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My Game Life/짧은 이야기

[젤다의 전설 : 야생의 숨결] 당신에게 젤다는 무엇입니까?

제시안 2023. 2. 5.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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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는 말

참 오래 전에 발매된 게임이다. [젤다의 전설 : 야생의 숨결]. 소위 “야숨”이라 불리는 이 게임을 필자는 늦게 플레이를 했다. 다양한 핑계들이 있었고, 이미 다수의 컨텐츠를 통해서 게임에 대해 많은 정보들을 얻고 본 오프닝.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숨”은 큰 감동의 순간으로 필자를 이끌었다. 그 감동에는 현실에 부딪혀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도 담겨 있었고, 이런 우리를 위로해주는 따뜻한 손길도 느낄 수 있었다. 명작에서만 얻을 수 있는 깊은 여운과 감동을 이 글에 조금이라도 남겨 보고자 한다.

 

 

2. 야생에 던져진 우리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오프닝

 

“야숨”을 시작하면 드넓게 펼쳐진 대지를 만나게 된다. 신전을 나와 태양을 향해 뛰어가는 링크의 모습. 이제는 명작 영화의 한 장면과 다를 바 없는 풍경이다. 드디어 이 게임을 시작하는구나, 하는 두근거림도 잠시. 불현듯 머리속에 스쳐지나가는 한 가지 생각이 있다.  

 

어디로 가지? 어떻게 해야 하는거지? 

 

그렇다. 보고 아는 것과 막상 해보는 것은 사실 큰 차이가 있다. 게임에 능통한 이가 능숙하게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모습과 달리 필자는 미숙한 컨트롤로 삐걱거리며 게임을 시작했다. 마치 영화나 드라마의 주인공이 그런 것처럼. 그들과 비교해보면 미숙한 모습이 가득한 나를 발견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흔한 SNS에서 만나는 친구들도 “Beautiful Life!”를 외치며 항상 해피한 일들만 가득한 것처럼 보이지만 난 왜 이렇게 초라하기만 한지. 패드와 게임에 조금씩 적응해가며 이런 생각들도 점점 지워본다. 

 

명성에 걸맞게 게임은 그 흔한 팝업창 튜토리얼을 보여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진행되었다. 시선이 닿는 곳마다 호기심을 자극하고, 점점 게임에 대한 정보가 쌓이게 될 때쯤 난관들이 등장했다. 패링은 왜 그렇게 어려운지… 고대병기와 싸우면서 진땀을 흘리던 생각에 아직도 아찔하다. 점차 필자는 마음 속에 일었던 막연함과 두려움은 사라지고 벽 너머 펼쳐진 세계에 점점 호감이 생긴다. 

 

마음껏 돌아다니다보면 지치게 만드는 엄청나게 넓은 맵!!!

 

저기는 뭘까? 여길 먼저 가는 게 좋을까?

 

이처럼 호기심이 극에 달할즈음 성벽을 나가게 된다. 진정 링크와 함께 야생 한 복판에 던져진 것이다. 겁나기는 커녕 앞으로 보여줄 모험담에 겁도 없이 뛰어다닌다. 익숙한 장애물들은 금방금방 해결해나가기 시작하지만 이윽고 색다른 시련을 만나게 된다. 기쁨도 잠시, 마주하게 되는 역경에 점점 힘들어지기 시작한다. 무기는 너무 쉽게 부서지고, 적은 생각보다 강하고, 적을 먼저 죽여야 할지, 무기를 먼저 얻어야 할지. 난감한 상황에 봉착하고 만다.

 

이 게임 뭐야?

 

그렇다. 본격적으로 불평불만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이 게임과 씨름하는 시간이 시작됐다. 드넓게 펼쳐진 대지에 곳곳에 자리한 적들, 그리고 다양한 오브젝트들. 이것들을 하나씩 만나다보면 쌓이는 경험과 찾게 되는 재미. 하지만 여전히 마음 한 켠에 남은 감정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불편함’이었다. 

 

그런데 그 ‘불편함’이 재미와 감동으로 전환되고, 나중에는 감동의 크기가 점점 더 커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것은 바로 ‘젤다’를 만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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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우리는 젤다가 될 수 있을까?

처음 [젤다의 전설]은 GBA판 [꿈꾸는 섬] 버전으로 만나게 되었다. 귀여운 링크와 마리오에서 만나봤던 캐릭터들의 콜라보. 일본어로 나오는 이야기에 뭔 소린지 모르고 했었던 기억이 있다. 한 번 엔딩을 본 친구를 통해 막히는 부분은 물어물어 했었는데… 이제는 스위치 판으로 버젓이 한글로 리메이크 되어 등장했다. 여전히 귀여운 그래픽으로 말이다.

