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My Game Life/짧은 이야기

"죽음"의 키워드로 본 <갓 오브 워>

제시안 2023. 2. 1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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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는 말

 

이게 엔딩인가 했지...

 

크레토스의 마지막 이야기를 봤다. 정확히 “라그나로크”를 끝냈다. 오딘은 죽었고, 아스가르드는 박살이 났다. 크레토스는 미드가르드 뿐만 아니라 9개 영역들을 회복시키러 돌아다니는 것으로 이야기는 마무리되었다. 그런데 이번 “라그나로크”를 하면서 들었던 한 가지 생각이 있다. 

 

크레토스에게 죽음은 무엇일까?

 

여성 호르몬이 많아지는 건지... 울적한 모습의 크레토스...

 

처음에는 복수의 화신으로. 후에는 아트레우스를 위해서 살아온 크레토스. “라그나로크”에선 그런 크레토스에게 “죽음”이란 단어를 굉장히 강하게 얽어맨다. [갓 오브 워] 4편과 [갓 오브 워 : 라그나로크]만 한 사람들에게는 늙어버린 크레토스를 보며 이런 분위기가 별로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1편부터 해본 필자에게는 이상했다. 

 

그래서 이 글을 작성했다.

 

이번 글에선 [갓 오브 워] 1~5편의 스포일러가 담겨 있다는 점 미리 안내하며 글을 시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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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복수의 화신

크레토스. 스파르타의 장군인 그는 굉장한 무용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그런 그가 어느 날 이민족의 침략에 맞서 싸우기 위해 떠나 크게 패하고 만다. 죽음에 몰렸던 크레토스는 그리스 신화의 전쟁의 신인 아레스를 부른다. 살려달라고. 살려주면 뭐든 하겠다고 울부짖는다.

 

비극의 시작...

 

[갓 오브 워]의 거대한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이때 울부짖던 크레토스는 아레스 덕에 다시 살아난다. 그리고 그의 살육기계로 활약하다가 나중에 아테네에게 조련당하게 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레스는 크레토스가 완벽한 살육기계가 되길 바랬다. 인간의 감정이 남아있는 것을 원치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크레토스를 한 도시로 보낸다. 그곳엔 크레토스의 아내와 딸이 있었다. 살육을 하라 명하였기에 충실히 그 명을 따르던 크레토스는 자기 손으로 아내와 딸마저 죽이게 된다. 이에 충격을 받은 그는 이 악몽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아레스에게 복수하기 위해 칼을 갈기 시작한다. 그리고 아테네의 도움으로 마침내 그 기회가 찾아오면서 “스파르타의 악몽” 크레토스의 서사시가 시작되는 것이다.

 

1편, 2편, 3편… 각 편마다 크레토스는 지옥에 떨어진다. 1, 2편에선 떨어지던 중 정신을 차리고 올라와서 다시 설욕하는데 성공한다. 3편에서는 아예 하데스를 죽여버리고 지옥을 파괴시킨다. 

 

지옥까지 파괴를 하는 이에게 죽음은 어떤 의미일까? [라그나로크]에서 크레토스에게 프레이야가 물어본다. 죽음이 두렵지 않냐고. 크레토스는 두렵지 않다고 말한다. 오직 아트레우스를 위해서라면 죽음도 불사할 수 있는 그의 의지를 볼 수 있는 대사를 내뱉는다. 

 

오직 아트레우스를 위해서 말이다.

 

 

3. 라그나로크

처음엔 아레스를 통해, 나중엔 아테네에 의해 ‘갓 슬레이어’가 된 크레토스. 그는 1~3편의 경험을 통해 한층 성숙한 모습을 보여준다. 4편에서 그는 신을 믿지 않고, 신을 죽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라그나로크”에서도 달라지지 않는다. 

 

1인칭 시점으로 제우스를 패는 연출을 한 <갓 오브 워 3>

 

2편에서 크레토스는 제우스에게 배신을 당한다. 그리고 자신이 제우스의 아들임을 알고 동시에 가이아의 도움으로 다시 살아나 제우스에게 복수하기 위해 올림푸스 산으로 향한다. 3편은 완전히 꼭지가 돌아버린 크레토스의 잔혹한 복수극이 펼쳐진다.

 

하지만 3편에서는 크레토스가 올림푸스의 12신들을 죽일 때마다 세상은 지옥도로 변하고 만다. 각가지 재앙들이 세상에 퍼지게 되는 것이다. 마침내 제우스가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봐라!라고 외쳤을 때 필자 역시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제우스의 손에는 판도라가 들려 있었지...

 

이렇게 된다면 복수가 다 무슨 소용이지?

 

힘겹게 3편을 마치고 마주한 4편에서, 그리고 “라그나로크”에서 크레토스의 모습은 그래서 더 감정이입하는데 어렵지 않았다. 격한 복수의 감정에 빠져 마침내 그리스 문명을 박살 낸 크레토스는 아직도 그 대미지에서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그를 회복시켜 준 존재가 바로 페이와 아트레우스다. 

 

그걸 확인하는 순간 크레토스는 혼돈의 블레이드를 들 수 있게 된다. 운명도 박살내고 죽음도 떨쳐내게 했던 그의 의지가 살아나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라그나로크가 시작된다. 이번엔 처음과 다르다. 그리스세계를 파멸로 몰아간 지난번 라그나로크가 아니라 모두를 살리고 회복하기 위한 라그나로크였다. 

