아닌가. 이것 참 마음이 아프다. 개발사가 자사의 이득을 극대화하려는 것은 분명 회사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지만 이로 인해 유저들의 마음을 잡지 못한다면 회사로서 어떻게 존재하겠냐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라리안 스튜디오는 굉장한 일을 해낸 것은 분명하다.

 

지금은 [대항해시대 오리진]을 하고 있는데... 허허... 뭐 구관이 명관이라고 이 게임을 하는데 왜 [대항해시대 온라인]이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뭔 게임이든 재밌게 잘 만들면 되는 것이니... 암튼 우리는 좀 이런 부분에 대해서 생각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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