 

필자가 처음 젤다를 접한 GBA판 [젤다의 전설 : 꿈꾸는 섬]
이렇게 귀엽게 리메이크되었다

 

일본어 판으로 해서 그런가. 필자는 조종하는 캐릭터가 젤다라고 생각했었다. 영어로 Link라고 되어 있음에도 굳이 Zelda로 바꿔서 하기도 했다. 다행인건 [꿈꾸는 섬]에선 젤다가 등장하지 않았다. 커서 보니 [젤다의 전설]를 하는 사람들 중 필자와 같은 착각을 하는 이들이 여럿 있다는 것. 플레이어블 캐릭터는 사실 “젤다”가 아니라 “링크”란 사실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었다. 그래서인지 “야숨”에서는 젤다가 굉장히 자주, 분기 이벤트 때마다 “링크”를 불러준다. ‘그만 좀 불러!’ 라고 속으로 외칠 정도로…

 

“야숨”에서 젤다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게임 내적으로는 최종 목표다. 악당 가논을 붙잡고 있는 존재다. 그래서 게임 내에서는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젤다의 힘이 다 하기 전에 가논을 쓰러트려야 한다는 것이 바로 그것. 그렇지만 이런 요소로만 젤다가 머물렀다면 “야숨”은 절대 명작 반열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임파를 통해 본격적으로 미션을 시작하면 또 하나의 미션을 받게 된다. 하이랄 곳곳에 링크의 잃어버린 기억을 찾는 미션이 그것. 무려 100년 전 가논이 부활한 당시 링크는 봉인이 되었다. 그후 기억을 잃어버려 사진 속 장소들을 찾아다니게 된 것. 이를 통해서 [젤다의 전설]은 그 깊이를 얻어가기 시작한다.

 

링크의 기억 속 새침떼기 젤다의 모습이 바로 그것. 아직은 어리지만 어른들의 기대 속에서 자라나게 된다. 그 이유는 하이랄 공주가 가지고 태어난다는 ‘성스러운 퇴마의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젤다는 자신의 힘을 자각하지 못하고 각성시키지 못해 곤욕을 치른다. 그런 내적 갈등들이 잃어버린 기억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젤다의 모습은 사춘기 시절의 필자를 떠올리게 한다. 

 

어른들의 기대, 그것과 너무 달랐던 필자의 꿈. 녹록치 않은 현실. 그 속에서 생각처럼 되지 않아 마주했던 좌절. 원망과 한탄 등. 젤다가 가논이라는 거대한 악에 맞서기 위한 과정 속에서 얻게 되는 감정들은 결코 낯선 것이 아니었다. 자라오면서, 살아가면서 우리도 숱하게 느껴왔던 감정들이었다. 그런 젤다를 플레이어는, 필자는 링크처럼 그저 곁에서 지켜볼 뿐이다. 그러면서 점차 젤다의 일과 감정은 남 일이 아니게 된다. 

 

이야기의 구조로 본다면 단순한 영웅서사의 구조를 띈다. 하지만 젤다와 링크의 추억은 전체 이야기를 더 디테일하게 만들어주고 의미를 풍부하게 부여해준다. 필자는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느꼈을 감정 중 어린 시절의 나를 떠올리며 옛 시절을 추억하게 되었을 뿐이다. 그래서 필자에게 젤다의 이야기는 세상을 마주하며 겪게 되는 이야기로 오버랩되는 것이다. 다른 플레이어들에게는 또 다른 의미로 젤다의 이야기는 확장된다. 이로써 [젤다의 전설 : 야생의 숨결]은 점점 더 깊은 이야기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플레이어는 젤다와의 만남이 게임의 목표이지만 의심할 바 없는 자신의 목표로 받아들인다. 그 후에는 오직 플레이어의 선택에 달려있다. 이 게임은 처음부터 끝까지 엉성해 보이는 큰 줄기 외에는 플레이어의 선택을 굉장히 존중해준다.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가논을 잡으러 가도 되고, 아니면 만반의 준비를 해서 가논을 잡아도 된다. 방법은 많고, 방향도 많고, 선택지는 다양하다. 이제부터 야생은 막막하고, 불편하고, 귀찮은 공간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하는 공간으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게임의 재미는 더욱 가미되게 된다. 

 

이렇게 열심히 준비를 해서 가논을 잡고 다시 젤다를 만났을 때 비로소 목표를 달성했다는 성취감을 느끼게 된다. 한편으로 ‘뭐야 이게 다인가?’ 라는 허탈함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생각보다 가논이 쉽게 느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때, 젤다가 한 말은 큰 감동을 우리에게 전해준다.

 

저를 기억하시나요?

 

이 말을 듣는 순간 지난 시간들이 스쳐지나가며 젤다는 그저 게임의 목표가 아니라 각자의 의미로 변하게 된다. 필자에게는 어린 시절 가지고 있었던 순수함, 혹은 이루지 못한 꿈으로 느껴졌다. 현실이란 가논에 사로잡혀 펼칠 수 없었던 그 꿈 말이다. 가논을 이기고 나서야 듣게 된 젤다의 간절한 목소리. 우리가 망각하고 있던 시간과 달리 젤다는, 그 꿈은 우리를 간절히 부르고 찾고 있었다. 그 순간부터 이 게임은 게임이라는 장르를 넘어 명작이 되어버린다. 

 

 

4. 나가는 말

가논을 잡았다고 ‘그 후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는 클로징은 이제 어른이 되어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유저들에겐 설득력이 없다. 이를 아는 듯 “야숨”에서는 젤다가 링크와 함께 하이랄 재건을 위해 떠나는 것으로 이야기를 마치게 된다. 그러면서 홀가분한 표정으로 자신의 성스러운 능력이 사라진 것 같다는 이야기는 더 큰 행복감으로 이 게임을 마무리 짓게 해준다. 우리도 가논이 사라진 세상에서 꼭 특별한 능력이 없어도 살 수 있는 시대가 오면 얼마나 좋을까. [젤다의 전설 : 야생의 숨결]은 이제는 어른이 되어 사회에 시달리고 있는 어른 유저들에게 전하는 닌텐도사의 선물이 아닐까 한다.

 

Fin. 한줄평 : 우리 시대 가논을 이길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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