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들어가는 글
아이가 자라면서 계속 드는 생각은 '내가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다. 왜 그럴까? 사실 아빠가 되는 것에 대해 나는 배운 적이 없다. 물론 아버지는 훌륭한 분이셨다. 자상하셨고, 경제적으로도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셨다. 그렇지만 직접적으로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으셨다.
이 비어있는 공백을 매워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 걱정과 고민으로 이어진 것 같다. 좋은 아빠가 되어 아이에게 큰 힘이 되어준다면 그보다 더 큰 기쁨이 어디 있을까? 이런저런 자료들을 모아 정리하면서 공유도 하고, 나도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한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처음 발견한 것은 말이었다.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미 알고 있는 내게 이 자료는 너무나 소중한 자료가 아닐 수 없다. 아이와 공감하면서, 아이의 자존감도 살려주고, 좋은 아빠가 되는 말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1. "엄마한테는 비밀이야"
아이들은 비밀을 갖는 것을 매우 좋아합니다. 예를 들어, 공원에서 예쁜 꽃을 발견했을 때 "여기 꽃이 피어있네? 아이 예쁘다. 여기 꽃이 있다는 건 우리 둘만의 비밀이야, 알겠지?"라는 식의 비밀 놀이면 충분합니다.
어렸을 적에 아빠는 엄마 잔소리에서 도망갈 수 있는 우산이 되어줬다. 엄마나 아빠는 그런 것들이 필요하다 생각하셨는지 현명하게 우리를 가르쳐주셨다. 그때 아빠는 어떤 투정을 부리고 해도 받아주는 든든한 나무였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아빠에 대해 좋은 감정이 있는지도 모른다. 어렸을 적에 엄마가 하지 말라는 것을 아빠랑 같이 하면 그 쾌감은 잊을 수 없었다.
내 아이와도 이렇게 비밀을 만들어가면 좋을 것 같다. 다만 규칙을 정한 것을 어기지 말고 그 안에서 한다면 좋겠다. 엄마든 아빠든 한 번 정한 규칙은 꼭 지켜야 한다는 것을 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바로 밑에 그 이야기가 나온다.
2. "우리 집 규칙이야"
친구 같은 아빠라고 해도 '허용되는 것'과 '절대 안 되는 것'에 대한 분명한 원칙은 필요합니다. 친구네 집과 우리집을 비교할 때, "우리 집은 우리 가족만의 규칙이 있단다"라고 말해주세요. 당장은 반발하더라도 일관성 있게 원칙을 알려주면 결국 자신을 위한 일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어렸을 적에 우리 집은 5시가 귀가 시간이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5시에는 집에 들어와야 했다. 어디서 무얼하든 말이다. 그전에는 괜찮았다. 학원만 잘 가고, 학교도 잘 가면 되는... 그다음에는 뭘 하고 놀든 상관없었다. 그런데 정작 어른이가 되어서도 변하지 않는 사실은 모든 즐거운 일은 내가 잘 때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다른 친구들은 정작 5시 이후에도 놀아서 아쉬웠던 적이 많은데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좋은 규칙이었다. 집에 가서 만화도 보고, 밥도 먹고 할 수 있었으니까. 하하.
그런 것을 볼 때 집에 규칙을 세우면 그것을 꼭 지킬 수 있게 일러주고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다고 본다. 말도 안 되는 규칙들만 아니라면 말이다. 그런 규칙을 통해 훌륭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3. "좋은 걸 발견했네?"
아이의 시선에서는 어른들이 미처 깨닫지 못하는 점을 알아채기도 합니다. 그럴 때는 "좋은 걸 발견했네"라고 칭찬해 주세요. 이런 칭찬을 듬뿍 받고 자란 아이가 통찰력이 높고, 관찰력도 뛰어납니다. 아이가 새로운 것을 발견하면 꼭 "좋은 것을 알았구나"라고 이야기해 주세요.
아이의 시선이라는 것은 참 신기하다. 순수하고 티없이 맑은 그 시선에서 색다른 것들을 알게 된다. 조카랑 이야기하면서 재밌는 이야기들이 많이 있었는데... 인상적이긴 했는데 다 까먹었다. 그렇지만 인터넷에 종종 올라오는 내용들을 통해서 그 순수한 답변들을 볼 수 있는데...
