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디플로>와 함께 떠나는 국제 정세

(서평) 르몽드 디프롤마티크 - 24년 4월호

제시안 2024. 5. 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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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들어가는 글

 

처음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를 읽게 되었다. 신선하고 충격적이며 놀라운 소식들로 가득한 양서를 보게 되었다. 현재는 5월호를 구매하고 읽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이 글을 통해서 다양한 콘텐츠들을 만들 수 있을 것이란 사실에 굉장히 즐거운 마음이다. 

 

국제 정세를 안다는 것은 우리에게 어떤 점에서 이점으로 작용할까? 그건 우리와 먼 세계의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에게 굉장히 가까운 이야기들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현재 멕시코가 현 대통령의 경제정책으로 우리나라를 뛰어넘는 놀라운 경제성장을 보였다는 것 역시 이번 호를 통해서 대략적으로 추측해 볼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런 소식들은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내용들이 아니다. 실제로 언론사들에게는 크게 관심이 없는 내용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멕시코 경제 성장은 향후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영역이다. 미국 내에서 다음 대선에 트럼프가 되건 바이든이 되건 중국과의 무역 경쟁은 심화되고, 자국 내 생산시설을 끌어들여 경제 침체를 극복하려는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이때 제2의 중국처럼 각광받는 나라가 바로 멕시코인 것이다. 결국 멕시코의 경제 부흥은 향후 한국의 경제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거시적인 시각에서 여러 기사들을 접할 수 있는 좋은 시사지였다. 이번 글에서는 4월호를 다 보고 난 소감을 대략적으로 작성해보고자 한다. 

 

1. 새롭게 안 사실

 

- 우크라이나 내 소수민족들에 대한 차별

 

현재 우크라이나는 대 러시아 전쟁으로 큰 시련을 겪고 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이 전쟁으로 우크라이나 내에 있는 소수민족들이 큰 차별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사실은 우리가 흔히 접하기 어려운 사실이고, 또 관심조차 가지기 어려운 주제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고집을 피우는 것인지 아니면 진정한 우크라이나의 영웅적 행보를 걷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내부 소식을 접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문제는 유럽 내에서도 빈번하다. 특히 과거 다수의 전쟁으로 여러번 지배 세력이 바뀐 지역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이번 기사에서 나오는 지역 역시 이런 역사를 가진 지역이었고, 그 지역에는 대다수 헝가리 인들이 살고 있던 곳이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의 민족주의적 정책으로 피해를 보고 있고, 이에 이주를 생각하고 있던 상황이었는데 전쟁으로 그 이주가 막히거나 복잡하게 꼬이게 되었다. 이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이 소수민족에 대한 강압적인 정책들은 펼쳐지고 있는데 이 정책에서 벗어날 길도 찾기 힘든 상황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과거 한국전쟁 당시 벌어졌던 수많은 민간인 학살을 떠올리게 하는 일이다. 다만 우크라이나는 실제로 민간인을 학살하는 일은 저지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내에서 전쟁으로 인해 과도하게 집행되고 있는 여러 정책들에 더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미국의 대학들이 현 이스라엘 사태로 갈라지고 있는 이유

 

현재 미국에서는 미정부의 친 이스라엘 정책에 크게 반발하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것도 대학생들이 그 시위를 주도하고 있어서 미국에서 여간 골치 아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심지어 이들의 시위는 과거 베트남 반전 시위를 주도한 대학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이들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은 과거 베트남 반전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을 떠올리기에 충분한 그림이었다. 

 

나 역시 이 정도만 알고 있던 터라 그 깊은 갈등의 이면은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보면서 그 깊은 갈등의 이면을 조금이나마 발견하게 되었고, 개인적으로는 그 이면에 큰 충격을 받게 되었다. 내게 충격을 준 기사는 이것이다. 

