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들어가는 글
르디플로 4월호를 구매해서 읽는 도중, 5월호가 이미 발간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조금 고민을 하다가 바로 구매를 했다. "KKK"라는 글자가 강조된 노란색 잡지 겉표지는 굉장히 강렬했다. 이번 회차에서는 프랑스에 대한 소식이 많이 담겨 있었고, 자국 내에서 마크롱 대통령의 입지에 대해서도 다시 보게 되었다. 마크롱 대통령에 대해서는 그의 놀라운 결혼 관련 사실에 대해서 밖에 아는 것이 없었다. 그리고 젊은 대통령이라는 것 정도... 그런 그가 프랑스에서도 우익의 위치에 있다는 점은 굉장히 놀라웠다.
4월호에서와 달리 한국에 대한 이야기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프랑스에서 한국이 추리소설의 신흥 강국이라고 평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 굉장히 색다른 시각이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봉준호 감독의 여러 작품들 역시 이 기사에서는 추리소설물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다만 한국 내에서는 그렇게 홍보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서도 전해주고 있었다.
이번에도 새로운 소식들이 많은 가운데 몇 가지 인상적인 기사들만 추려봤다.
1. 새롭게 안 사실
- 미국 내 흑인 차별의 비극적인 역사
5월호에서는 특별히 미국의 총기소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기사에서는 2000년대 들어서 더 빠른 속도로 총기소지가 늘고 있는데 이는 총기소지에 반대하는 이들 역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총기구입을 하면서 벌어진 현상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놀라운 점은 많은 미국인들이 민주당보다 오히려 트럼프가 좀 더 현실적인 총기규제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총기소지를 찬성하는 입장인데 오바마, 바이든은 그들의 입장과는 달리 현실에 대해서 너무나 모른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저 반대를 위한 반대인 것인가? 이런 지점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총기소지에 대한 기사 중 인상적인 것은 총기소지에 대한 미국 내 인식이 굉장히 놀랍다는 것이다. 시민이라면 총기소지를 해야만 한다는 인식이 점점 퍼지고 있다는 점인데... 이는 흑인의 총기소지를 막고 은근히 차별을 하기 위한 방법이라는 점에서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1967년, 로널드 레이건 당시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공공장소에서 면허 없이 무기를 드러내 놓고 휴대할 수 없도록 하는 법을 공포했다. 사실은 "경찰에 대항하기 위해" 오클랜드 거리를 합법적으로 정찰하는 급진적 흑인운동단체 '블랙 팬서스' 당원들을 무장해제 시키기 위한 법안이었다. 위스콘신주 노스랜드 칼리지의 앤절라 스트라우드 사회학 조교수는, 미국에서 무기 규제 관련 법들은 항상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을 억압하는 도구" 로 쓰여왔으며, 이를 통해 농장 내 폭동을 방지했고, 1877년부터 1964년까지 시행된 인종차별법, 일명 '짐 크로우' 법은 흑인들에 대한 시민권 부여를 막았다고 주장했다.
- p.12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4년 5월호> : 총이 지배하는 미국, 총기 소지자 5천만 명 시대
이처럼 총기와 관련된 역사에서도 흑인은 빼놓을 수 없는 일이 된 미국... 이어진 기사는 당연히 미국 내 흑인 차별의 역사에 대한 내용이었다. 선거권 하나에서도 다양한 차별들을 넣어서 이들이 선거권을 행사할 수 없게, 자진해서 포기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일들을 철저하게 자행한 점이나... KKK운동을 통해서 치밀하게 흑인들을 괴롭힌 일들까지... 사실 흑인을 죽이고, 핍박하고 하는 것들에 대해서 우리는 잘 느끼기 어렵지만 점잖고 과격한 표현이 없는 기사를 통해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오히려 그런 기사에서 더 큰 충격을 받는다는 점이 인상적이긴 했다.
이 역사에 대해서도 한 번 정리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 종교와 관련이 없는 종교적인 나라 이스라엘
이스라엘은 오래도록 유랑하던 유대인들이 시온주의에 입각해 유대자본과 하나되어 제1, 2차 세계대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세워진 나라였다. 시온주의에 대해서는 한 사람의 개인적인 사상에서 시작되었다고만 알고 있었지 자세한 사항은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기사 "종교를 끌어들이는 이스라엘 정부" 편에서는 평소 내가 알고 있었던 이스라엘에 대한 내용과 정 반대의 이야기들이 나와 놀라웠다.
이스라엘은 유대인들이 세운 나라로 그 자체로 굉장히 강한 종교성을 띄고 있다 생각했다. 그런데 기사에서는 더 이상 이스라엘은 종교적인 나라가 아니라는 점, 특히 이들은 신에 대한 기대 자체가 없다는 내용을 전해줘서 더 큰 놀라움을 선사했다. 유대교의 경서에 나오는 여러 가지 들을 신의 이적과 인도하심이 아니라 몇몇 사람에 대한 것들로 내용들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점인데...
