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My Game Life/짧은 이야기

[모여봐요 동물의 숲] "살아가는 것"의 의미

제시안 2023. 3. 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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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하러 이곳으로 와요~

최근에 스위치를 들었다. 이것저것 깔려있는 게임들을 보다가 다시 "모동숲"을 켰다. 익숙한 테마음이 들리고, 아직 마을을 지키고 있는 이웃들의 모습이 타이틀에 떠올랐다. 

 

코로나가 한참 한국을 강타했을 무렵, "모동숲"은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답답하고 막연한 삶 속에서 나뭇가지 하나를 주워다 팔아도 돈을 벌 수 있는 공간이라니... 한국인에게는 이례적인 공간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속에는 격려해 주는 이웃들과 무엇을 해도 괜찮은 라이프 스타일이 존재했다. 

 

무트코인은 당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코로나가 잠잠해질수록 사람들은 "모동숲"을 떠나갔다. 난 다시 돌아왔다. 다시 이웃들을 만나고 떠나보내려 했지만 끝까지 남은 이들과도 인사를 나눴다. 그들은 왜 이제 왔냐고, 무슨 일 없었냐고 걱정해주었다.

 

우리가 호흡하고 살아가는 공간을 왜 우리는 이곳에서 만나야 하는가...

 

생각이 많아졌다.

 

 

1. 산다는 것

해외에선 한국에서의 삶을 다양한 특징으로 풀어낸다. 특히나 서구권에서 찾아보기 힘든 쾌적함과 빠른 문화는 감탄을 자아낸다고 한다. 편리한 배달 문화는 물론이거니와 어디든 쉽게 접속할 수 있는 네트워크, 속도 또한 빠르기로 유명한 인터넷 등등. 그렇지만 동시에 우리만의 특수한 문화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그것은 일에 매몰된 삶이다. 

 

헬조선과 함께 당대를 풍미한 수저론... 수저론은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다.

 

코로나가 터지기 직전까지 우리는 헬조선이란 말을 종종하곤 했다. 치솟는 자산가치에 비해 턱없이 낮은 우리의 임금. 생활비는 놀라울 정도로 높아서 자산을 소유하는 것은 커녕 대출 원금과 이자를 갚아나가기도 빡센 하루. 이런 곳에선 도무지 미래가 보이지 않고 더 나아진 삶을 확인받기 어렵기에 나온 절망적인 말이었다. 그러나 이 말조차도 한낯 유행어처럼 들리고 말았던 것 같다. 세계 경제가 박살이 나고 있는 지금 이 순간, 다시 헬조선이란 단어가 서서히 떠오르려고 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노력형 성공신화, 정주영.

 

과거 밤잠을 줄여가며 노력을 했고, 그 결과 부와 성공을 이룬 이들의 신화적인 이야기가 가득하다. 이 나라에는. 심지어 그런 노력을 하고, 실제 부를 획득한 이들이 아직 기득권층으로 남아있다. 한국에는 말이다. 그래서인지 여전히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으로 경쟁과 분배라는 단어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이에 익숙한 한국 사람들에게는 각박한 삶과 가혹한 경쟁 환경에 놓여 어떤 것을 하더라도 반드시 1위를 해야만 했다. 안 그러면 가질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심지어 온라인 게임마저도 승자독식 체제는 공고해져서 이를 위해서는 몇 억의 돈도 거리낌 없이 쓸 수 있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나라다. 

 

무조건 대출을 받아야 집을 지을 수 있는 구조. 너무 익숙해서 눈이 돌아간다...

 

"모동숲"을 처음 했을 땐 대출금을 갚아야 한다, 라는 목표에 눈이 돌았다. 효율적으로 과일나무를 심고 배치하였고, 최대한 다른 종류의 과일을 모아 더 높은 수익 창출을 고민했다. 작물을 기르기 시작하면서는 농경을 통해서도 꾸준히 수익창출을 했다. 결과적으로 대출은 금방 갚을 수 있었다. 하지만 "모동숲"은 더 이상 내게 힐링의 게임이 아니었다.

 

또 하나의 한국식 승자독식의 게임에 불과했다.

 

지친 하루 삶을 보내고 들어와 다른 게임을 할 시간이 없어 킨 스위치. 거기서도 힐링을 할 요량으로 "모동숲"을 켰는데... 난 어떤 의미로 힐링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이렇게 노는 것이 힐링이 아니려나...

 

생각이 전환되는 순간 시선이 달라졌다. 그리고 새로운 즐거움과 행복감이 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2. 나라는 사람으로 온전해 질 수 있는 길

요로케 요리도 할 수 있다.

매번 이웃들은 내게 편지를 보냈다. 그렇지만 귀찮다는 이유로, 돈 벌어야 하는데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편지 한 번 보내지 않았다. 마을에서 체조를 해보라는 미션도 있었지만 하기 귀찮다는 이유로 패스. 낚시도, 화석을 캐는 것도, 꽃을 이종교배 시켜보는 것도, 요리를 하는 것도, 무엇을 만들어보는 것도 모두... 

 

상어도 잡을 수 있다. ㅋㅋㅋ

 

따져보면 "모동숲" 컨텐츠들은 유유자적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웃과 교류하고, 자연을 발견하고, 여유롭게 산책하고, 그러면서 하루하루를 온전한 나만의 시간으로 채워가는 것. 우리가 평소 꿈꾸던 힐링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살아온 방식이 있다 보니 우리는 그런 삶을 게임 속에서도 살아갈 수 없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요즘은 구역을 재정비하고 있다. 어차피 이 게임에 엔딩은 없다보니... 메인 스토리는 다 보고 현재는 잔여 컨텐츠를 즐기고 있는 중인데 비로소 이 게임에 몰입을 하게 되는 느낌이다. 먼저 작물을 정리하고, 과일나무들도 수를 줄이려 한다. 그런 다음 섬을 꾸며보고, 주민들과 친교도 하고, 사계절을 느끼면서 지내보려고 한다. 

 

요로코롬 살아가는 것이 내 꿈인데... 여기서라도 이뤄지면 좋지 않으려나...

 

비로소 시간이 가는 것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싶다.

 

 

3. 나가는 말

누군가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스토리만 맛보고 게임을 끄려거든 이 게임은 하지 마세요. 바쁜 하루 일상을 보내다보면 명작 게임들을 하는 시간도 부족해서 때때론 유튜브나 스트리머들의 플레이만 보고 만족할 때가 많다. 벼르고 벼르다가 정작 게임을 하게 되면 하고 싶은 게임들이 많아 예전처럼 진득이 즐기지도 못하곤 한다. 

 

우리의 삶이 점점 무너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라는 사람을 점점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예전에 우리는 저녁있는 삶을 이야기했고, 파이어족이 되고자 노력했으며, MZ세대의 당돌함을 신기하다 여기면서도 진작 그랬어야 한다는 부러움을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상하다. 왜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라 게임 속에서 따스함을 느껴야 하는가. 아름다운 자연을 보기 위해 스위치를 켤 것이 아니라 밖으로 언제든 나갈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게 우리가 살아가는 것 아닐까?

 

행복한 삶을 찾기 위한 끝나지 않는 여정... 우린 지하철을 나와야 하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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