아이의 시선을 함께 공감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좋은 걸 좋다고 이야기해 주고 격려해 주는 것이 결국 통찰력과 관찰력을 키워준다니... 요즘 아이랑 있으면 아이가 칭찬해 주는 것을 알고 칭찬해 준 행동을 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러면서 은근히 더 칭찬해 주기를 바라는 눈치를 보이는데 그걸 보면서 참 칭찬이라는 것이 좋구나 싶었다. 그런데 이 말 역시 칭찬과 함께 격려하고 응원해 주는 말이니 더 아이가 이 말을 바라며 노력하지 않을까 한다.
4. "아빠도 어릴 땐 잘 못했어"
시합에 져 풀이 죽은 아이나, 하려는 일이 잘 안돼 속상해하는 아이에게는 "아빠도 어릴 때는 잘 못했어. 아빠도 여러 번 하다 보니 할 수 있게 됐어"라고 이야기해 주세요. 세상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추상적인 말은 위로가 되지 않아요. 그럴 때 필요한 것은 공감입니다.
조카가 사춘기에 들어가서 매일 동생이랑 싸우고 있다. 동생도 조카가 너무 엇나가면 어떨까 하는 걱정에 잔소리도 조심조심하지만 그럼에도 화를 주체 못 하고 화를 낼 때가 있다. 그러면 조카가 풀이 죽어 있는데 그때 삼촌도 못했다는 이야기를 하거나, 그랬던 적이 있다고 하면 금방 기운을 차리고 좋아하는 모습을 봤다. 나도 그랬다는 말 한 마디가 그 아이에게 큰 힘이 되어줄 것이라 생각 못했는데 의외였다.
공감은 사실 어렵지 않다. 그렇지만 하는 방법을 몰라서 그런 것이다. 이 말도 잘 기억해뒀다가 하나씩 공감하고 기운을 북돋아 주는 말을 늘려가면 좋을 것 같다.
5. "이러고 있으니 피로가 풀리네"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이러고 있으면 아빠의 피로가 다 풀린다"라고 말해 주세요. 아이는 '나에게 아빠의 피로를 풀어주는 능력이 있어!'라고 느낍니다.
아내는 어린 시절 장인어른 흰머리 뽑아줬다는 이야기를 종종한다. 그게 자신에게는 좋은 기억이었던 것 같다. 그때 뽑아주면서 10원씩 받았다고 하는데, 그게 아버지와 밀접하게 보냈던 좋은 추억이 아니었나 한다.
특별히 나는 그런 추억은 없었다. 다만 할머니가 좋은 이야기를 해주시고 했던 것이 기억난다. 작은 추억들이 모이면 그 추억들을 통해 힘을 얻고 자라는 것 같다. 아이가 나에게 피로를 풀어주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기쁜 일일런지... 아이에게 힘을 주고 능력이 있다는 생각을 심어주는 아빠가 되고 싶다.
6. "좋은 질문이야"
아이가 엉뚱한 질문을 하더라도 "좋은 질문이야!"라고 해주세요. 그러면 아이는 좋은 질문을 한 자신을 뿌듯해합니다.
질문을 한다는 것은 중요하다. 초등학교 다닐 때 처음에 엄마는 발표를 얼마나 했는지 물어봤다. 한 번이라도 하면 잘했다고 칭찬해 줬다. 그 칭찬이 좋았다. 나이를 먹을수록 발표는 점점 줄었다. 자신이 없기도 했고, 마냥 발표하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란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소위 나대는 아이가 되어봐야 좋은 것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질문하는 것도 점점 줄어들었다. 질문이 줄어든다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인데... 집에서는 학교 수업이 어떤지 모르니 뭘 질문했는지 물어보지 않았다. 스스로 질문하고 풀어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나중에 대학교에 가서 질문하는 학생에게 좋은 질문이라고 이야기해 주니 눈빛이 살아나는 것을 봤다. 아이에게도 큰 힘이 될 것이다.
7. "밥 참 맛있다"
함께 밥을 먹으며 "밥이 꿀맛이네"라고 해보세요. 아빠가 매일 감사하는 모습을 보이면 아이 역시 일상의 행복을 느낍니다.
밥 맛있다는 이야기도 해야 한다니 웃긴다. 우리 집은 아빠가 입맛이 까다로워서 엄마가 아빠 입맛에 맞는 밥상 차리는 데 힘들어했다. 그래서 보통 상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소세지나 햄이 올라오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아빠가 싫어했기 때문이다. 대신에 제철 나물이나 찌개가 주로 올라왔다. 김치도 익은 것이 아니라 갓 담근 김치가 올라왔다. 아빠가 좋아했기 때문이다.