현재 하마스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는 전쟁을 지속하고자 하는 욕심에 이스라엘 내 극우 종교지도자들과 연합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들조차도 신에 대한 믿음이 없다는 내용들이 다소 충격적이었다. 기사 내용을 잘못 이해를 한 것인지... 아무튼 그렇다. 이미 전범재판소에 기소를 당한 네타냐후 총리는 소환조사를 요청받은 상황이고, 국내에서도 포로들의 송환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큰 폭동과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과연 하마스와의 전쟁을 계속 유지해 나갈 수 있을까? 여러 가지로 큰 인사이트와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는 내용이었다.
-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통해 이득을 보는 유럽 우익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통해서 현재 미국이 큰 이득을 보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에 대한 유럽 내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접경지역이라 할 수 있는 폴란드와 독일은 그 공포가 어느 곳보다 크게 확산되고있다. 이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독일은 재무장을 결의했고 꾸준히 재무장을 이뤄가고 있었다. 이 분위기에 언론이 동참하여 객관적인 사실 전달을 목표로 해야 할 독일 언론들이 굉장히 편협하고 우익적 방향에 맞춰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고 한다.
유럽의 우경화는 현재 코로나 이후 미국 외에 경기회복이 큰 폭을 보이지 않는 세계 여러나라들과 같은 경제적 고민으로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기존 정책들의 도움으로 유럽이 경기회복을 이뤘다면 그나마 정치적 균형을 이룰 수 있었겠으나... 그렇지 않은 상황이 벌어지니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등등이 우익 정치인들이 자리를 하게 되지 않았나 싶다.
여기에 코로나 이후 경기회복이 시급한 상황에 유럽 내에서 전쟁이 터졌으니 이들이 가지게 되는 공포감이 상당할 것이다. 러시아는 러시아대로 피해자라 주장하고, 유럽은 유럽대로 러시아가 가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 갈등이 해결될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이 상황에 이득을 보는 것은 기존 평화기조를 깨고 대립과 갈등을 통해 이득을 보는 이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들이 대체로 우익 진형이라는 사실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까 싶고... 어쩌면 메르켈 총리 이후 유럽연합의 미래는 이미 절망적 노선으로 예견된 것이 아닐까 한다.
한국은 유럽 내에 무기 판매로 큰 이득을 보고 있었는데 이것도 점차 막히기 시작하니 문제다. 유럽연합의 경제적 위기는 사실 한국 입장에서는 점점 더 중국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가게 되지 않을까 한데... 이러면 중국이 원하는 시나리오로 들어가는 것이라서 문제긴 하다. 바이든의 국제정치적 감각이 참 아쉽고, 이런 면에서 미국 민주당의 국제정치 목표점이 참 안타깝지 않나 싶다. 여러모로 미국에게는 손해가 많은 시점이다. 이후 트럼프가 당선될 확률이 높다고 하는데, 그러면 향후 세계는 가히 대 혼돈의 시기가 되지 않을까? 한국이 현재 중국에게 손을 내미는 것은 무역수지 흑자를 위한 방안이라고 여겨지지만 이 수는 최악의 한 수가 될 수도 있다고 여겨진다. 여러모로 걱정이 된다.
2. 아쉬운 점
프랑스 잡지이기 때문에 프랑스 내 정치적 상황에 대해서 다루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프랑스 내 정치구조, 현 정치적 화두에 대해서 모르고 있는 상황에 기사를 접하다 보니 관련된 내용이 크게 와닿지 않았다. 그리고 그 내용들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프랑스 잡지이기 때문에 프랑스 내 정치적 상황에 대한 이해가 있다는 전제하에 작성된 기사라서 더 이해가 어려웠다.
다만 이런 기사 덕분에 프랑스 내 문제점에 대해서, 현재 정치적 화두와 프랑스 우익의 놀라운 정치적 선택들에 대해서 알 수 있어서 도움이 되었다. 우리나라 우익들의 다소 유치한 정치적 전략들에 비해 굉장히 노골적이지만 그래도 전략적이라고 여겨지는 모습들이 많아서 인상적이었다.
3. 나가는 글
전체적으로 기사들은 불안한 세계 정세에 대한 내용들로 가득 차 있었다. 유럽의 우경화와 재무장, 그리고 언론의 동조는 물론이고 미국 내에서 총기소지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과 민주당의 잘못된 현실 인식이 가져온 정책적 실패 등은 다소 우려스러운 내용들이 아닐 수 없다. 현재 한국의 입장 역시 단순히 무역 흑자를 보고 있다는 것으로만 만족할 수 없을 것이고... 중국에게 다시 손을 내미는 것은 물가를 잡기 위한 방안이기도 하겠지만 한편으로는 미국의 상황이 불안하다는데 착안한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염려된다. 다가오는 세계는 다시금 재무장과 세계대전의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어서 말이다. 그리고 첨예한 갈등들이 해결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다보면 자국 내에서도 자멸수를 두는 경우들이 많이 생기지 않을까 한다. 정말이지 앞으로의 세계가 평화로울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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