 

논란의 핵심은 에드워드 W. 사이드의 저서 [오리엔탈리즘]의 영향을 받은 미국 대학들이 일부 학생, 더 심각하게는 학부모와 부딪칠 위험을 감수하면서 과거에 전도되던 것보다 덜 마니교적인 이스라엘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는 점이다. 학계와 좌파 진영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인식이 바뀔까 걱정하는 유대인들이 명문 대학들을 불 위에 올려놓은 우유 냄비처럼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거의 모든 중산류층 젊은 유대인이 교육을 받지만, 그들 중 상당수는 이념적 거품 속에서 이스라엘 현실을 받아들였다. 그들이 대학에 들어가면 이스라엘은 억압자, 팔레스타인은 피해자로 정의되는 평행 우주를 발견하게 된다. 그로 인한 인지 부조화로 공황 상태에 빠질 수 있다. 부모들은 수십만 달러에 달하는 학비가 이런 결과로 이어진다는 사실에 더 큰 충격을 받는 경우가 많다. 자녀가 분명 근거는 있지만 개인적으로 (그리고 고통스럽게 불쾌감을 주는 비판적인 주장을 배워 집에 오는 것이다. 미국 유대인의 세속적 정체성을 정의할 때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생각하면 그 충격이 얼마나 클지 짐작할 수 있다. 
- p.19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4년 4월호> : 미국 학문의 자유를 해치는 친이스라엘 우익 세력

 

이 기사가 내게 충격을 준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은 오랜 이스라엘의 동맹자이고 든든한 지원자로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그런 미국이 정작 대학교에서는 이스라엘을 팔레스타인을 억압하는 나라로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단순한 지식 전달의 과정에서 벌어지는 헤프닝이라고 한다면 정정을 요청하는 정도로 그칠 것이다. 마치 일제식민지에 대한 역사를 잘못된 지식으로 가르치는 미국 교수를 만난 것과 같은 느낌일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수업을 듣는 이스라엘 학생은 이미 끝난 역사에 대한 정정을 요청하는 정도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는 현재 진행 중이고 어떤 원인으로 발생한 일인지는 제쳐두고 이스라엘 사람들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생명, 가족의 안위가 걸린 문제이다. 이 문제는 계속 발생하고 있고, 계속 불안과 공포에 사로잡히게 만드는 정신병을 유발할 정도로 심각한 사안인 것이다.

 

가정교육을 중시하는 유대인 가정에서 이스라엘 학생은 이스라엘의 시각으로 이 분쟁을 전해듣고 교육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학교에서 냉정하고 논리적 근거가 충분한 반대의 시각을 교육받는다면 이스라엘 학생에게는 정체성의 기반까지 흔들어 버리는 큰 충격 속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자녀를 보는 이스라엘 부모들은 어떤 생각이 들까? 얼마나 고통스럽고 얼마나 절망스러울까?

 

사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이 모든 문제는 결국 시온주의에서 발달된 것이고, 영국의 형편없는 약속과 처신으로 벌어진 사건이긴 하다. 그리고 그 뒤에 수차례 끔찍한 비극들이 연출되었고, 오늘날에는 대학살과 다를 바 없는 전쟁에 치달은 것이다. 그런 와중에 미국 내 교육을 통해 이 사건을 보는 비판적 시각을 가진 대학생들의 반 이스라엘 전쟁 시위는... 휴... 끔찍한 비극에 더 큰 비극이 더해지는 느낌이다. 

 

다만 이런 기사를 내가 이 시사지를 통해 접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위안을 가질 뿐이다. 

 

- 중국 내 지방 정부가 큰 위기에 봉착한 이유

 

중국은 현재 미국의 무역 제재로 인한 경제적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상황이다. 동정의 시선도 없잖아 있지만 갑작스럽게 우경화되고 자국 중심주의를 외치며 공격적인 외교를 펼치는 중국이 상당히 이해가 되지 않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역사를 통해 중국에 대해서는 친근감을 느끼고 있던 터였다. 중국은 어쨌든 우리에게 피해를 주기도 많이 줬지만 중국의 발전된 문화를 교류하여 한국의 독특한 전통과 문화를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국을 통해 다양한 사상들도 흡수할 수 있었으니, 우리에게는 진정 애증의 국가가 아닐 수 없다. 그런 중국이 스스로 자멸의 길을 간다고 생각해서 마음으로는 굉장히 아쉽고 안타까웠다.

 

그런데 이 기사를 통해서 오래도록 품고 있던 질문의 근원적 답을 찾은 것 같았다.

 

중국은 마오쩌둥 사망 후 덩샤오핑이 후계를 이어받으면서 색다르게 발전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지방 정부에게 많은 권한을 줘서 경제, 산업, 무역 등을 주도하게 만든 것이다. 이 정책의 단점은 중앙 정부의 권력이 약화된다는 것에 있다. 장점은 덩샤오핑의 개혁을 통해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중국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지방 정부으로 이양된 권력은 단지 경제, 산업, 무역 분야에만 그치지 않았다. 교육, 보건, 사법, 조세 등도 분권화가 진행되었고, 심지어 외교 사무소를 설립하고 국제 협력 기구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게 했다. 이런 것들은 지금 생각해도 굉장히 선진적인 정책이 아닌가 한다. 