보통 싫어할 법도 한데 그냥 그런가보다 하면서 먹어왔다. 사실 밥상에 내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많지 않았다. 보통 매운 음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별 불만은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빠가 맛있게 먹으며 좋아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걸 보면서 이게 좋은가보다 하면서 먹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아이에게 맛있다, 좋다는 이야기를 자주 해주련다. 그 말에 행복을 느끼니 말이다.
8. "아빠가 있으니까 괜찮아"
아이가 불안해하거나 무서워하면 "아빠가 있으니 괜찮아, 걱정 마"라고 말해 주세요. 어떤 일이 일어나도 '아빠가 지켜준다'고 생각하면 아이는 안심하고 힘을 얻습니다.
간혹 아이가 밤에 울 때가 있다. 잠투정이 원래 심한 아이여서 그런가 했는데 어느날은 심하게 울 때가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잠잘 때 간혹 나쁜 꿈을 꾸고 그럴 때가 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뭔가 싶어서 어안이 벙벙했고, 나도 모르게 버럭 화를 내기도 했다. 그렇지만 원인을 알고 난 후에는 아이가 울 때 꼭 안아줬다. 그리고 잠시 침실을 나와 아이를 달래주며 말했다. "아빠다, 아빠가 여기 있다, 괜찮아." 그럼 아이가 곧 진정되고 다시 잠에 들었다. 마음이 전해진 것이다. 나중에도 계속해줘야겠다.
9. "알아보고 아빠한테도 알려줘" / "아빠랑 같이 찾아볼까?"
"알아보고 아빠에게도 가르쳐줘"라고 부탁해 보세요. 아빠에게 가르쳐줘야 하는 목표가 있으면 끝까지 찾아보려는 의지가 생기고, 이런 경험은 탐구하는 아이로 만들어줍니다.
어렸을 적에 책을 보면 모르는 부분이 나왔다. 그걸 물어보려고 엄마한테 가면 엄마가 말했다. "엄마도 모르겠는데, 알아보고 알려줄래?" 신나서 책을 보고 알게 된 것을 엄마에게 알려줬다. 그게 엉터리더라도 말이다. 그 경험 때문인지 나중에 모르는 것이 있으면 먼저 찾아보거나 책을 뒤져보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아이에게도 이런 마음을 심어주면 좋을 것 같다. 아빠랑 같이 찾아볼까 하는 말은 더 좋은 것 같다. 아이와 함께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좋은 경험이기 때문이다.
10. "이 부분은 정말 잘했어"
아이가 실패하더라도 지적보다는 잘한 부분을 칭찬해 의욕을 갖게 해줍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해 실패해도 결과만을 놓고 평가하기보다는 "이러 이러한 부분은 정말 잘했어!"라며 과정을 칭찬해 주세요
칭찬을 할 때 정확하게 집어서 칭찬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실패를 하더라도 잘한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다만 칭찬부터 하고 폭풍 피드백을 하는 것은 좋지 않다. 적당히 뭐든 해주는 것이 좋을 것이다. 잘한 부분은 잘했다고 이야기하고, 못한 부분은 못했다고 이야기를 하다 보면 스스로 발전할 것이다.
11. 나가는 글
아이와 호흡을 하며 살아가는 시간이 마냥 좋지는 않다. 힘들 때도 있고, 귀찮을 때도 있고, 원망스러울 때도 있다. 하지만 아이랑 놀고 아이가 웃는 모습을 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좋아진다. 같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시간과 순간들이 소중하고 항상 웃으면서 살게 해주고 싶다. 모든 부모의 마음이 다 똑같을 것이다.
말 한마디를 통해서 아이와 더 행복한 교감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가? 이런 말을 통해 아이가 더 성장할 수 있다면 천 번이고 만 번이고 해 줄 수 있다. 하나씩 나도 배워가면 된다.
* 자료 출처 : https://www.instagram.com/p/C8lCfflStob/?igsh=MXZ1Nmk5NG9hMDdjbg%3D%3D&img_index=2
'좋은 아빠가 되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육아] 아이를 잘 "훈육"하는 10가지 방법 (0) | 2024.07.12 |
---|---|
[#육아] 아이 자존감을 높이는 부모 행동 수칙 - by Dr.오은영 (1) | 2024.07.03 |