 

그 결과 싸움의 마지막에 크레토스는 많은 이들에게 칭송받는 신이 된다.

 

사람들이 칭송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과 그걸 보고 눈시울을 붉히는 크레토스...

 

 

4. 페이, 아트레우스 그리고…

1~3편과 4~5편의 차이점은 분명하다. 아내와 딸을 잃어 하루에도 몇 번씩 그 장면이 악몽처럼 펼쳐지는 스파르타의 유령. 아내의 유언을 지키고 아들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그리스의 망령. 이 둘은 모두 크레토스이나 완벽하게 다르다. 오로지 복수에 눈이 먼 사람과 아들의 미래를 생각해야 하는 사람으로 말이다.

 

그렇기에 라그나로크 이후에도 크레토스는 회복을 위해 노력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는 순간 이 글에서 다루는 죽음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처음에는 죽음에도 굴하지 않던 복수의 화신인 크레토스가 

아들 아트레우스를 지키기 위해 죽음도 마다하지 않는 아버지로, 

이제는 모든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죽음을 극복한 신으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에 많은 사람들이 크레토스를 모시는 모습의 그림은 많은 의미를 안겨주고,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엔딩도 크게 변한다.

 

크레토스의 곁에는 프레이야와 미미르가 동행한다. 처음엔 페이 외에는 아무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던 그에게 친구가 생긴 것이다. 1~3편에서 크레토스에겐 스파르타 군인 외에는 모두 도구처럼 대한다. 딱 한 명 3편에 등장하는 판도라 외에는 말이다. 죽여야 하는 대상들이고 경계해야 하는 대상들이었다. 

 

3편 엔딩... 개판난 세상.

 

크레토스를 기다려준 미미르(그는 기다려준 것인가...)와 프레이야.

 

그래서인지 마지막에는 항상 큰 허무함이 남았다. 1, 3편의 엔딩의 비극적인 모습들은 정말 잊혀지지 않는다. 이와 대조적으로 4, 5편의 엔딩은 굉장히 따스하다. 깊은 감동과 여운에 오래도록 감상하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켰을 정도다.

 

“라그나로크”는 어쩌면 크레토스 서사의 대미를 장식한 편이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 든다.

 

 

5. 나가는 말

이상 “죽음”의 키워드로 바라본 <갓 오브 워>였다. 굉장히 간략히 본 것이라 많은 이야기들이 빠졌다. 특히 <갓 오브 워> 4편과 5편은 이 “죽음”이라는 키워드로 굉장히 타이트하게 이야기가 엮어져 있다. 

 

라그나로크로 이끄는 자, 발두르

 

먼저는 세상과 문을 닫고 살아가던 크레토스를 미드가르드로 이끄는 요인이다. 바로 페이의 죽음. 그녀가 죽음으로 미리 선정된 나무를 자르게 되는데 그 나무는 지역을 보호하던 봉인이 세겨져 있던 나무다. 그렇게 봉인이 풀림으로써 크레토스 앞에 발두르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재밌게도 발두르는 프레이야의 주문으로 죽음이 빗나가는 불사의 신이었고, 이로 인해 모든 감각이 죽어버린 신이었다. 그가 죽자 라그나로크가 시작됨을 알리는 핌불베르트가 찾아온다. 

 

또 하나는 거인족의 죽음이다. 오딘과 토르에게 무참히 죽어나간 거인족들은 남몰래 복수를 위한 다짐을 하게 된다. 그들은 곳곳에 예언을 심어두었고, 그들의 예언은 라그나로크의 승리를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살아남은 자들에게는 굉장히 혹독한 시간이 있었고, 정신적으로 피폐해져 갔다. 마침내 라그나로크가 오고 아스가르드는 거인족들의 손에 의해 파괴되고 만다. 

 

아트레우스를 성장시키는 발판이 되어주었다. 처음에는 페이의 죽음으로 강제로 성장해야 했지만, 나중에는 크레토스를 살리기 위한 고군분투로 이어지게 된다. 이로써 아트레우스는 라그나로크를 더 빨리 앞당기는 역할을 하게 되었지만 동시에 다양한 아이의 모습과 어른으로 성장하는 계기들을 보여주게 된다. 

 

이 모든 이야기를 담지 못하고 간략하게 정리하게 되어 아쉽다. 하지만 뭐 어떤가. 사실 이것은 게임이니 즐기다 보면 이런 복잡한 이야기 아니라도 할 이야기는 너무나 많다. 호쾌한 전투가 특징인 1~3편과 묵직하고 복잡한 수싸움을 야기하는 4, 5편. 서로 다른 매력으로 큰 재미를 주어 충분히 명작이라 불릴만한다. 그리고 1편부터 5편까지 크레토스가 신화 속 인물들과 신들을 얼마나 많이 죽이는지 살펴보는 것도 재미라 할 수 있겠다.

 

기회가 되고 시간이 된다면 필자는 1편부터 다시 천천히 즐겨보라고 권하고 싶다. 혹 그럴 시간이 되지 않는다면 4편과 5편을 즐겨도 된다. 다만 4편은 엔드 콘텐츠를 하고 5편을 즐기는 편이 좋을 것 같다. 5편에서 다양한 인물들이 4편 엔드 컨텐츠를 즐긴 기준으로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발키리를 잡지 않았는데 발키리를 잡았다고 대단하다고 할 때면 뻘쭘함을 느끼기도 했다. 

 

그럼 크레토스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 

 

 

 

Fin. 한줄평 : 다음 편 주인공 설마 아트레우스는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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