 

다만 덩샤오핑이 몰랐던 이 정책의 한계는 아무래도 중국은 공산당이 주도하는 나라라는 점이다. 공산당이 주도한다는 점에서 각종 비리와 부패가 진행되었고 가장 큰 문제는 지방 분권화로 공산당의 영향력이 극도로 감소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정치권력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당의 입장에서는 용납하기 어려운 것이었을 것이다. 

 

시진핑의 등장과 그의 정책에 대해서도 색다른 시각을 전해준다. 시진핑은 기존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선택했고, 그 결과 "일대일로" 정책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일대일로"는 우리나라 "개발 6개년 계획"처럼 계획을 설립하고 실행을 해서 등장한 것이 아니다. 중국은 이미 내수 인프라 건설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이를 국내 수요로는 더 이상 소화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이에 이를 효과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시장들을 찾기 시작하였고, 이런 노력들을 하나의 대정부 프로젝트처럼 이어 붙이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일대일로"라는 것이다. 

 

뭐 프랑스 기자들의 굉장히 낙관적으로 보이는 진단이 아닌가 싶으면서도... 그런 색다른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 역시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중국이 가지고 있었던 불안, 즉 신세대들이 독특한 성장환경에서 자라 이들을 어떻게 공산당으로 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대해서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시진핑의 정책을 모두 다 안 좋게 포장해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현재 중국의 상황을 살펴본다면 시진핑이 어떻게든 중국을 살리고자 하는 정책들도 체크되는 것들이 있다. 다만 그것이 중국이고, 공산당이라 보이는 한계들도 보이지만... 여튼 그렇다. 

 

 

2. 아쉬운 점

 

아무래도 프랑스 일간지다 보니 그들의 시각에서 이야기되는 것들이 많기는 하다. 멕시코의 유카탄반도 개발계획에 대해서도 중립적인 입장을 취해 기사를 작성했지만, 현 대통령의 치적에 대해서는 자세히 소개되지 않아서 아쉬웠다. 사실 기사 내용에 현 대통령의 치적까지 다루기는 기사 분량이 꽤 되어서 다 다루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저 유카탄반도 개발계획을 입안하고 실행하는 자가 현 대통령이다 정도로 소개되는 것은 좀 아쉬웠다. 

 

기사들은 전체적으로 기자의 평을 듣기 보다는 진짜 사실들에 대한 나열을 보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그래서 문장들도 기자가 쓰는 문장들은 굉장히 무미건조하고 앞뒤 맥락 역시 굉장히 간결하게 정리되고 넘어간다. 그 어디에도 기자의 사심이 담기는 것을 보기 어렵다. 다만 기자의 내적 갈등이 포착되는 곳들이 더러 있다. 예를 들면 위에서 소개한 유카탄반도 개발에 이득을 보는 사람의 입장과 피해를 보는 사람의 입장을 고루 담으면서도 결국 이 개발로 큰 피해를 볼 거야 하는 사람의 입장을 하나 더 넣어준다든지... 뭐 이런 정도? 우리나라 언론에 비하면 굉장히 냉철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굉장히 문장들 사이에 간격이 크다. 이것은 실제 인쇄본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문장들이 담고 있는 내용의 크기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모두가 다 아는 것처럼 서술되는 것들이 더러 있는데, 그것은 보통 배경지식인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덩샤오핑의 집권에 대한 이야기도 굉장히 간략히 처리되고 넘어가고 그랬다. 물론 특집기사나 기사 내에서 메인으로 차지한 내용이다 싶으면 다른 기사들과는 다르게 상세하게 정리가 되어 전달되었으나... 그 외 정보들은 나 스스로 찾아먹지 않으면 안 되는 정보들이었다. 그래서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어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3. 나가는 글

 

세계 정세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꼭 추천한다. 이제 비어있는 간격들을 스스로 메꿔 나가기 위해 공부도 하고, 그 공부한 내용을 글로 작성해서 남기고자 한다. 그런 노력들이 더해진다면 나도 이제 간격들을 공부하지 않아도 쉽게 이해하며 넘어가는 날이 오겠지... ㅎㅎㅎ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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